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 강한 일본 지방대, 노벨상 다수 배출

2015-03-06 11:12:26 게재

'기초학문' 육성이 요인

국가경쟁력 버팀목 역할

국내 대학 특히 지방대학들이 기초학문 학과를 폐지하거나 통폐합하는 가운데 잇달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는 일본 지방대학들의 경쟁력에 교육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 물리학상 선정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아카사키 이사무 일본 나고야대 교수 겸 메이조대 교수와 아마노 히로시 나고야대 교수, 나카무라 슈지 미국 산타바버라 캘리포니아대 교수 3인을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수상으로 역대 일본계 노벨상 수상자는 22명으로 늘었으며 이중 물리·화학·생리의학 등 과학분야 수상자가 19명이 됐다. 수상자 13명이 2000년 이후 배출됐다.

특히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들에는 도쿄 등 대도시 소재 명문대 출신뿐 아니라 지방대 출신들이 다수 포함돼 눈길을 끌고 있다.

나고야대학의 경우 지난해 물리학상 수상자 아마노 히로시 교수 등 졸업생 3명, 교수 3명 등 총 6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 2000년 이후 노벨상을 수상한 13명 중 절반 가까이가 이 대학과 관련이 있다. 나고야대학의 학생 수는 대학원생 6000여명을 포함해 1만6000명에 불과하다. 재학생의 80%가 나고야시가 있는 아이치현 등 주변 4개 현 출신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취업이 어렵고 비인기학과라는 이유로 물리학과, 화학과, 수학과를 잇따라 없애거나 통폐합하는 국내 대학 특히 지방대학에게 던지는 시사점이 크다. 과학계에서는 기초과학 중에도 기본인 이들 학과의 축소가 장기적으로 국가경쟁력의 뿌리를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 지방사립대 총장은 "학생충원율이나 취업률 등 획일적인 성과지표를 중심으로 대학을 평가하고, 학과 통·폐합 등 학사 구조개편 실적을 재정지원사업 평가에 반영하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세계 3위 경제대국 일본의 밑받침이 되는 기초과학 기술은 일본 특유의 장인정신과 현장 중심의 연구 환경 그리고 정·재계의 전폭적인 지원에서 비롯된 산물"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의 한해 연구·개발(R&D) 비용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2%인 2000억달러(약 215조원) 규모다. 이는 한국의 4배 가량이다. 이 덕분에 일본 과학자들은 7~10년 동안 연구비 걱정 없이 한가지 연구를 할 수 있다. 특히 일본 정부는 단기간에 가시적 성과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이런 투자는 결국 국가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물론 노벨상 수상 실적이 그대로 과학기술 수준의 척도가 되는 것은 아니다. 노벨상 수상자를 한명도 배출하지 못한 우리나라가 반도체·IT·조선분야에서 세계 최정상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은 기초과학 경쟁력을 기반으로 기초·소재산업에서 세계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국제경쟁력을 확보한 국내기업 중 상당수도 일본 기업으로부터 주요소재를 공급받고 있다.

'볼트·너트' 등 부품소재만을 다루는 일본 중간재 기업의 2012년 무역수지는 1370억달러(약 147조원)에 달한다. 경제성장을 주도했던 전자산업 등이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함에도 기초과학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들이 일본경제의 추락을 막는 버팀목 역할을 해 왔던 것이다.

[관련기사]
-기초학문 구조조정 미래성장동력 황폐화
-공대생 비율 OECD 회원국 중 최고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장세풍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