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다산에게 길을 묻다│경기 수원시 '주민참여행정' 제6회 다산목민대상 수상

도시계획부터 축제까지 시민이 주도

2018-02-09 11:14:44 게재

'화성문화제' 시민이 기획·진행·평가

주민참여·협치 넘어 '시민의 정부'로

"수원의 대표축제인 '화성문화제'는 53년간 관이 주인이고 시민은 구경꾼에 불과했어요. 그런데 지난해에는 완전히 달라졌죠. 시민이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기부금을 모아 비용도 조달하면서 축제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고, 참가인원도 훨씬 많아졌습니다."

지난해 9월 24일 수원 화성문화제의 하이라이트인 정조대왕능행차에 앞서 시민 500명이 참여한 가운데 플래시몹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수원시 제공


송재등 수원시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장은 '화성문화제'를 시민참여행정의 대표사례로 꼽았다. 그는 지난해 화성문화제 시민추진위원회 공동부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화성문화제를 민간주도형 축제로 전환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했지만 걱정이 앞섰다. 시민이 주도하는 축제를 경험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음식 기부 홍보 등 6개 분과로 나눠 머리를 맞대고 아이디어를 짜내고, 추진위원들과 자비를 들여 일본에 벤치마킹도 다녀왔다. 수원시에 따르면 일본의 3대 축제 중 하나인 교토 기온마츠리의 경우 7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축제비용은 20억원 정도인데 17억원은 주민과 기업이 낸 기부금으로 충당하고 3억원은 지자체가 지원한다. 송 회장은 "축제비용을 기부한다는 것이 생소했는데, 알고 보니 일본의 전통축제는 주민의 주체적인 참여와 기부로 계승·발전해왔다"면서 "일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화성문화제 일부 관람석을 2만원에 배정했는데 호응이 좋았다"고 말했다. 시민추진위는 관람석 외에 효행등과 머플러를 직접 제작해 기부금을 모았다. 그 결과 2700여명이 모금에 동참, 5억1817만원을 모았다. 당초 목표치인 3억5000만원을 146% 초과 달성했다.


시민기부로 축제 비용 5억원 모금 = 지난해 9월 22~24일 '여민동락의 길'이란 주제로 열린 화성문화제는 진찬연 무예공연(야조) 등 45개 대표행사에 75만명이 참여했다. 특히 정조대왕능행차(서울 창덕궁~화성 융릉)는 서울시 등과 공동으로 재현, 약 150만명의 관광객이 참여한 역대 최대규모 행사로 기록됐다.

수원시 관계자는 "지난해 시민의 정부 원년을 맞아 화성문화제를 주인인 시민에게 돌려주자는 취지로, 기획부터 프로그램 선정, 재원마련, 진행, 평가까지 시민이 주도적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송 회장은 "지난해 경험을 토대로 올해는 자신감을 갖고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시민주도 축제로 첫발을 내디딘 만큼 발전을 거듭해 그야말로 시민이 주인인 수원의 대표축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원시는 염태영 시장이 취임한 2010년 민선 5기부터 주민참여를 모든 행정의 원칙으로 삼았다. 전국 최초로 시민배심원제를 도입해 재개발과 아파트 층간소음 등 갈등을 조정하고 도시계획 시민계획단 운영, 500인 원탁토론 등의 모범 사례를 창출했다. 시민배심원제는 문재인정부가 공론화위원회 운영에 앞서 수원시에 관련 자료를 요청하는 등 벤치마킹 대상이 됐고, 도시계획 시민계획단은 초등학교 4학년 국정교과서에 수록되기도 했다. 특히 석유고갈 시대에 대비해 마을 전체가 차 없는 생활을 체험하는 '생태교통수원 2013' 페스티벌은 행궁동 주민들의 참여 없이는 불가능한 행사였다.

시민주권 시대, 직접 민주주의 확대 = 수원시는 지난해 1월 '시민의 정부' 원년을 선포했다. 주민 참여와 협치를 넘어 직접 민주주의를 지향하며 시정 곳곳에 시민의 권리가 살아 숨쉬는 정부를 구현하겠다는 선언이었다.

그에 따른 대표적인 사례가 화성문화제를 시민주도형 축제로 탈바꿈시킨 것이다. 수원시는 특히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개설된 온라인 플랫폼 '수다'가 대표적이다. '수다'를 통해 시민 누구나 시간·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정책을 제안하고 정책결정·실행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현재 '수다'에는 '단절된 영통동과 매탄동을 연결합시다' '수원시의 지역명칭을 순 우리말로 바꾸자' '수원화성 일대를 디자인특구로 만들자'는 등 시민들의 다양한 제안이 올라와 있다. 유성경씨는 지난해 말 '관광객 도시락 까먹는 쉼터'를 제안했다. 요즘 도시락 들고 여행하는 관광객이 늘고 있는 만큼 간단한 식사·주전부리를 파는 시장 안팎에 도시락 까먹는 쉼터를 제공하자는 제안이다. 유씨의 제안에 대해 수원시는 "현재 28청춘 청년몰(영동시장 2층) 등에 설치된 쉼터를 활용할 수 있다"면서 "장기적으로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에 따라 유휴공간이 생긴다면 검토해 나가겠다"고 답했다. 수원시는 '수다' 외에 현장 목소리를 시정에 반영하기 위한 '소통박스', 온라인 정책공론장 '아고라 정책토론방', 민주시민 양성을 위한 '시민자치대학' 등을 운영하고 있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올해 안에 시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수원시 시민자치헌장 조례'와 '시민참여 및 협치 기본조례'를 제정하고 시민의정부 정책에 대한 평가지표, 백서제작을 통해 시민참여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그 과정을 기록해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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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태영 기자 tykwa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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