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 관객 돌파 영화 '서울의봄' … 정치권도 파장 '촉각'

2023-12-06 11:08:55 게재

전두환 일당 주도한 12.12 군사반란 그려 … 20·30대 폭발적 관심 눈길

문재인 "불의한 현실 바꾸는 힘이 되길" … 총선 앞두고 '제2광해' 될까

전두환 일당이 일으킨 12.12 군사반란을 그린 영화 '서울의봄'이 개봉 2주만에 관객 500만명을 돌파했다. 1979년에 벌어진 사건을 다루고 있지만, 2000년을 전후로 태어난 20·30대가 폭발적 관심을 보이고 있다.

조국 전 장관과 포옹하는 문재인 전 대통령 |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9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평산책방에서 포옹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민 기자


젊은 관객층이 쏟아지자 내년 총선에 미칠 영향을 놓고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개봉해 표심을 흔들었던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재연될지 주목된다.

영화 '서울의봄'은 6일 현재 506만명이 관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22일 개봉한 이후 2주만의 기록이다. 1979년 12월 전두환 일당이 일으킨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지만 관람객의 절반 이상은 20·30대인 것으로 집계된다. 전두환 일당이 최전방 부대까지 동원해 일으킨 반란을 그린 영화에, 2000년을 전후해 태어난 젊은층이 분노를 터트리며 몰리고 있는 것이다.

20·30대가 영화 '서울의봄'에 열광하자, 정치권도 그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야권에서는 젊은층의 분노에 주목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5일 영화를 관람한 뒤 SNS에 "아픈 역사일수록 우리는 배우고 기억하고 교훈 삼아야 한다. 불의한 반란세력과 불의한 역사에 대한 분노가 불의한 현실을 바꾸는 힘이 되길 기원한다"고 적었다. 문 전 대통령은 반란군에 끝까지 맞섰던 고 김오랑 소령의 부인 백영옥 여사와의 인연을 언급하기도 했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SNS를 통해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하고 화까지 났다"며 "세상은 어지럽고 경제는 어렵다. 우리 사회에 시들지 않는 소나무와 잣나무가 많아져야 한다.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있어야 우리나라가 제대로 나아갈까"라고 적었다.

야권은 '서울의봄'이 '제2의 광해'가 될 가능성을 기대하는 눈치다.

500만 돌파 | 12.12 군사반란을 소재로 한 김성수 감독의 영화 '서울의 봄' 포스터가 5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영화관 모니터에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서명곤 기자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개봉한 영화 '광해'는 1232만명이 관람하는 역대급 흥행을 기록했다. 조선시대 왕 광해를 다룬 영화 '광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케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노 전 대통령 비서실장 출신이자 당시 민주당 대선후보였던 문 전 대통령은 영화 '광해'를 본 뒤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문 전 대통령은 "영화를 보면서 노무현 대통령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고 뒤늦게 밝혔다.

박근혜정부 시절 국정원은 "'광해'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연상토록 하는 등 지난 대선 시 문재인 후보를 간접 지원했다"는 보고서를 청와대에 올린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기도 했다. 국정원도 영화 '광해'의 정치적 파장에 주목한 것이다.

여권은 "영화는 영화일 뿐"이라며 '영화의 정치화'를 경계하는 모습이다. 여권은 전두환과 '좋지 않은 기억'이 많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이던 2021년 10월 "전두환 대통령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 호남에서도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꽤 있다"며 전두환을 옹호하는 발언을 했다가, "그릇된 역사인식"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윤 대통령과 경쟁하던 원희룡 국토부장관조차 "윤 후보의 인식은 공정과 정의를 위협하였을 뿐만 아니라 헌법정신을 망각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 출신 이종명·김순례 의원은 "80년 광주폭동이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세력에 의해 민주화운동이 됐다" "종북좌파들이 판을 치며 5.18 유공자라는 괴물집단을 만들어내 우리 세금을 축내고 있다"는 망언을 했다가 당으로부터 징계를 받기도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5일 "영화는 영화일 뿐 현실정치와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며 "국민의힘은 5.18 민주화운동과 6.10 항쟁 등 현대사의 민주화운동 정신을 이어간다고 당헌에 명시해놓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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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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