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개인전'에 초대받은 박원순
을지로 철거 반대 작가들
'작가와 대화' 박시장 초청
'박원순 개인전'이 화제다. '박원순 개인전'은 박 시장이 여는 전시회가 아니다. 을지로를 사랑하는 작가들이 모여 을지로 일대 철거 문제, 도시재생을 외쳤던 박 시장식 도시개발의 현주소를 돌아보자는 주제를 담아 기획한 행사다.
박원순 개인전이 더욱 화제가 된 건 주최측이 박 시장에게 정식 초청장을 보내면서다. 박 시장이 자신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은 전시회에 참석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시회 측은 오는 23일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마련하고 박 시장을 초청하는 공문을 지난 2월 서울시에 발송했다.
박 시장측은 아직까지 전시회 참가에 부정적이다. 공간이 비좁아 좌담회가 어렵고 작품 수도 너무 적어 이른바 '모양'이 안 나온다는 이유다. 하지만 보다 큰 이유는 철거에 불만을 품은 주민과 상인들의 돌발행동이다. 박 시장을 대놓고 비판하는 자리에 굳이 갈 필요가 있냐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발상을 전환해 참석하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비판 행사에 참가해 포용력을 보여주고 만약 벌어질 상인들과 만남도 적극적으로 회피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 나쁠 게 없다는 주장이다.
주최측은 박 시장이 오면 최선이지만 오지 않더라도 그 자체가 '답변'이 된다고 말한다. 전시를 기획한 최 황 작가는 "전시 제목 자체가 이미 박 시장을 불러낸 것"이라며 "오지 않으면 그 또한 박 시장의 답으로 해석하면 된다"고 말했다. 주최측은 전시에 조롱과 비웃음이 담기지 않도록 한다는 기준을 세웠다. 전시 제목을 '박원순 개인전'이라고 정한 데도 나름의 논리가 있다. 최 작가는 "박원순과 예술, 두 단어를 빅데이터 검색해보니 그의 임기 약 2700일 동안 무려 2743건이 검색됐다. 하루에 한번 꼴이면 예술 종사자들보다 많은 것"이라며 "예술과 이렇게 자주 연관되는 사람이면 '작가'라고 부르는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11개 작품이 전시된다. 박 시장이 지난해 강북구 삼양동에 이어 올해 겨울 금천구 옥탑방을 방문하겠다는 것에서 착안했다. 지난 7년간 박 시장이 한 말, 방문 장소 등을 모아 관객 손으로 편집, 출력할 수 있는 작품도 있다. 전시장에서 만난 독일 유학생 강윤경(24)씨는 "외국의 갤러리는 다 이렇게 소규모"라며 "전시 규모를 언급하는 건 이쪽 분야를 전혀 모르는 얘기"라고 말했다.
온라인을 타고 소문이 확산되면서 전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8일 개관 후 일주일 동안 500여명 이상 관객이 찾았다. 서울대 미대 한 강의에서는 학생들에게 박원순 개인전과 국립현대미술관 '마르셀 뒤샹전'을 보고 오라는 과제를 내줬다. 최 작가는 모 미술대학 요청으로 전시 기획을 주제로 '예술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특강을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