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1년 점검 │① 성과
'공정경쟁'이 가능해졌다
문체부 모니터링, 지역서점 매출올라
소형출판사 책 베스트셀러 늘어
오는 21일이면 개정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지 1년이 된다. 출판·서점계가 뜻을 모아 가격 할인율을 15%로 제한하고 정가제가 적용되는 책과 기관을 확대했다.
1년이 지난 현재 개정 도서정가제는 어느 정도 자리 잡았다는 평이 주를 이룬다. 가격 경쟁이 아닌 질적 경쟁이 가능해져 소규모 출판사와 지역서점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여전히 온라인서점·대형서점에 유리한 공급률 구조, 정가제 적용 기관이 된 도서관 예산 확보 등은 과제로 남았다.
내일신문은 '개정 도서정가제 1년 점검' 기획을 통해 개정 도서정가제의 성과와 과제, 도서관에 미친 영향을 짚는다. 이어 정가제 시행의 궁극적인 목표인 '책 읽는 사회'를 조성하기 위한 바람직한 방향을 살핀다. <편집자주>
개정 도서정가제로 얻은 최고의 성과는 '공정경쟁'이 가능해졌다는 데 있다. 대형 출판사에 치이던 소형 출판사, 온라인서점·대형서점에 밀리던 지역서점들이 '가격'이 아닌 '내용'으로 경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울러 12일 문화체육관광부 '출판시장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정가제 시행 이후 책값이 떨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 할인은 확대되는 추세다.
◆가격 아닌 '내용' 경쟁 가능해져 =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중소형 출판사의 책이 증가했다. 정가제 도입으로 가격 경쟁이 아닌 가치·질적 경쟁이 가능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온라인서점 예스24에서 11월 둘째 주 기준, 37주째 1위를 하고 있는 책은 '미움받을 용기'다. 이 책은 대형 출판사가 아닌 신생 출판사 '인플루엔셜'이 펴냈다. 컬러링 책 열풍을 몰고 온 '비밀의 정원(클)'이나 1권에 이어 2권까지 성공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한빛비즈)'도 대형 출판사의 작품은 아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카시오페아' 등 대중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출판사의 작품들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는 경우가 확실히 늘었다"면서 "대형 출판사들이 가격 할인을 통해 물량공세를 하면 작은 출판사들은 당해낼 수 없었는데 이제는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하게 됐다"고 말했다.
지역서점들은 정가제 시행 1년 만에 매출이 증가했다. 문체부에 따르면 지역 거점 중형서점과 지역서점에서 책을 구매하는 지방자치단체 소재 소형서점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부터 지난달 31일까지 약 11개월 동안 출판·서점계 10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개정 도서정가제와 이를 바탕으로 한 후속 조치들이 지역서점을 활성화하는 데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양수열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정무위원장은 "중형서점을 중심으로 3~5% 매출이 늘었다"면서 "최소한 독자들이 지역서점에 들러 책 내용을 본 이후 온라인서점에서 해당 책을 구매하던 행태는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가 지역서점에서 책을 구매하거나 문체부의 지원으로 문화융성카드가 출시돼 지역서점에서 카드할인이 가능해진 점 등은 긍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출판·서점계는 개정 도서정가제에 긍정적인 의견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체부에 따르면 개정 도서정가제를 유지, 또는 강화하자는 의견은 67.6%에 달했다. 이 중 38.8%는 무할인을 원칙으로 하는 '완전 도서정가제'를 지지, 보다 강력한 정가제 도입을 원했다.
◆책값 하락폭 갈수록 확대 =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책값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평균정가에 비해 6% 넘게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체부에 따르면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지난달까지 약 11개월 동안 신간 단행본의 평균정가는 1만7916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비슷한 책들의 평균정가 1만9106원보다 6.2% 하락했다.
평균정가 하락폭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어 긍정적으로 풀이된다. 지난 6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밝힌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6개월 출판·유통계 및 시장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지난 3월까지 평균정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2% 하락했다.
또 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D+100일 모니터링 결과'에서는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 지난 2월까지 평균정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2% 하락한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할인경쟁 제한에 따라 광폭할인이 불가능해져 책값의 거품이 해소됐고 신간 평균정가가 하락함에 따라 책값 안정화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
['개정 도서정가제 시행 1년 점검'연재기사]
- [① 성과] '공정경쟁'이 가능해졌다 2015-11-13
- [② 도서관에 미친 영향] 책 구매량 줄어들면서 대출권수도 줄었다 2015-11-16
- [③ 과제 - 공급률 조정] "정가제 이익 출판사도 공유해야" 2015-11-17
- [④ 과제 - '책 읽는 사회' 만들기] "독자가 작품에 반하게 만들자" 2015-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