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일가 전횡 막을 외부 견제장치 시동

"제대로 경영하라" 주주행동주의 확산

2017-01-11 10:32:36 게재

기업가치 창출 겨냥

의사결정에도 영향

저성장에 부의 불평등까지 심각한 한국에 '주주행동주의' 바람이 거세질 모양새다.

주주행동주의란 사전적 의미만 따지면 주주들이 기업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해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로만 비춰질 수 있다. 넓게 보면 배당금이나 시세차익에만 주력하던 관행에서 벗어나 부실 책임 추궁, 구조조정, 경영투명성 제고 등 경영에 적극 개입해 주주가치를 높이는 행위를 아우른다. 총수일가의 부당하고 편협한 전횡을 막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국정농단사태에 서울 광화문 거리로 쏟아져 나온 1000만의 촛불민심과 궤를 같이하는 이유다. 기업 대주주를 상대으로 한 게 주주행동주의라면 촛불민심은 부당한 국가권력을 견제하기 위해 나선 국민행동주의의 다른 표현이기 때문이다.


장화탁 동부증권 팀장은 "국민행동주의는 촛불민심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신조어"라며 "국민행동주의는 결국 한국자본시장에서 주주행동주의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당장 사모펀드만 봐도 그렇다. 경영참여형 사모펀드의 경우 초과수익을 내기 위해 구조조정이란 전략을 활용한다. 기업의 만성적인 저평가를 해소하기 위해 주주행동주의 전략이 확산될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앞으로 사모펀드가 또다른 공모펀드에 재가입해 개인 투자자까지 끌어 모을 경우 국내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선 압력은 더 세질 것이 뻔하다.

올해부터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본격적인 한국진출이 점쳐진다. 그 어느때보다 '먹잇감'이 많기 때문이다. 지배구조가 열악(?)하고 후진적인 기업들이 많다는 얘기다. 재벌 대부분이 그렇다. 재벌개혁을 넘어 재벌해체까지 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국회에서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경제민주화법안, 투자처를 찾지 못해 떠다니는 뭉칫돈. 그 어느때보다 재벌들의 지배구조 개선 압력이 거세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과거 지배구조에 허점을 안고 있던 몇몇 재벌만이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다.

2015년 엘리엇매니지먼트라는 행동주의 헤지펀드에 일격을 당한 삼성그룹만 봐도 그렇다.

분기에 8조원대 이상의 이익을 내는 한국 최고의 기업, 삼성전자는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집요한 공격에 시종일관 허둥댔다. 총수일가가 5%도 안되는 지분(4.9%)으로 시가총액이 250조원이 넘는 기업을 쥐락펴락하는 것도 모자라 돈 한푼 안들이고 꼼수로 지배력을 키우려한 탐욕스런 경영이 빌미를 줬다. 국민 노후자금인 국민연금까지 동원해 간신히 경영권은 방어했지만 검찰 수사까지 받게된 오너일가 입장에선 후유증이 엄청나고 외상도 크다. 반면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제고라는 측면에선 긍정적인 변화를 몰고 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해외 행동주의 펀드로부터 받은 이런 자극들은 국내 행동주의 펀드 탄생을 부추기고 있다.

장 팀장은 "국민들은 이제 재벌기업들로부터 체감력이 떨어지는 낙수효과를 기대하기보다 직접 움직여 권리를 찾는 주주행동주의로의 이동을 요구할 것"이라며 "해외 행동주의 펀드는 물론 국내 행동주의 펀드들은 주주가치를 넘어 기업가치창출에 주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배구조뿐아니라 사업전반과 관련한 의사결정에까지 영향을 미치려 할 것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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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병수 기자 byng8@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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