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에 희망을,서울에 미래를-서울,청년과 함께 꿈꾸다
"청년의 또다른 이름은 혁신, 청년정책은 최고수준 협치"
'아픈 청춘'을 서울시민으로 '서울형 청년보장계획'
일자리 주거 부채 망라한 종합지원, 삶의 질 개선
"청년의 또다른 이름은 혁신입니다. 서울시 청년정책은 최고 수준의 협치입니다."
박원순(사진) 서울시장은 "서울은 전국 최초로 청년 삶 전체를 포괄하는 종합적·체계적인 청년정책을 만들고 추진했다"며 "중앙정부 지방정부도 우리시대 가장 어려움에 빠져있는 청년들 삶을 제대로 보면서 정책을 만들고 서울과 연대하기 시작했다"고 자신했다. 청년수당으로 대표되는 서울시 청년정책이 퍼주기식 복지라는 그간 기우를 불식시키고 본격 추진을 앞두고 있다. 서울이 정책에서 소외됐던 청년층에 주목한 이유와 그간의 과정, 청년에 거는 기대를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들었다.
◆청년 당사자가 해법 모색 = "2011년 취임 당시 서울시에는 청년종합정책이 없었어요. 청년정책은 일자리정책의 하위 범주에 머물렀죠."
서울뿐 아니다. 전국 지자체가 그랬고 중앙정부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말이 신념처럼 자리잡았고 청년은 일을 통해 사회적 경제력을 책임져야 하는 존재로만 인식됐다. 대통령부터 나서 '눈높이를 낮추라'거나 '중동으로 떠나라'고 이야기할 정도였다. 박원순 시장은 "청년문제는 기성세대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며 "청년층 붕괴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사회 지속가능성 소멸로 이어진다"고 단언했다.
2016년 말 현재 15~29세 청년 실업률은 전체(3.6%)보다 2배 이상 높은 9.3%이고 2013년 이후 전 연령대 가구소득이 늘고 있지만 20·30대는 오히려 감소세다. 지난해 8월 기준 서울 원룸 등 다가구주택 평당 임대료는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13만7000원)보다 높다(15만1000원). 34세 이하 청년 1인가구 67.1%가 주택으로 분류되지 않는 고시원 등에 산다. 박 시장은 "청년이 무언가 시도할 수 있는 기회조차 차단됐다"며 "삶의 절벽 앞에 서 있는 청년과 암울한 국가 미래 앞에 기성세대로서 청년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돌이켰다.
당사자들 생활공간을 찾아가 귀를 열고 정책 밑바탕을 그린다(청책), 행정기관 일방향이 아닌 주민·시민사회 등과 공감대를 우선한다(협치)는 철학은 청년에도 적용됐다. 제각각 다른 상황에 처한 청년들 이야기를 직접 듣는 일부터 시작했다. 취임 첫해가 가기 전 청년일자리정책수립을 위한 청춘콘서트가 직접적 계기가 됐다. 청년 목소리를 일상적으로 듣는 통로 마련, 꿈을 향해 나아가는 청년에 최소한 생존수당 지급, 청년 명예부시장 임명 등 구체적인 약속이 나왔다. 박 시장은 "이듬해 김영경 청년유니온 초대위원장을 서울시 청년 명예부시장으로 위촉했고 청년과의 협치가 본격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청년들이 서울시 행정에 참여할 수 있는 통로인 서울시청년정책네트워크가 2013년 구성됐고 정책 당사자는 자신들의 삶과 행정이 맞닿는 20개 청년정책을 제안했다. 청년정책을 연구·진행하는 청년허브가 만들어졌고 서울시도 아예 조직 내에 청년정책담당관 신설해 곳곳에 흩어진 청년정책을 하나로 엮었다. 서울시의회도 발맞춰 청년기본조례를 마련했고 이에 근거한 청년정책위원회가 구성됐다. 청년들과 머리를 맞댄지 3년여만에 '2020 서울형 청년보장 추진계획'이 결실을 맺게 됐다. 박원순 시장은 "청년문제 전문가는 오직 당사자"라며 "청년이 중심바퀴가 돼서 정책방향을 설계했고 서울은 보조바퀴가 되어 넘어지지 않게 협력하고 지원했을 따름"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책대상에서 배제돼있던 청년이 시민이자 정책 중심으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청년복지, 사회적 화두로 부상 = 청년들은 현실 그대로를 해법에 녹였다. 일자리와 함께 살 자리, 사회구성원으로 설 자리, 젊은이답게 놀 자리가 필요하다며 4개 분야 20개 정책으로 압축했다. 반면 복지는 사회적 약자에만 제공돼야 하고 청년은 그 대상이 아니라는 반대논리도 팽배했다. 특히 단순 취업준비가 아닌 구직을 위한 각종 준비단계까지 지원하는 청년수당에 대한 반발이 거셌다. 학원 수강료나 공부모임에 사용하는 대신 술집에서 하룻저녁에 날리고 말 거라는 비난까지 제기됐다. 정치권에서 선제공격에 나섰고 중앙정부는 사회보장협의제도를 빌미로 보완요구를 거듭하다 직권취소라는 강수로 맞섰다. 보건복지부는 '부동의' 입장을 1년 가까이 고수하다가 조기대선으로 새정부가 들어서고 나서야 입장을 바꿨다.
기성세대의 우려는 기우에 그쳤다. 지난해 말 이현우 서강대 교수가 진행한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사업 참여자 분석연구'에 따르면 지원금 70%는 취·창업 활동에 쓰였다. 수당을 받은 969명을 조사한 결과 39.9%는 학원비와 교재 구입비 등에, 13.3%는 취업을 위한 공부모임 등에 지출했다. 이력서 사진촬영비용과 시험응시료 등 구직 관련 비용도 16.7%다. 교통비 통신비 공과금 등 생활비용으로 사용하기도 했지만 술값 등은 아니었다.
월 50만원은 청년들 마음을 움직였다. 지원사업 참여 후 '사회에서 충분한 관심·지원을 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82.5%), '어려울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71.3%), '하고 싶은 일을 잘 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70.7%)는 답이 그 증거다.
시장실에도 청년수당이 있어 아르바이트 대신 시험공부를 할 수 있었고 굶거나 라면으로 때우던 식사 대신 밥 한끼를 먹게 됐다는 사연이 들려왔다. 새로운 삶의 목표도 생겼다고도 했다. 박원순 시장은 "세금이라 아끼고 아끼며 미니김밥 2개만 먹었다는 청년 사례를 보면서 가슴이 먹먹하기도 했고 절박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꿈꾸는데 감동했다"며 "시장으로서 책무를 다시 생각하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청년수당은 우리 사회가 청년에게 보내는 지지이자 버팀목, 최소한의 안전망"이라며 "돈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의 지지와 통합의 문제였다"고 덧붙였다.
새정부는 청년수당을 포함한 서울시 청년정책 전반을 전국화하겠다고 약속했고 전국 지자체도 유사한 정책을 잇따라 준비 중이다. 박원순 시장은 서울 청년정책을 중앙정부가 인정하기까지 오히려 정책 완성도를 높이는 기간이 됐다고 평가했다. 서울보다 논의는 늦었지만 공공 주도로 한발 앞서 청년배당을 도입한 경기도 성남시도 동반자가 됐다. 그는 "서울시 홀로 중앙정부와 시민 동의를 얻기에 벅찰 때 다른 시·도와 공동 대응하면 상승효과를 얻는데 청년수당이 그랬다"며 "정책은 함께 할수록 커진다"고 말했다.
◆제도부터 청년 현실에 맞게 = "그동안 제도에 청년을 맞추려 했지만 기존 정책이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청년 현실에 맞게 제도를 바꾸고 개혁해야 합니다." 시민이면서도 시민이나 주민으로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청년들의 삶과 정책을 일치시킬 수 있도록 법과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박원순 시장은 "청년기본법이 한시법으로나마 제대로 제정되도록 정부 국회와 긴밀히 협조할 계획"이라며 "사회 구성원으로 당연한 권리를 '젊으니까'로 무시할 것이 아니라 당연히 보호받아야 할 권리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신의 경험에 비춰 기성세대에 대한 당부도 덧붙였다. 박원순 시장은 "폐허에서 민주화와 고도성장을 이뤄낸 자부심이 있지만 다음세대를 위한 준비에 소홀했던 과거를 인정해야 한다"며 "기성세대가 남긴 악순환의 고리를 미래세대가 스스로 끊어내도록 고운 눈길과 긴 호흡으로 신뢰하고 기다려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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