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국감 이슈│위안부 협상, 파기? 재협상

풀려가는 일본과 '밀실 합의' 의혹

2017-10-30 11:19:08 게재

이병기 실장, 국정원 활용

주일대사관에서 지원 맡아

'외교부 몰랐나' 쟁점 부상

2015년말 한일 위안부 협상에 대한 의혹들이 실타래처럼 풀리고 있다. 청와대가 국정원을 활용해 비밀리에 진행했으며 외교부는 사실상 들러리만 섰다는 게 핵심이다. 밀실합의를 주도한 핵심인물은 이병기 전 비서실장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위안부 밀실협상 의혹에 대한 막전막후 사실을 폭로한 국회 외교통일위 박병석 의원(더불어민주당·대전 서구갑)은 30일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위안부 합의가 밀실에서 이뤄진 게 확인됐고 당사자들도 인정했다"면서 "위안부협상은 보완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개정할 부분이 있으면 개정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박 의원은 국감을 통해 위안부 협상의 밀실합의 의혹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그는 협상과 관련한 직접적인 관계자들을 직접 인터뷰했다고 했다.

위안부 협상은 이병기 전 비서실장의 국정원장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의원에 따르면 이 전 실장은 국정원장 신분으로 2015년 1월에 아베신조 일본총리의 외교책사인 야치 쇼타로 국가안보국장과 첫 만남을 가졌고 인천 등에서 모두 두 차례 이뤄졌다. 이때부터 외교부를 거치지 않은 채 양국 지도자의 지시로 두 정보 수장이 만나 위안부협상을 진행한 것이다.

이 전 실장이 청와대로 옮겨온 이후에도 모두 6차례의 만남이 이어졌다. 협상엔 양측 3명씩 참여했다. 이때 한국측 인사로 참여했던 이 모 당시 청와대 행정관은 8차례의 비밀회담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그는 현재 주일대사관 경제공사로 있다. 김옥채 일본 후쿠오카총영사는 당시 주일대사관이 이병기-야치 회담의 실무지원을 했다는 점을 시인했다.

이 전 실장 주도의 밀실협상의혹은 이수혁 의원이 제기한 국정원 태스크포스팀의 주도설과 맞닿아 있다. 문재인캠프 국민아그레망을 주도했던 이 의원은 "구체적 제보가 있었다"며 "당시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이병기가 국정원장 재직시절 만든 태스크포스를 지휘하면서 주도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실장은 국정원장이 되자마자 국정원내에 위안부협상을 위한 TF를 만들었으며 청와대에 간 이후에도 이 TF를 활용해 밀실협상을 계속 진행했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협상지원은 국내 외교부가 아닌 이 전 실장이 대사를 지냈던 일본 대사관에서 이뤄졌다. 일각에서는 국정원 TF 요인들이 일본으로 넘어가 활동했으며 이 요원 중에는 국정원에서 근무하다가 그만 둔 직원도 포함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박 의원은 일본에서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라는 표현을 넣을 것 △일본군 성노예라며 국제적으로 비난하지 않을 것 △소녀상을 철거할 것 등을 요구했으며 소녀상 철거에 대해서만 '적절히 해결하겠다'고 바꿨을 뿐 대부분 수용된 반면 우리측의 요구는 거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외교부는 줄곧 위안부협상은 외교부에서 주도했고 밀실협상은 없었다는 취지로 주장해왔다. 그러나 주일대사관에서 비밀협상을 행정적으로 지원했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이를 알았다면 허위 진술이거나 거짓 해명을 내 놓은 셈이고 몰랐다면 외교부의 지휘체계뿐만 아니라 외교관계의 구멍이 드러나게 돼 '외교부 적폐'에 대한 논란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2005년부터 여의도연구소 고문으로 일했던 이 전 실장은 2013년 5월부터 1년2개월동안 주일본대사를 지냈다. 국정원장으로는 2015년 2월까지 6개월간 역임한 후 곧바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옮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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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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