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분류기준 약관, 설명의무 대상”
대법, ‘분류특약’ 설명의무 인정 … 파기 환송
“전이암 설명없이 1차 암 기준 보험금 지급 안돼”
암보험 가입자가 2개의 암에 걸린 경우 ‘일차성 암(처음 발생한 암)이 확인되는 경우 최초 발생한 부위를 기준으로 분류해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일명 ‘분류특약’을 보험사가 설명하지 않았다면 이를 적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같은 약관 내용을 미리 고지하지 않았다면 일차성 암이 보험금을 적게 지급하는 갑상선암이라고 하더라도 그 기준을 적용하면 안되고 전이된 이차성 암 기준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A씨(원고)가 B 보험사(피고)를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에 돌려보냈다고 7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일반암 진단 확정 시 암 진단비 2000만원, 암 수술비 200만원을 받는 B사 보험에 가입했다. 다만 갑상선암일 경우 암 진단비 400만원, 암 수술비 40만원을 지급받는 조건이었다.
A씨는 2018년 12월 입원해 갑상선암과 림프절 전이암 진단을 함께 받았다. 보험사는 전이암은 일차성 암이 확인되는 경우 최초 발생 부위를 기준으로 분류한다는 특별약관을 근거로 A씨에게 갑상선암에 해당하는 암 진단비와 암 수술비 440만원을 지급했다.
이에 A씨는 보험계약 체결 당시 해당 내용에 관해 설명을 듣지 못했다며 보험사가 일반암에 해당하는 진단비와 수술비 합계 2200만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냈다.
쟁점은 암의 분류 기준을 정한 특별약관에 대해 보험사가 설명할 의무가 있는지였다.
A씨는 “림프절 전이 암은 별도의 암을 진단받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보험사는 계약 체결 때 (분류특약 내용에 대해) 설명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에 보험사측은 “림프절 전이 암은 갑상선암에 대한 이차성 암에 불과하며, 분류특약은 일반적이고 공통된 내용이어서 설명 의무 대상이 아니다”고 맞섰다.
1심과 2심의 판단은 엇갈렸다. 1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B사가 220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승소판결했다.
그런데 2심은 A씨 패소로 판결을 뒤집었다. 2심 재판부는 “모든 전이암에 대해 일차성 암과 별도로 보험금을 지급받는 것을 기대하는 건 오히려 이례적인 사정으로 보인다”며 “특약에 관한 설명을 들었는지 여부는 보험계약 체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해당 특약에 대한 보험사의 설명 의무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사건 약관 조항은 보험 계약의 체결 여부나 그 대가를 결정하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항이므로 이 사건 보험 계약의 중요한 내용으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험사에는 보험 계약 체결 시 해당 약관 조항을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파기 환송했다.
대법원은 “애초 암발생 부위 기준 분류조항이 설명의무의 대상이 되는지에 관해 아직 대법원 판례가 없고 하급심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었다”며 이번 사건이 소액 사건에 해당하지만 법령해석의 통일을 위해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다만 A씨가 갑상선암에 해당하는 진단비와 수술비를 받았음에도 2차 암 진단비와 수술비 보험금 전액을 청구한 것과 관련해서는 “최종적으로 일반암 기준 보험금이 지급되면 충분하다”며 보험사는 이미 지급된 금액을 제외하고 차액만큼 지급하면 될 것임을 시사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