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는 지자체'를 만나다 | ④ 전라북도 완주군

"도서관은 주민들 소통 공간"

2016-04-11 10:56:02 게재

귀농인구 적응에 도서관이 역할 … 아침마다 '북모닝 아침독서'

시민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지적이 계속된 지 오래다. 2015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서 지난 1년 동안 1권 이상의 책을 읽은 성인은 100명 중 65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70%가 넘는 시민들은 1년 동안 한 번도 공공도서관을 이용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장이 도서관·독서 정책에 얼마나 관심을 기울이는가에 따라 시민들의 독서율은 높아질 수 있다. 특히 기초 지자체장이 의지를 갖고 독서 정책을 펼칠 때 해당 지역의 주민들은 보다 가까이에서 쉽게 책을 접하고 함께 읽고 토론할 수 있게 된다. 내일신문은 도서관·독서 정책에 집중하는 기초 지자체를 취재, 모범 사례를 공유한다. <편집자주>
 

박성일 전라북도 완주군수. 사진 이의종

"도서관은 단순히 책 읽는 공간이 아닙니다. 아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주민들이 독서 문화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다양한 사안에 대해 교류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 돼야 합니다." 7일 방문한 완주군청에서 만난 박성일 전라북도 완주군수의 도서관에 대한 철학이다.

박 군수는 "도서관에 길이 있고 인생이 있고 미래가 있다"는 확고한 가치관을 바탕으로 도서관 강화 정책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1관당 봉사대상인구 1만9090명

완주군은 '책의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구 9만5450명의 완주에는 공공도서관이 5곳이나 있다. 1관당 봉사대상인구가 1만9090명이다. 완주군과 전주시에 걸쳐 있는 전북혁신도시에 55억원 규모의 공공도서관을 건립할 계획도 갖고 있다.

2014년에 발표된 제2차 도서관발전종합계획(2014~2018)은 2018년까지 1관당 봉사대상인구 4만5000명을 목표로 한다. 1관당 봉사대상인구 수만 봐도 완주군의 도서관 정책이 얼마나 앞서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완주군은 공공도서관이 없는 읍면에는 작은도서관을 건립하고 이마저 힘들 경우 학교도서관을 개방하도록 하는 '학교마을도서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작은도서관 수는 9곳, 학교마을도서관 수는 4곳에 이른다. 군 내 어느 지역에 살더라도 가까이에 도서관이 있는 셈이다.

완주군은 도서관 인프라만 확충한 것이 아니라 도서관 내 프로그램, 동아리 활동 등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각 도서관별로 영유아부터 어르신까지 대상별 수십개의 독서 문화 프로그램을 개발, 운영하고 독서회에는 연간 일정 금액을 지원, 저자 강연을 듣거나 문학기행을 다녀올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완주군의 경우 해마다 1000명씩 아이들이 태어나고 귀농, 전북혁신도시 등의 영향으로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귀농인구의 적응에 도서관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귀농인구의 경우 2015년에 1200세대 2500명에 이르는데 이들은 도서관을 방문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보다 쉽게 농촌 생활에 적응하고 있다.

박 군수는 "귀농하신 분들이 지역발전에 적극적이고 독서, 도서관 문화 형성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해 이끌어가고 있어 완주에 큰 동력이 된다"면서 "이들을 포함, 이용자들이 요구 사항들을 제시하면 도서관은 이를 적극 반영, 보다 많은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도서관이 실질적으로 주민들의 소통을 돕는 '커뮤니티센터' 역할을 하는 셈이다.

'기부리더 기부리딩' 캠페인에 사용되는 저금통.

책 읽으면서 기부하는 '기부리딩 기부리더' 캠페인

도서관 정책을 강화하기 위해 박 군수는 최근 교육지원과를 신설하고 그 안에 도서관팀을 만들어 전문적으로 도서관 정책에 집중할 수 있게 했다. 군 소속 사서 수는 9명으로 2016년에 4명을 더 늘린다. 2016년 도서관 예산은 조성 예산을 포함, 25억이 책정됐다. "예산이 없어 일 못한다"는 말은 나오지 않는 투자다.

박 군수는 "고산도서관을 방문했을 때 1년에 900권을 읽은 '책읽는가족'을 보고 굉장히 감명을 받았다"면서 "도서관이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예산을 많이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민들이 도서관에 만족감을 느끼면서 군의 다른 정책에도 관심을 가지는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완주군은 생활 속에서 책을 가까이 하는 정책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북모닝 아침독서'다. 오전 8시 30분 북모닝 알람이 방송에서 나오면 군청 직원들은 10분 동안 독서에 시간을 할애한다. 이를 위해 직원들이 쉽게 책을 대출할 수 있도록 각 층마다 간이도서관인 '북큐브'를 설치하고 수십권의 책을 꽂아뒀다. 직원들은 무인 대출대장에 기록을 남기는 방식으로 북큐브를 활용한다.

이달부터 완주군은 '기부리딩(Reading) 기부리더(Reader)'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 1쪽을 읽을 때마다 10원을 기부통장에 모아 국민독서진흥회에 보내면 국민독서진흥회에서 일정 금액을 더해 완주군 내 지역아동센터 등 필요한 곳에 책을 기부한다.

박 군수는 "책은 가까이에 있어야 읽게 되기 때문에 아침독서 운동을 하고 있다"면서 "15쪽을 읽고 기부하는 등 기부리딩 기부리더 캠페인에 참여하면서 책을 더 가까이 하게 됐다"고 말했다.

앞으로 완주군은 생애주기별 독서 문화 프로그램에 보다 관심을 기울일 계획이다. 인구의 20%에 달하는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활발하게 도서관을 이용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박 군수는 "자서전쓰기 프로그램 등 어르신을 위한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어렸을 때부터 책과 가까이 할 수 있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등 생애주기별 프로그램을 강화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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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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