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얼굴도 못봤다"

2016-10-26 11:05:02 게재

대통령 참모들 "허탈"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측근으로 상당히 오랜 기간, 국정 깊숙히 관여한 것으로 속속 밝혀지는 가운데 박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정치권 참모들조차 "최씨의 얼굴도 본 적이 없다"며 허탈해하는 분위기다. 비선실세의 의한 국정농단은 "상상도 못했다"며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최씨는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 봐도 대선 전후 상당히 오랜 기간동안 선거와 국정에 개입해왔다. 선거캠프와 정부에서 아무런 직책을 맡고 있지 않았지만 그에게는 국정의 핵심문건이 무더기로 전달됐고 그의 검토를 받은 자료는 고스란히 국정에 반영됐다. 야권은 "국정농단" "헌정문란"이라고 비판하고 여론은 "탄핵감"이라고 들끓는다.

하지만 박 대통령의 정치권 참모 대부분은 "최씨를 전혀 몰랐다"고 토로한다. 2007년 대선 경선부터 박 대통령을 도왔던 한 참모는 "2007년에는 (박 대통령을) 뒤에서 돕는 그룹이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았던 게 사실이지만, 정윤회나 최순실씨의 흔적으로 볼만한 일은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이 참모는 "결과적으로 박 대통령과 문고리 3인방(이재만 안봉근 정호성 비서관)만 최씨 등과 알고 지낸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대선 당시 핵심 참모진으로 꼽혔던 인사도 비슷한 전언이었다. 이 인사는 "나를 비롯해서 정치권 참모 가운데 최씨의 존재를 알았던 사람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며 "보도를 접하면서 '이게 뭔가' 싶었다"고 말했다. 이 인사는 "최씨 의혹이 몇 달 전부터 제기됐지만 그동안 참모진이 적절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던 건 참모진 대부분이 최씨 자체를 몰랐기 때문"이라며 "지금도 마찬가지"라고 토로했다.

최씨를 몰랐던 대부분의 참모들은 황당함을 넘어 자괴감을 느끼는 수준으로 나아갈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정권 초기에 참여했다가 떠난 다른 참모는 "정권이 이렇게 될 줄 알고 떠났던 건 아니지만 남아있는 사람들은 아마 비참한 기분일 것"이라며 "박근혜정부 출신이라는 명함을 내놓기 어렵게 됐다"고 말했다.

정치권 등에서 박 대통령을 돕다가 2013년 2월 취임과 동시에 청와대에 들어간 어공(어쩌다 공무원) 참모는 100여명을 넘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청와대에 머물고 있는 참모는 3인방과 최진웅 연설비서관, 오도성 국민소통비서관 등 수십명에 불과하다. 임기 5년을 함께할 순장조가 많지 않다는 관측이다. 그나마 최순실 사태로 인해 순장예비조의 이탈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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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경용 기자 rabbit@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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