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에 의한, 미르를 위한 사업'

코리아에이드 폐기론 높아진다

2016-10-26 10:53:47 게재

인의협 "국제원조원칙 무시 … 무지하고 오만해"

"미르 나서자 국무총리, 법적 근거 없이 결정 뒤집어"

'미르재단에 의한, 미르재단을 위한 사업'이라는 의혹이 제기된 코리아에이드 사업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높아지고 있다.

코리아에이드 사업은 공개된 직후부터 급조된 이벤트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이 사업이 국가사업에 포함되기 전부터 관여한 것으로 확인된 미르재단을 놓고 비선실세 최순실씨 관련 의혹이 눈덩이처럼 부풀어 오르면서 폐기론이 더욱 설득력을 얻는 모습이다.

25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는 성명을 내고 "미르재단 주도로 진행된 '코리아에이드' 사업은 해당 국가의 보건의료체계 발전계획에 부합해야 하며, 보다 책임있고 지속적인 방식으로 자원과 노력을 제공해야하는 국제개발협력사업의 기본 원칙조차 지키지 않은 무지하고 오만한 사업으로 당장 폐기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코리아에이드 사업은 순회 차량 10대를 활용해 진료서비스, 한식, 문화콘텐츠를 현지인에게 제공하는 국제개발협력 사업이다. 이른바 한국의 보건(케이메딕·K-Medic), 음식(케이밀·K-Meal), 문화(케이컬처·K-Culture) 등 한류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에티오피아 우간다 케냐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한 바 있고 내년에는 캄보디아 라오스 탄자니아까지 확대하기로 예정돼 있다.

이에 대해 의사로서 국제개발협력 학위과정을 밟고 있는 김새롬 인의협 회원은 "한 달에 한 번 방문하는 검진차량의 보건의료 서비스는 지역 주민의 건강상태나 보건의료 상황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기는 커녕 현지 보건의료체계를 교란시킬 가능성이 더 크고 지속가능하지 않다"면서 "아프리카의 많은 어린이들이 만성 영양실조와 당장 치료를 요하는 급성 영양실조에 걸려 있는 상황에서 비빔밥과 쌀과자를 제공해 이를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국제사회의 실소와 비난을 받을 뿐"이라고도 지적했다.

코리아에이드 사업의 내용뿐 아니라 사업의 진행 과정이 비상식적이었다는 점도 폐기론의 근거다. 인의협은 "코리아에이드 TF 회의, 쌀과자(케이밀) 제작 및 사업체 선정, 보건동영상 제작 등의 광범위한 과정을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과 차은택 감독이 주도했다고 이미 국정감사에서 밝혀졌다"며 "코리아에이드를 둘러싼 의혹과 비리는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선숙 의원(국민의당·비례)에 따르면 코리아에이드 사업은 당초 국무총리실 산하 국제개발협력위원회가 심의한 2016년, 2017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 어디에도 명시된 적이 없는 뜬금 없는 사업이었다. 그런데 국무총리실은 2017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이 의결된 지 3개월 만에 코리아에이드 사업이 포함된 수정안을 만들어 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시행계획은 계획을 수정할 수 있는 절차 규정이 전혀 없는데도 아무런 법적 근거 없이 수정했다"면서 "미르재단이 먼저 움직이고 정부는 따라가고 있다. (정부가) 미르재단을 밀어 주기 위해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을 벌였다"고 비판했다.

코리아에이드 사업에 미르재단이 깊숙이 관여하고 있고 이를 정부가 지원 또는 묵인했다는 정황은 이밖에도 넘쳐난다. 미르재단은 지난 4월 코리아에이드 사업의 한 축인 케이밀사업 중 쌀가공식품 가공업체로 선정된 바 있는데 이미 훨씬 전인 2015년 11월부터 아프리카 원조사업에 쌀가공식품을 지원할 목적으로 이화여대와 함께 제품개발을 추진한 것이 확인됐다. 또 올 1월부터 7차례 개최된 관계부처 회의에 미르재단 관계자가 참석하기도 한 사실도 국정감사 과정에서 확인됐다.

그 외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5월 아프리카 방문 당시 치러진 코리아에이드 출범식 기념 문화공연의 태권도 시범공연이 미르재단의 쌍둥이 단체로 알려진 K스포츠재단이 진행한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코리아에이드 사업의 내년 예산을 편성하는 과정에서도 법절차는 무시됐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내년 예산 분석보고서에서 "(코리아에이드 사업의) 수행주체인 한국국제협력단은 기본적인 사업 선정 절차인 사업타당성조사 및 사업심사위원회 심의 등을 완료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신규 개발사업 선정을 위해서는 사업타당성 조사와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2017년에 신규 추가된 탄자니아, 캄보디아, 라오스에 대한 사업타당성조사가 최종 완료된 시점인 9월말 10월초보다 앞선 8월말경 이미 국제개발협력위원회에서 신규사업으로 선정해 예산을 편성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이처럼 코리아에이드 사업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지만 외교부는 꿈쩍하지 않고 있다.

25일 외교부 당국자는 "코리아에이드 사업은 수원국 정부와 주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현지 여건과 수요를 반영해서 보완 진화시켜나갈 것이라는 기존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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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박소원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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