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지만 강한기업의 비밀│(31) 아하정보통신

전자칠판 국내 1위, 비대면 기술로 도약

2020-07-15 11:10:46 게재

'스마트패스' 0.5초 내 체온 측정

성능 뛰어나 국내외 주문 쏟아져

끊임없는 연구개발로 자체기술 확보

지난달 25일 김포에 위치한 아하정보통신(대표 구기도)을 찾았다. 본사 1층 입구에 들어서자 핸드폰보다 약간 큰 발열체크기를 응시했다. 곧바로 36.4도를 표시한다.

회사가 개발한 얼굴인식 발열체크시스템 '스마트패스'(Smart Pass)다. 마스크를 착용해도 0.5초 내로 대상자 얼굴을 99%까지 판독하고, 정확하게 체온을 측정한다. 판독측정오차 ±0.3~0.5℃로 사실상 오차가 없는 셈이다.
구기도 아하정보통신 대표가 지난달 25일 전자칠판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김형수 기자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턱에만 걸친 경우 '마스크를 착용해 주세요'라는 문구가 표시되거나 음성으로 알려준다. 체온이 37.5도 이상이거나 마스크 미착용 시 출입금지 알람이 울린다.

대부분 건물입구에 설치된 열감지카메라는 산업용으로 열측정방식이 달라 사람 체온측정은 매우 부정확하다. 스마트패스의 정확한 체온측정이 확인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스마트 패스. 사진 아하정보통신 제공

현재 스마트패스는 관공서 지자체 영화관 버스 지하철 등에 설치됐다.

구기도 대표도 "스마트패스가 이렇게 잘될 줄 몰랐다"고 할 정도다. 회사 담당 임원은 300통 이상의 전화를 받고 있다.

지난 5월 출시한 후 초기 5%, 10% 늘던 주문은 최근 대폭 늘었다. 해외 주문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올해 국내 5만대, 해외 15만대 총 20만대 판매를 목표로 잡았다.

스마트패스가 기존 사업을 크게 뛰어 넘을 정도다. 지난해 회사 매출은 342억원이다. 올해는 스마트패스 매출만 1000억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고 하드웨어에 아하정보통신의 소프트웨어 기술력이 만난 결과다. 스마트패스에는 세계 1위의 얼굴인식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 센스타임(Sensetime)의 센서와 독일 하이만(Heimann)의 적외선 온도측정센서를 사용했다. 여기에 얼굴 전체를 1024개의 픽셀로 나눠 실제 체온에 가장 근접하게 찾아내는 아하의 프로그램을 적용했다.

구 대표는 회사가 코로나19에 대비한 스마트패스를 빠르게 개발한 배경으로 탄탄한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꼽았다.

아하정보통신은 비대면기기 기업이 아니다. 스마트 디지털교육기기 전문 제조업체다. 주력 제품은 전자칠판 전자교탁이다. 국내 전자칠판시장 점유율은 11년째 국내 1위다. 2019년 기준으로 39.5%였다. 세계 63개국에서 '아하 전자칠판'을 사용하고 있다.

매년 매출액 5%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한다. 연구개발 인력은 직원의 30% 비중으로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축척해 온 기술력은 100여건에 달하는 지식재산권(특허 41건, 디자인 9건, 상표 12건 등)이 걸려있는 '특허 복도'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하는 전자칠판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2006년 전자기 유도방식 터치센서 개발을 세계 3번째로 성공했다. 이듬해 LCD 태블릿 모니터 신기술인증(NEP)을 획득했다. 2015년 세계 최초로 75인치 기반 P-cap(정전용량방식) 터치 센서를 개발했다. 지난해에는 LG디스플레이와 함께 액정과 터치패널이 일체화된 인셀(In-cell)방식의 터치 센서를 공동으로 개발했다.

전자칠판에 손이나 터치펜으로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면 도화지에 색연필로 하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55인치부터 98인치의 대형 전자칠판에 4K해상도를 지원해 일반 TV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강의를 위한 PC, 마이크, 스피커 등 설비를 구축하고, 강의장 내 장비를 원격제어 할 수 있는 전자교탁도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

회사는 연내 인공지능(AI)을 적용한 스마트 전자칠판을 선보일 계획이다.

전자칠판에 AI 스피커 등을 설치해 교육효과를 높인 제품이다.

구 대표는 "글로벌 전자칠판 보급률이 34%인 데 비해 국내 보급률은 13%에 그친다"며 "전자칠판 기술을 바탕으로 디지털교육시대를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아하 창업주는 구기도 대표다. 대학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했다. 1995년 유치원용 내부 TV 방송망을 설치하는 회사로 출발했다. 장사가 잘 됐다. 돈도 제법 많이 벌었다.

사업확장 기회를 잡았다. 한 대기업으로부터 시가 37억원 어치의 CCTV를 20억원도 안되게 싸게 사들였다. 기회는 불운이 됐다. 다음날 창고에 가보니 CCTV가 모두 사라졌다. 도둑 맞은 것이다. 끝내 도둑은 찾지 못했다.

30대 초반에 구 대표는 신용이 망가졌다. 돈이 없어 카드깡을 했다. 2002년이 돼서야 빚을 다 갚았다. 그후 마음을 다시 잡고 일어서 사업아이템을 정했다. 전자칠판과 전자교탁이었다. 2007년이었다.

구 대표는 그 시절을 잊지 않는다. "그때 실패가 없었더라면 내가 버릇없는 사람이 됐었을 것이다." 그래서 '처음처럼'을 사훈으로 정했다. 초심을 절대 잃지 말자는 다짐이다.

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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