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탐방 │은평구립 구산동도서관마을

주택의 벽면 살린 '책복도'를 거닐다

2016-08-22 10:09:49 게재

지난 7월 27일 방문한 구산동도서관마을은 외관부터 독특했다. 8채의 주택을 헐고 이어 지은 도서관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일반적으로 볼 수 없는, 비정형화된 건물이 이용자들을 반겼다.

구산동도서관마을의 상징이 된 '책복도'. 주택의 벽을 그대로 살려 책꽂이를 설치했다. 사진 이의종


도서관 내부 역시 주택을 그대로 살리고자 했다. 주택의 벽을 그대로 살리고 벽을 따라 책꽂이들을 배치, 구산동도서관마을의 특징인 '책복도'가 탄생했다.

작은 방들이 있던 주택의 특성상 기존의 도서관과는 다른, 숨은 공간들도 많이 있었다. 작은 공간들을 하나도 허투루 쓰지 않은 사서들의 노력 덕에 한 공간, 한 공간은 '앙글방글 그림책방' '꿈꾸는 문학방' '책읽는 다락방' '책읽는 건넌방' 등 이름도 아기자기한, 알찬 공간으로 거듭났다.

구산동도서관마을은 '청소년' '마을' '만화'에 중점을 둔 운영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공공도서관에서는 보기 드물게 청소년을 위한 공간을 따로 마련하고 장서를 구비했다. 공연과 영화상영, 세미나를 하고 때론 왁자지껄 놀 수 있는 공간인 '청소년 힐링캠프'라는 공간도 갖췄다.

특히 '마을'에 중점을 둔 것은 구산동도서관마을의 미덕이다. 공공도서관의 존재 이유가 '마을'에 있다는 점을 착안, 은평구의 역사, 사람들 등 책을 중심으로 은평구의 모든 것을 기록, 수집하는 공간을 가꾸고 있다. 사서들은 은평구민들을 인터뷰해 정리하고 은평구를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시민단체들을 만난다.

'만화'도 구산동도서관마을을 대표하는 장서다. 만화를 보러 온 시민들이 다른 장르의 책들까지 읽게 된다는 것이 사서들의 설명이다.

함께 하는 것이 결정된 이후 리모델링된 주택 건물에 장서를 어떻게 꽂아야 할지 막막했다던 이종창 관장은 '사서·컬렉션·소통 중심의 도서관'이라는 3가지 방향성을 갖고 도서관을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사서들이 지식정보과 이용자들의 소통을 촉진하는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는 얘기다. 여기에 사서들이 선보이는 '컬렉션', 즉 주제별 장서들이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관장은 "도서관을, 책을 읽고 토론하는 공간, 지식과 정보가 이용자들과 소통하는 공간, 그 소통을 사서가 촉진하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한다"면서 "시대적 상황이나 지역 주민의 요구에 맞게 연관된 장서들을 보여주는 컬렉션을 운영하고 있으며 다른 도서관들에 비해 사서들을 전진 배치, 이용자들과 가깝게 소통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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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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