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후체제 수립으로 '반기문 업적쌓기' 성공할까
반, 기후정상회의 개최 제의
이번 유엔 기후정상회의 개최는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정치적 모멘텀을 최대한 살리겠다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아이디어다. 국제사회는 주요 온실가스 배출국가가 불참해 '누더기'가 된 교토의정서 체제를 대신해 새로운 기후체제를 만들어야 할 시점에 와있다. 21세기 들어 안보문제로 떠오른 기후·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반 총장의 임무이자 업적이 될 수 있는 셈이다.
온실가스 배출의 역사적 책임이 있는 선진국들에 온실가스 감축의무를 부여한 1997년 교토의정서 체제는 미국, 러시아, 일본 등 주요 배출국의 이탈로 유명무실화됐다. 미국 등 선진국들은 중국, 인도, 브라질, 남아공 등 신흥 개발도상국들의 급격한 경제성장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를 지적하면서 개도국들이 온실가스 감축에 참여하지 않는 교토의정서 체제는 합리적이지 않다며 이 체제를 허물어뜨렸다.
2012년 더반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국제사회는 효력이 거의 다한 교토의정서의 불씨를 겨우 살려 놓는 데 성공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로 설정됐던 공약기간에 2013년~2020년 8년의 2차 공약 기간을 덧붙여 교토의정서 체제를 연장한 것이다. 총회가 열리는 동안 일본과 러시아는 기존의 교토 체제 불참 입장을 고수했고 캐나다는 종료 직후 탈퇴를 선언하면서 1차 공약기간에 참여했던 선진국이 더 빠져 나갔다.
더반 총회의 성과는 일단 기후체제의 공백을 막고 새로운 기후체제 도입을 위한 시간을 번 것이다. 더반 플랫폼에 따르면 2020년 이후 모든 당사국에 적용될 신기후체제 마련을 위한 협상을 2012년부터 개시해 2015년에 종료하고 2020년까지 각국이 비준을 해 발효시킨 후 2020년 이후에 신기후체제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새로운 기후체제에서는 선진국에만 감축 의무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각국이 자국의 역량에 맞게 감축 공약을 제시하고 그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에 동참하는 형태로 바뀐다. 교토체제에 불참했던 미국과 중국의 태도도 서서히 변화하면서 신기후체제 수립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국은 최근 셰일가스 개발로 석탄을 대체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고 있다. 또 연이어 발생한 허리케인 등의 자연재해로 기후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미국 정부의 정책도 친환경으로 변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도 대기오염의 심각성을 깨닫고 환경 문제에 적극적인 정책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중국 정부는 대기오염 개선을 위해 5년간 2770억 달러(305조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했고 심각한 오염을 일으키는 사업자에 대해서는 사형선고까지 가능하다는 조치를 내놨다.
미국과 중국이 신기후체제 수립에 동참 의지를 보이는 것은 희망적이지만 각국의 대립되는 입장을 수렴하고 타협하는 데는 여전히 난관이 예상된다. 기후변화로 인해 영토 축소와 존립의 위협을 받고 있는 군소도서국연합은 신속하고 강력한 감축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산유국 그룹은 화석연료 사용 억제 및 화석 연료 자원개발 제한에 따른 자국 손해에 대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선진국에 더 큰 책임이 있다는 개도국의 인식과 미래를 보는 중·장기적 관점을 강조하는 선진국의 입장은 여전히 간극을 보이고 있어 이 격차를 줄여나가는 것도 기후협상의 관건이다.
기후변화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대규모 자연재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반 총장이 '포스트 2020체제'를 완성하게 된다면 2016년 임기가 끝나기 전 가장 의미있는 업적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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