내란 우두머리 윤석열 파면, 국민이 해냈다

2025-04-04 13:00:12 게재

헌법재판관 8명 전원일치 인용 … 5가지 쟁점 모두 위헌성 중대성 인정

윤석열 대통령이 파면됐다. 헌법재판소는 4일 오전 재판관 8명 전원일치로 국회가 청구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에 대해 인용 결정했다. 윤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한 때로부터 122일 만이며, 지난해 12월 14일 탄핵소추안이 접수된 때로부터 111일 만이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곧바로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탄핵으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한 것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두번 째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기일인 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헌법재판관들은 파면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은 이날 오전 대심판정에서 열린 ‘2024헌나8 대통령(윤석열) 탄핵사건’ 선고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작년 12월 3일 당시 국가비상사태가 아니었는데도 윤 대통령이 헌법상 요건을 어겨 불법으로 계엄을 선포했다고 봤다. 이른바 ‘경고성·호소용 계엄이었다’는 윤 대통령 주장에 대해서는 “계엄법이 정한 계엄의 목적이 아니다”라며 “피청구인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국회의사당에 모인 의원들을 끌어내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하려 했다는 의혹, 국군방첩사령부를 통해 주요 정치인·법조인 등을 체포하도록 지시했다는 탄핵소추 사유도 인정됐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군·경을 투입해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통제하는 한편 이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함으로써 국회의 권한 행사를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권을 부여한 헌법조항을 위반했고, 국회의원의 심의 표결권, 불체포 특권을 침해했다”며 이처럼 밝혔다.

헌재는 “피청구인은 국회의 권한 행사를 막는 등 정치적 목적으로 병력을 투입함으로써 국가 안전 보장과 국토방위를 사명으로 해 나라를 위해 봉사해온 군인들이 일반 시민들과 대치하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을 침해하고 헌법에 따른 국군 통수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탄핵심판 과정에서 윤 대통령 측이 신빙성을 적극적으로 공격했던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의 진술도 모두 사실로 인정했다.

헌재는 탄핵소추의 적법요건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헌재는 이른바 ‘내란죄 철회’ 논란에 대해서는 탄핵소추 사유의 변경으로 볼 수 없다며, 국회의 탄핵소추가 절차적으로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윤 대통령측이 주장한 위기상황에 대해서도 인정하지 않았다. 문 권한대행은 이날 “당시 국회의 탄핵소추권 행사가 중대한 위기상황이라 볼 수 없고, 국회 권한행사가 위법·부당하더라도 국가긴급권 행사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문 권한대행은 “국회는 탄핵소추 사유의 위법성을 숙고하지 않은 채 계엄 선포 전까지 22건의 탄핵소추안을 발의해 탄핵심판 제도를 정부에 대한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우려를 낳았다”며 “그러나 계엄 선포 당시엔 검사 1인,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한 탄핵심판 절차만 진행 중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피청구인이 야당이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고 주장하는 법률의 경우 재의 요구하거나 공포를 보류해 효력이 발생되지 않은 상태였다”며 “또 2025년도 예산안은 2024년도 예산안을 집행하고 있던 계엄 선포 상황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문 권한대행은 “피청구인(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행위는 대통령의 지위와 권한을 남용한 것으로서 공정한 직무수행이라고 할 수 없으며, 헌법, 비상계엄법, 국가공무원법 등을 위배한 것”이라며 “헌법과 법률 위반행위가 중대하고, 헌법수호 의지가 없어서 더 이상 대통령으로서의 업무를 수행하기에는 부적합하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탄핵안이 통과됨에 따라 차기 대통령 선거는 6월 3일(화요일)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대선은 탄핵 인용 결정 날부터 60일 이내 치러야 한다.

윤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내란죄(우두머리)’와 관련된 남은 수사와 외환죄 관련 혐의에 대한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명태균게이트’ 관련 선거개입 혐의 등 수사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질서 유지와 대통령 경호 문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탄핵심판 선고에 출석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한남동 관저에서 TV로 실시간 생중계되는 탄핵심판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전직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직대통령 예우을 받을 수 없게 됐다. 다만, 신변 안전을 위한 최소한의 경호만 제공받게 된다. 조만간 관저에서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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