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형택 성균관대 명예교수

"목민심서 근본은 적폐청산"

2018-01-17 10:27:38 게재

단체장 '청렴+능력' 갖춰야

근본적 정치제도개선 필요

"아무리 훌륭한 임금이 있어도 직접 다 할 수는 없어요. 지금도 지방자치단체장이 실질적으로 중요합니다. 지방자치와 일맥상통, 내용이 같아요." 임형택(사진)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공직자는) 청렴도 중요하지만 능력이 있어야 한다"며 "목민심서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단체장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목민심서는 근본적으로 민의사상에 기반한다"며 "백성이 정치의 주체라는 민주주의 사상"이라고 설명했다. 임 교수는 "목민심서가 제대로 실현됐다면 백성들 생활도 크게 달라졌을 것"이라며 "지금이야말로 목민심서 정신을 제대로 살릴 때"라고 강조했다.

목민심서를 다산의 대표적 저술로 꼽는데

지방행정 요령서, 실무 지침서로 생각할 수 있지만 그 속에 다산의 정치사상이 녹아있다. 다산은 긴급처방이라는 표현을 썼다. 죽어가는 환자에 응급처치를 하듯. 그러나 긴급처방에서 끝나면 의미가 없다. 근본적으로 살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그러려면 큰 틀에서 제대로 정치를 해야 하고 제도를 만져야 한다. 근본적 개혁을 염두에 두면서 당장 행정제도 안에서 백성을 살리는 방향을 모색했기 때문에 단순히 기능적 성격은 아니다.

목민심서 외에도 목민서가 많았다. 차이점은 무엇인가

다양한 목민서가 18~19세기에 집중됐다. 역으로 얘기하면 통치하기가 가장 어려웠던 시기라는 얘기다. 세상은 자꾸 발전해 가는데 그냥 옛날과 같은 군주제로는 안됐다. 어떻게 해야 정치를, 지방행정을 잘 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로 닥쳐왔다.

목민심서는 그 중에서도 방대하고 체계적으로 쓰여졌기 때문에 양적으로도 다른 목민서류가 겨룰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도 의미를 갖는 것은 기능적 성격이 아니라 다산의 정치사상 또는 시대에 대한 고민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읽으면 감명을 받을 수 있고 그 속에서 배워야 할 내용도 많다.

다산정신을 민의사상이라고 했다

근본적으로는 민주사상이다. 목민심서의 첫머리에서 다산은 '다른 벼슬은 구해도 좋으나 목민의 벼슬은 구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목민관은 임금을 대신해 근민(近民) 즉 민을 바로 대하는 자리에 있기 때문에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다. 다산은 민의 문제를 무엇보다 중시했다. '탕론' '원목' 등 다른 저술을 보면 '하이상'(下而上)이라는 표현을 썼다. 우리가 지도자를 뽑는 것이다. 그때가 민주시대는 아니지만 백성이 정치의 주체라는 점에서 민주적 사상이 담겨있다고 할 수 있다.

목민심서를 경세서(經世書)로 보는 학자도 있다

세상을 다스리고 천하를 태평하게 한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는 경세서다. 지방행정을 위한 지침서이고. 아무리 훌륭한 임금이 있다 하더라도 백성을 다 다스릴 수 없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을 뽑아놨다고 되는 게 아니다. 민을 위해서는 목민관이,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실질적으로 중요하다. 지금 지방자치와 일맥상통하고 내용이 같다. 목민심서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단체장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지금 공직자들에게 주는 교훈은

어떻게 하면 백성들을 잘 살아가게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또 자기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다산은) 국가의 제도 속에서 어떻게 합리적·능률적으로 할 수 있는가를 굉장히 구체적으로 적어 놨다. 그대로 적용은 안되겠지만 취할 것이 많다.

목민심서 저작 200주년 의미는

누적된 사회 폐해가 가장 문제다. 목민심서의 근본은 결국 적폐를 어떻게 청산해서 제대로 된 정치제도를 만들어내느냐다. 목민심서가 제대로 실현됐다면 백성들 생활도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그게 안되니 나라가 식민화되고 지금에 이르렀다. 지금도 적폐청산을 이야기한다. 지금이야말로 목민심서의 정신을 제대로 살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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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홍범택 자치행정팀장 정리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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