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가격 더 내려가야" 66.1%

2016-01-04 13:14:18 게재

GDP 대비 땅값 배율 2007년 이후 4배 웃돌아

경제전문가들도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이 비싸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내일신문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디오피니언에 의뢰한 경제전문가 조사 결과를 보면 설문조사에 응한 274명의 경제전문가 중 181명이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의 적정성을 묻는 질문에 더 하락해야 한다고 답했다. 경제규모나 소득수준에 비해 부동산가격이 높다는 인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널리 퍼져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금이 적정하다는 응답은 25.5%에 그쳤고 더 상승해야 한다는 답변은 4.0%였다.


부동산 가격이 지금보다 더 하락해야 한다는 생각은 정치성향과 상관 없이 퍼져 있었다.

보수 성향의 전문가 중에서도 52.2%가 부동산 가격이 더 하락해야 한다는 데 손을 들었고, 중도성향(70.4%)과 진보성향(72.0%) 전문가들은 압도적으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해야 한다고 봤다.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이 비싸다는 것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땅값을 보면, 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토지자산은 2013년말 기준 5848조원으로 2008년말 대비 35.5% 증가했다. 이는 같은 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1429조원)의 4.1배 수준이다. 우리나라 경제규모의 4배가 넘는 돈이 있어야 우리나라 전체 땅을 살 수 있다는 뜻이다. 이는 토지자산에 대한 통계를 내놓고 있는 호주(2.5배) 캐나다(1.3배) 일본(2.4배)에 비해 높은 수치다.

GDP 대비 토지자산 배율은 2007년 4.0배로 뛰어오른 뒤 금융위기 여파가 미친 2008년을 제외하고는 한 번도 그 밑으로 내려간 적이 없다. 땅값이 떨어질라치면 부동산 경기 연착륙이라는 명분으로 부양책이 뒤따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역시 대한민국을 뜨겁게 달군 경제이슈가 부동산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GDP 대비 토지자산 배율은 더 높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땅값과 함께 집값 역시 올랐음은 물론이다. 지난해는 앞서 2014년 8월 단행된 부동산 대출 규제(총부채상환비율·담보인정비율) 완화가 본격적으로 효력을 발휘하면서 주택경기가 금융위기 이후 최대 활황을 보인 해였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주택거래량은 110만6000건으로 이미 전고점(2006년 108만2000건)을 넘어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택거래량 증가로 지난해 1년간 전국 집값은 평균 3.51% 올랐다. 이는 2014년(1.71%)보다 상승폭이 2배 이상 높아진 것이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은 4.37% 올랐고, 지방은 2.73% 상승했다.

집을 빌리는 값도 훌쩍 올라 지난해 전셋값은 전국 평균 4.85%(수도권은 7.14%) 뛰었다.'미친 전셋값'이라는 말이 이상하게 들리지 않은 한 해였다.

이처럼 부동산 가격이 이미 높은데도 더 올리는 정책이 경제정책의 핵심이었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평가는 냉정할 수밖에 없었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의 적절성을 묻는 질문에 '적절하지 않다'는 대답이 70.1%나 나왔다. 적절하다고 답한 비율(27.0%)의 2배를 넘는다. 부동산 가격 떠받치기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이 압도적으로 부정적 평가를 한 셈이다.

이런 여론은 부동산 정책에도 반영될 전망이다.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지금 부동산 부양 등 단기적인 조치만으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기존의 정책들이 설 자리를 잃고 있기 때문이다. 총부채상환비율·담보인정비율 규제 완화는 여전하지만 금융위원회의 올해 3월부터 시행되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의 여파로 증가일로던 가계빚은 증가세가 둔화될 전망이다. 빚에 의지해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동산 가격도 상승세가 둔화되리라는 전망이 대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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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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