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형택 성균관대 명예교수
"목민심서 근본은 적폐청산"
단체장 '청렴+능력' 갖춰야
근본적 정치제도개선 필요
"아무리 훌륭한 임금이 있어도 직접 다 할 수는 없어요. 지금도 지방자치단체장이 실질적으로 중요합니다. 지방자치와 일맥상통, 내용이 같아요." 임형택(사진)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공직자는) 청렴도 중요하지만 능력이 있어야 한다"며 "목민심서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단체장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목민심서는 근본적으로 민의사상에 기반한다"며 "백성이 정치의 주체라는 민주주의 사상"이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목민심서가 제대로 실현됐다면 백성들 생활도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며 "지금이야말로 목민심서 정신을 제대로 살릴 때"라고 강조했다.
■목민심서를 다산의 대표적 저술로 꼽는데
지방행정 요령서, 실무 지침서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속에 다산의 정치사상이 녹아있다. 다산은 긴급처방이라는 표현을 썼다. 죽어가는 환자에 응급처치를 하듯. 그러나 긴급처방에서 끝나면 의미가 없다. 근본적으로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러려면 큰 틀에서 제대로 정치를 해야 하고 제도를 만져야 한다. 근본적 개혁을 염두에 두면서 당장 행정제도 안에서 백성을 살리는 방향을 모색했기 때문에 단순히 기능적 성격은 아니다.
■목민심서 외에도 목민서가 많았다. 차이점은 무엇인가
다양한 목민서가 18~19세기에 집중됐다. 역으로 얘기하면 통치하기가 가장 어려웠던 시기라는 얘기다. 세상은 자꾸 발전해 가는데 그냥 옛날과 같은 군주제로는 안됐다. 어떻게 해야 정치를, 지방행정을 잘 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로 닥쳐왔다.
목민심서는 그 중에서도 방대하고 체계적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양적으로도 다른 목민서류가 겨룰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도 의미를 갖는 것은 기능적 성격이 아니라 다산의 정치사상 또는 시대에 대한 고민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읽으면 감명을 받을 수 있고 그 속에서 배워야 할 내용도 많다.
■다산정신을 민의사상이라고 했다
근본적으로는 민주사상이다. 목민심서의 첫머리에서 다산은 '다른 벼슬은 구해도 좋으나 목민의 벼슬은 구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목민관은 임금을 대신해 근민(近民) 즉 민을 바로 대하는 자리에 있기 때문에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다산은 민의 문제를 무엇보다 중시했다. '탕론' '원목' 등 다른 저술을 보면 '하이상'(下而上)이라는 표현을 썼다. 우리가 지도자를 뽑는 것이다. 그때가 민주시대는 아니지만 백성이 정치의 주체라는 점에서 민주적 사상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목민심서를 경세서(經世書)로 보는 학자도 있다
세상을 다스리고 천하를 태평하게 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는 경세서다. 지방행정을 위한 지침서이고. 아무리 훌륭한 임금이 있다 하더라도 백성을 다 다스릴 수 없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을 뽑아놨다고 되는 게 아니다. 민을 위해서는 목민관이,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실질적으로 중요하다. 지금 지방자치와 일맥상통하고 내용이 같다. 목민심서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단체장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지금 공직자들에게 주는 교훈은
어떻게 하면 백성들을 잘 살아가게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또 자기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산은) 국가의 제도 속에서 어떻게 합리적·능률적으로 할 수 있는가를 굉장히 구체적으로 적어 놨다. 그대로 적용은 안되겠지만 취할 것이 많다.
■목민심서 저작 200주년 의미는
누적된 사회 폐해가 가장 문제다. 목민심서의 근본은 결국 적폐를 어떻게 청산해서 제대로 된 정치제도를 만들어내느냐다. 목민심서가 제대로 실현됐다면 백성들 생활도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그게 안되니 나라가 식민화되고 지금에 이르렀다. 지금도 적폐청산을 이야기한다. 지금이야말로 목민심서의 정신을 제대로 살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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