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양병원 불법행위 종류도 '천태만상'
지난해 5월 발생한 장성요양병원 화재사건은 요양병원과 노인장기요양제도의 문제점을 여실히 드러내 보였다. 사무장병원인 데다, 인력기준도 지켜지지 않았다.
정부는 이 사건 이후 요양병원에 대한 대책을 쏟아냈다. 하지만 민간요양기관의 난립과 과잉 경쟁으로 불법행위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건강세상네트워크가 조사 발표한 요양병원 권익실태를 보면, 요양기관들이 수익창출을 위해 환자유인알선 행위를 하거나, 환자가 부담해야하는 부담금을 면제해주면서 입원을 유도하는 등 불법행위가 비일비재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아래 인용한 사례는 건강세상네트워크 자료 등에서 수집한 것이다.
◆환자 유인·알선 행위 = 의료법상 의료기관인 요양병원은 환자들을 유인하거나 알선할 수 없다. 하지만 서울역, 영등포역 등 노숙자가 많은 지역에서 노숙인에게 접근해 거처나 담배, 술, 물품 등을 제공하면서 요양병원에 입원시킨 후 요양급여를 부당하게 받아내고 있었다.
"영등포역에서 노숙하던 49세 한 남성은 병원에 가면 밥도 주고 수급자를 만들어 주겠다는 말을 듣고 인천 계산동에 있는 A요양병원을 두 번이나 갔다. 두 번째에 갔을 때 나가겠다고 하자 '여기 들어오면 3개월은 있어야 한다'는 답을 들은 후 2층 폐쇄병원에 입원조치 됐다."
"서울역에서 노숙하던 43세 한 남성은 노숙에 지쳐 있는 상태에서 쉬고 싶은 생각에 병원에 가자는 말을 듣고 따라갔다. 평소 용혈성빈혈을 앓고 있던 그는 알코올환자가 아님에도 실장이라는 사람이 와 알코올검사를 했다. 전날 먹은 술기운이 있어 약간의 수치가 나왔다. 그는 의사면담이나 서류작성 없이 2층 폐쇄병동으로 보내졌다."
◆본인부담금 면제 = 건강보험의 법정본인부담금을 요양병원에서 임의로 면제하고, 우울증 등 질병을 허위로 조작해 환자로 둔갑시킨다. 이런 경우 실제 투약까지 이뤄져 건강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
"일용직으로 일하던 50세 남성은 '병원에 가면 무료로 숙식제공하고, 3개월 생활하면 수급자를 만들어주니까 가자'는 말을 듣고 따라 갔다. 가는 도중에 '술은 좋아하지만 입원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하니, '하루에 5병 이상 먹지 않으면 잠이 안오고 우울증이 있다고 말하라'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는 그대로 원장에게 말하고 입원했다. 그는 4년 이상 건강보험을 내지 않은 상태였지만 입원하는 동안 병원비를 내라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폭행 및 신체 억제대 오남용 = 요양병원에서 폭행 협박 감금 등 환자의 인권이 침해당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 '신체억제대를 환자나 보호자의 동의 없이 사용하는 것은 신체의 자유를 억압하는 행위'라며 국가인권위원회가 요양병원과 지자체장에게 개선을 권고한 바 있지만 기관에서는 버젓이 사용되고 있다.
"노숙하던 36세 한 여성이 요양병원의 안내대로 병원으로 전입신고를 했다. 어느 날 외출 도중 술을 마시고 돌아왔는데 남자 보호사들이 손발을 묶으려 해 소리를 질렀다. 보호사들이 독방으로 끌려가 무릎으로 배를 누르면서 뺨을 때리고 안정제를 놓았다. 이 여성은 지금도 그때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환자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 요양병원에 유인되어 온 노숙인 등을 대상으로 노동행위를 강요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대부분 또 다른 노숙인을 데려 오는 일을 시킨다. 정상적인 고용관계가 이뤄질 수 없고 당연히 임금지급도 없다.
"50세 한 남성은 요양병원에 있으면서 노숙인들을 병원으로 데려오는 일을 했다. 처음에는 거부했으나 첫달 30만원, 다음달부터 80만원을 주겠다기에 시작했다. 병원측에서는 '술을 최대한 많이 먹여 데려 오라'고 했다. 또 다른 노숙인을 데려오면 보호사들이 바로 폐쇄병동으로 입원시켰다. 나중에 병원과 다퉈 나오게 되면서 급여를 계좌로 보내달라 했지만 받지 못했다."
◆병명 조작 및 불필요한 치료 권유 = 평소 알코올 및 정신질환이 없는 환자에게 투약은 물론, 알코올 섭취량을 늘려 입원시키는 사례도 빈발한다. 실제 질병이 없는데도 거짓으로 조작해 진료비를 청구하거나 부차적인 치료를 계속 권유하는 경우도 있다.
"50세 한 남성은 당뇨와 고혈압 합병증으로 대학병원에 입원 치료한 후 퇴원했다. 혼자 생활하기 어려워 요양병원에 입원했다. 병원에서는 3개월 동안 꾸준히 재활치료를 안내했다. 만성질환자이지만 병원에서 하라는 대로 했다. 그런데 옆 환자에게도 마찬가지로 안내하고 있었다. 나중에 본인부담금이 늘어나서 항의했더니 다른 병원보다 싸다는 대답을 들었다."
◆시설과 환자 안전 취약 = 본래 병원기준으로 만들어지지 않은 모텔이나 예식장 등을 변조해 요양병원을 개원한 경우 시설부실이 환자 안전 취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노인성 질환 환자들은 식이요법이 중요하다. 하지만 요양병원이 비용을 줄이기 위해 식사의 질이 개선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밥의 질이 떨어져 당뇨환자가 저혈당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만성질환 환자들은 영양공급이 진짜 중요하다. 병원에서는 식재료를 1200원 정도 돼야 남겨 먹을 수 있다고 계산하고 있다. 거의 대부분 환자들이 한 두 숟가락밖에 먹지 않는다. 대신 매점에서 빵, 라면을 사먹는다. 반면 경쟁관계에 있는 병원이 부근에 있으면 식사질이 달라진다. 그렇지 않으면 환자들이 옮기니까 환자들을 붙드는 방법으로 식사질을 담보하고 있다."
◆늘어나는 비급여 행위 = 비급여 행위는 특히 암환자 전문을 표방하는 경우 많이 발생하고 있다.
"모 병원에 고주파 운영기라고 있다. 1회 30만원인데 그 병원은 병원 내 실버타운을 조성한다. 원룸 식으로 목욕 등을 할 수 있다. 이게 다 비급여이다. 총액 500만원 이상 수가를 올려주면 그 실버타운 방에 들어 갈 수 있는 권리를 준다."
◆허위 부정 청구 = 요양병원에는 폐결핵 환자를 폐렴과 폐혈증으로 진단하는 경우가 많다. 폐결핵 약을 쓰면 병원이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허위진단에 부당 청구가 이뤄지는 것이다. "노숙인을 환자로 둔갑시키고, 교회와 병원이 결탁해 환자를 사고 판다. 화성 쪽 어디는 9층건물 중 3개층에 노숙인을 입원시켜 놓았다. 노숙인들에게 고혈압, 당뇨 등의 병명을 붙이고 오전에 퇴원했다가 저녁에 다른 질병으로 입원하기를 반복한다. 이런 식으로 병명과 내원일수를 조작한다. 당연히 진료비는 부당청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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