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학문 구조조정 미래성장동력 황폐화
작년 청년실업 사상 최악
수학·물리 등 정원 반토막
구조조정 정책이 처음 도입된 2003년부터 국내 대학들은 기초학문 학과를 줄이고 실용학문 학과를 확대해왔지만 청년실업은 오히려 악화됐다. 이 때문에 교육계 일각에서는 미래 성장동력인 기초학문만 황폐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9%를 기록했다.
2003년 이후 대학들은 수학·물리·천문·지리 등 대표적인 기초학문 학과들을 축소하고, 정밀·에너지(890.8%), 치료·보건(278.9%), 경제·경영(9.7%) 등 실용학문 학과의 정원을 대폭 확대했다. 이런 이유로 상당수 대학에서 구성원들과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중앙대는 2016학년도에 학과제를 전면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학사구조 개편안을 발표했지만 교수와 학생들이 백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화여대도 구조 개혁안 발표 이후 학생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태년 의원(새정치민주연합)에 따르면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 추진으로 인문과학 분야나 자연계열의 수학·물리·천문·지리 등 기초학문 분야는 10년 전에 비해 학과수뿐 아니라 입학정원도 크게 준 것으로 나타났다. 인문과학은 9.8%(2123명), 자연계열 기초학문은 43.3%(7635명)나 줄어 든 것이다. 반면, 동일 기간 동안 경영·경제 분야는 학과수가 163개(14%) 증가했고 입학정원도 9.7%(4409명) 늘었다. 공학계열의 정밀·에너지 분야나 의약계열의 치료·보건 분야 및 간호학과의 입학정원은 10년 전에 비해 적게는 3배에서 10배까지 늘어났다.
대학들의 이러한 학과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청년실업률은 해마다 늘어났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5~29살 청년층 실업율은 9%였다. 이는 199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이에 대해 이계우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수요측면에서는 2008년 이후 세계경제침체에 따른 기업의 신규고용 감소 등을 원인으로 들 수 있다"며 "또 경제구조 변화와 산업기술 발전으로 인해 굴뚝 없는 산업이 성장하고 기업의 일자리 내용이 변화하면서 청년층의 취업난이 더욱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기초학문에 대한 구조조정은 더욱 가속화 될 전망이다. 교육부는 지난 1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대학-산업간 인력의 미스매치가 발생하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산업 중심 정원 조정 선도대학'을 신설, 3년간 7500억원의 예산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모 지방 사립대 총장은 "기초학문 없이는 미래 창조경제는 고사하고 실용학문 발전과 산업경쟁력 강화도 기대할 수 없다"며 "대학이 기초학문을 외면하는 것은 존립 기반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값 등록금, 정원 축소 등으로 재정압박을 받고 있는 대학들이 재정지원을 받기 위해 기초학문 축소에 나설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잇따라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는 일본 지방대학들의 경쟁력에 교육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나고야대학의 경우 지난해 물리학상 수상자 아마노 히로시 교수 등 졸업생 3명, 교수 3명 등 총 6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대학이 규모와 지리적 환경이 불리한 데도 수학, 물리, 화학 등 기초과학 학과들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데 따른 결과라고 주장한다.
-공대생 비율 OECD 회원국 중 최고
-'기초' 강한 일본 지방대, 노벨상 다수 배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