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시대 날선 화두 '여성혐오' ②
온라인 여성비하 표현 확산 '심각'
차별·비하 시정요구 5년새 16배 급증 … "타인 괴롭히는 건 표현의 자유 아니다"
소셜미디어 시대, 갈수록 심각해지는 여성혐오 표현 확산 현상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온라인상 여성비하 등 각종 차별·비하 표현으로 정부로부터 시정요구를 받은 경우가 5년새 16배나 급증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 사이트는 대부분 10대들도 손쉽게 들어갈 수 있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여성혐오 표현이 잘못된 것임을 알 수 있도록 온라인을 매개로, 제대로 된 성평등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청소년유해매체물 지정, 사이트 폐쇄도" = 이수연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여성혐오 표현들이 하루에도 수십 건씩 올라오는 사이트들을 보면 '여성은 지구를 떠나라' '여자라서 IS에 끌려가 강간을 당해야 한다'처럼 아무런 이유 없이 극단적인 발언을 하는 이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며 "여성혐오는 성차별과 궤를 같이하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혐오한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말했다.
최근 국민의당 신용현 의원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차별·비하 심의 및 시정요구 현황'에 따르면, 시정요구 건수가 2012년 149건에서 2016년 2455건으로 16배 이상 늘었다. 올해 역시 이 같은 추세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올 7월까지 집계된 시정요구 건수는 1166건으로 심의 대상(1356건) 대부분이 해당됐다.
물론 이 통계는 여성혐오 뿐만 아니라 일본군 '위안부', 장애인 비하 등 여러 문제되는 표현들을 포함한 수치다. 하지만 2012년부터 올해 7월까지 차별·비하 시정 요구를 가장 많이 받은 상위 사이트들을 보면 온라인상 여성혐오 현상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가장 많은 차별·비하 시정 요구를 받은 사이트는 일베(2200여건)다. 이어 '디시인사이드' '카카오' '네이버' '해외 서버'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신용현 의원은 "일베 등은 그동안 성별비하 발언으로 문제가 되어온 사이트들"이라며 "이들 사이트의 경우 어린이나 청소년들도 손쉽게 접속할 수 있는 만큼 청소년유해매체물로 지정하거나 심한 경우 사이트를 폐쇄하는 방법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라인을 매개로 인권·성평등 교육 강화" = 전문가들은 정부 규제와 함께 인권 및 성평등 교육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인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강사양성부장은 "여성혐오는 성별 고정관념에서 비롯되는 만큼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며 "젠더 의식을 기반으로 한 폭력예방교육 안에서 여성혐오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송 부장은 또 "2014년부터 공공기관들의 경우 4대 폭력예방교육이 의무화된 뒤 일정 부분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만큼 일선 학교 현장에서도 성평등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며 "대상에 따라 선행경험이나 체감도가 다른 만큼 개개인별로 공감 가능한 콘텐츠 개발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현실은 생각만큼 녹록지 않다. 최근 학부모단체인 학생인권조례폐지운동본부는 학생들에게 페미니즘에 대해 교육을 한 A초등학교 교사를 아동복지법과 아동학대범죄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직무유기 혐의 등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학생인권조례폐지운동본부는 "A교사가 수업시간에 남성혐오 표현과 함께 퀴어축제 영상을 보여주며 동성애를 가르쳤고 학교장은 이를 방치했다"며 비판하고 있다. 일부 네티즌들은 사이버 블링(인터넷에서 개인의 신상을 찾아내 폭로하고 인신공격을 하는 행위) 폭력을 서슴지 않고 있다.
이에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은 "반인권적이고 반성평등적인 혐오 현상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며 "성평등교육이 성평등 사회의 시작"이라고 강조하고 이에 대한 법, 제도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수연 선임연구위원은 "타인을 괴롭히는 성차별적인 용어들이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하에 허용될 수는 없다"며 "당장 정규 교과과정으로 넣기에 현장의 피로감이 있다면 온라인을 매개로 한 표현에 대한 교육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또 "성평등 사회는 인권 감수성을 높이는 게 관건"이라며 "온라인 시민교육이나 인권교육 등을 통해 근본적인 변화를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시대 날선 화두 '여성혐오''기사]
▶ ① 어릴수록 여성혐오에 공감, 대책은 '걸음마' 2017-09-21
▶ ② 온라인 여성비하 표현 확산 '심각' 2017-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