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받지 않는 권력, 사학 ②│제멋대로 교사 채용하는 비리 사립학교들
남편이 면접보고 부인 임용하기도
친인척 채용, 돈·청탁에 교단 무너져 … 서울시교육청 '공동선발제' 추진
사립 초·중·고교의 교사 채용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 사립학교 법인이 친인척을 교원으로 채용하거나 돈이나 청탁을 받고 시험문제를 사전에 유출하는 등 부당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부산의 한 중학교에서는 교사를 채용하면서 응시자의 남편이 면접위원으로 참가해 물의를 빚었다. 이 학교는 설립자의 장녀이자 법인이사를 채용하기로 내정하고 면접위원으로 응시자의 남편(같은 법인 산하 고교 교장)을 위촉했다. 이 학교 이사이기도 한 응시자는 2012년 6월 교원채용 계획을 심의 의결하는 이사회에 직접 참석해 출제위원, 채점위원 선정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 사전에 합격을 내정해놓고, 남편은 면접위원으로 참여했으며 응시자가 자신이 직접 채용절차에 관여한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기간제 교사에 돈 요구도 = 경쟁자들의 지원을 막는 방법을 동원한 사학도 있었다. 충남지역의 한 사학은 이사장의 딸을 채용하기 위해 최소 30일 이상 모집 공고를 해야 하는 규정을 어기고 7일간만 공고를 했다. 이 때문에 지원자는 2명뿐이었고, 당연히 이사장 딸만 합격했다.
또 다른 고등학교는 행정실장으로 일하던 설립자의 아들을 임용과정을 거치지 않고 윤리교사로 전직임용하기도 했다.
경기도의 한 특수학교는 이사장과 교장이 정규교사 2명과 기간제 교사 6명 등 8명의 합격자를 미리 내정했다. 이들은 합격자들에게 문제지와 빈 답안지를 미리 건네주고 답안을 작성해 오게 했다. 지필고사와 면접이 끝난 후 미리 작성된 답안지와 시험장에서 작성한 답안지를 바꿔치기하는 수법으로 이들을 합격시켰다. 합격자 중에는 이사장의 딸과 예비사위, 교육청 장학관의 아들, 이사장의 친인척이 청탁한 응시자 등이 포함되었다.
최근에는 서울의 한 사립고 교감 황 모씨가 기간제 교사들로부터 금품을 받고 정교사로 채용한 사건이 발생했다. 황씨는 금품을 건넨 합격자들에게 전공 시험 출제 영역과 출제 비율을 미리 알려주고 논술 시험의 지문 저자를 사전에 유출했다. 실제로 황씨에게 돈을 건넨 교사들의 경우 전공 시험이나 논술 시험에서 1등을 차지했다.
이처럼 교사 채용비리가 끊이지 않는 데에는 족벌체제로 운영되는 사립학교 법인이 투명하지 못한 방식으로 직접 임용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지역 한 사립고 교사는 "초·중·고교의 교사 임용과정은 대학에 비해 감시의 눈길이 적어 외부에 거의 노출되지 않는다"며 "재단이 이를 학용하지 못하도록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부정한 방법으로 임용된 교사들은 공범의식에 따라 재단의 또 다른 비리를 돕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부정 임용자 퇴출시켜야 =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공동선발제'를 추진하고 있다. 1차 필기시험을 교육청에 위탁해 공동으로 실시한 후 합격자를 대상으로 면접을 실시해 건학 이념에 맞는 교원을 선발하는 방식이다. 공동선발제가 확산되면 사립학교의 행정·재정적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우수한 교원을 선발할 수 있다는 것이 서울시교육청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광성학원, 동원학원, 배화학원, 보성학원, 성암학원 등 5개 학교법인과 사립학교 교사 임용시험 위탁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사학재단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또한 부정한 방법으로 임용된 교사를 교단에서 퇴출시키는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유은혜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지난해 사립학교법 일부개정법률안과 교육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법안은 사립학교 교원 채용과정에서 부정이 발생하면 국·공립학교 교원처럼 임용을 취소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또 부정행위자의 응시제한 기간을 현행 2년에서 5년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 사립학교법에는 교사 채용 과정에서 부정이 저질러져도 부정합격자에 대해서 임용을 취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어 교육청이 이를 강제할 수 없다.
유은혜 의원은 "부정한 방법을 통해 채용된 교사는 능력은 물론 건전한 민주시민을 육성하기 위한 우리 교육의 목표에도 부합하지 않으므로 교단에 머물게 해서는 안된다"며 "부정한 방법으로 사립학교 교원으로 채용되는 것에 대해 엄두를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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