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당국, AI 철새감염에 무게 … 전남·충남 초비상

2014-01-20 11:43:55 게재

도로 포위망방역 한계 드러나

"살처분에 나선 방역원이나 오리를 내줘야 하는 농장주나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은 같겠죠".

19일 오후 전북 부안군 줄포면 신리 박 모씨 농장. 고병원성 AI로 확진된 이 농장 오리 9200여마리를 살처분하고 나온 부안군 직원들의 얼굴엔 그늘이 드리워졌다. 출하를 목전에 둔 오리를 내몰아야 하는 농장주의 풀린 눈동자가 어른거린다고 했다. 한 공무원은 "살처분하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이길 바라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다행히 추가 발생신고가 들어오지 않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다.


<살처분된 오리 방역 관계자들이 19일 오후 전북 부안군 줄포면의 한 농장에서 오리들을 살처분한 뒤 매몰 준비를 하고 있다. 살처분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의심 신고가 접수돼 진행됐으며 이 농장에선 1만5000여 마리가 AI 확산 예방 차원에서 살처분됐다. 부안 연합뉴스 김동철 기자>

16일 고창군 신림면 씨오리 농장에서 AI가 확인된 후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전북에서만 13만여 마리의 닭·오리를 살처분 했다. 20일엔 최초 발생농가 인근의 양계장에서 4만4000여 마리의 살처분이 예고돼 있다. 보상이 있다고 하지만 재입식까지는 6개월 이상이 소요돼 추가 피해가 불가피하다. AI가 비켜간 곳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18일 자정부터 발효된 이동제한조치로 일부 농가는 사료를 받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다.

육상 전파 막는다더니 … 곳곳 허점 = 방역당국이 고병원성 AI확산을 막기 위한 총력전을 펴고 있다. 전국 확산을 막기 위해서다. 방역당국은 2010~2011년을 떠올렸다. 2010년 12월에 처음 신고된 AI는 이후 139일 동안 전국 25개 지역 53개 농장으로 퍼졌다. 전북도는 고창과 부안을 기점으로 두개의 방역대를 구축했다. 거점 소독장소(81개소)와 이동통제 초소(91개소)를 170여곳으로 확대하고 이동제한조치에 따라 가금류와 가축류, 축산관계자와 차량을 통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허점도 보인다. 당초 계획한 가운데 50여곳은 아직 설치하지 못했다. 5곳에 불과한 전문방역업체가 계획물량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최초 발생농가 인근 400m 인근에 육계농장이 있었지만 가축방역시스템상에는 500m 밖으로 표기돼 살처분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도는 가금류 협회 3곳, 도축장 10곳, 육가공공장 42곳, 사료공장 18곳, 컨설팅업체 11곳에 이동통제 상황을 전달했다. 또 도내 축산등록차량 4502대에도 무선인식장치를 통해 이동제한조치 명령을 내렸다.

전남도도 64곳에 통제초소를 설치하고 방역망을 확대하고 있다. 고창과 인접한 영광과 장성에는 서해안 고속도로 영광 나들목 등 연결 도로 6곳에 차량 통제초소가 설치됐다.

도는 또 지역 내 58곳에서 축산 관련 차량에 대해 거점 소독을 하고 있으며, 가축이나 사료·분뇨 운반 차량 등은 정밀소독 하고 있다. 각 통제초소에는 경찰이 배치됐고, 20일에는 군인들도 배치돼 방역을 돕는다. 장성군은 24시간 비상 방역체계에 돌입했다. 가금류 사육 11개 농가를 대상으로 자체 역학조사를 하고 방역대책 상황실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

충남도도 사정은 비슷하다. 전국단위 확산의 길목이란 점에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17일부터 전북과 맞닿은 서천 부여 논산 금산 등 4개 시·군 주요도로에 방역초소 14곳을 설치하고 70명을 배치, 통행 차량에 대한 소독을 실시하는 등 차단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철새도래지 집중 방역대상" = 그러나 감염원이 철새로 밝혀지면서 이같은 '도로 포위망식 방역망'의 실효성은 크게 떨어진다. 당국은 고창 발생지역 인근 동림저수지에서 철새인 가창오리 80여마리의 집단폐사 원인 규명이 방역대책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은 지난 17일 고창 씨오리 농장 인근 동림저수지에서 죽은 가창오리 100여마리 가운데 20여마리의 샘플을 수거해 정밀 분석 중이다. 방역당국은 가창오리의 떼죽음과 고창 씨오리 농장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AI와의 연관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가창오리는 닭이나 오리보다 면역력이 강해 고병원성 AI에 감염되더라도 떼죽음 사례는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정밀검사 결과가 나와봐야 하겠지만 전에 없던 강력한 바이러스 침투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창오리 폐사 원인이 고병원성 AI 감염으로 확인될 경우 호남권에 집중하고 있는 방역당국의 저지선은 전국단위로 확산될 수밖에 없다.

전북의 금강일대와 고창 동림저수지는 물론 지난해 12월 전남 영암호에서 가창오리의 것으로 보이는 분변에서 저병원성 AI가 발견돼 방역 당국이 더욱 긴장하고 있다. 전남지역에는 현재 순천만 주암댐 영산강(우습제) 고천암 영암호 대동저수지 고흥만 해창만 득량만 강진만 10곳의 철새 도래지가 있다. 이들 지역에 가창오리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기 때문에 이번 AI 감염원이 철새로 밝혀진다면, 전남지역에서도 AI가 확산될 우려는 더욱 커진다.

충남 서산 천수만과 서천 금강하구 등이 충남지역 주요 철새도래지 인근 3㎞ 내에 73개 농가가 250만 마리의 닭과 오리를 사육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겨울철새 이동벨트인 서해안권 전체가 위험권역에 놓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방역당국도 최종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현재 방역대에 사용하는 소독약은 치료라기 보단 예방차원"이라며 "감염을 막을 수는 없지만 바이러스의 영향력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AI 확산방지와 지자체 재정부담 완화를 위해 호남지역에 특별교부세 10억원을 지원한다. 이동초소 운영과 방역약품 구입 등에 필요한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것으로 전북 5억원, 전남 3억원, 광주 2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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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환 기자 mhan@naeil.com,방국진 기자 kjbang@naeil.com,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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