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성폭력 대책위 발족 필요"

2018-02-26 10:16:16 게재

피해자에 전문적 조력

연극인 자정 지원해야

문화예술계 성폭력 관련,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무 부처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연극, 영화, 예술대학 등 다양한 문화 분야에서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계속되는 가운데 문체부가 해당 사태를 책임지고 조사하는 성폭력 대책위원회를 발족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법무부 대책위 꾸려 = 미투 운동이 계속되고 있으나 여전히 위계 서열과 심적 부담 등의 이유로 미투 운동에 동참하지 못한 피해자들은 상당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문화예술계에서 성폭력이 행해졌다면 그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해야 앞으로 이를 예방하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지 등을 고민할 수 있다. 때문에 미투 운동이 벌어지는 사안에 대해 문화예술계를 관리·감독할 책임이 있는 문체부 차원의 진상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법무부의 경우 서지현 검사가 성추행과 그로 인한 인사 불이익을 폭로한 이후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를 꾸려 관련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 또 문체부의 경우에도 지난 10년 동안 정권과 사상이 다르다는 이유로 정부 지원에서 배제된 '블랙리스트 사태'를 조사하기 위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이성미 여성문화예술연합 대표는 "문체부가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한다면 법무부가 운영하는 것과 같은 형태의 대책위원회를 꾸려야 한다"면서 "적극적으로 책임감을 갖고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은 23일 '문화체육관광부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라!'를 제목의 성명에서 "연극인들 스스로 연극계를 변화시키겠다고 나선 상황에서 국가기관의 책임 역시 묻지 않을 수 없다"면서 "조속히 문체부가 부처 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자성적으로 연극계를 개혁하고자 하는 연극인들을 지원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신고센터 역할 강화 = 이와 동시에 문체부가 여전히 가해자에게 노출돼 있는 피해자들을 위한 전문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미투 운동에 참여한 피해자들은 고스란히 2차 피해에 노출돼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피해자들이 미투 운동에 참여한 이후 가해자가 피해자를 협박하거나 사건을 무마하려고 피해자에게 접촉을 시도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한 상황이다.

또 피해자들이 어렵게 입을 열었음에도 사회의 관심이 사라지면 가해자가 되레 피해자에게 명예훼손, 무고 등으로 고소를 당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예술인소셜유니온은 22일 성명서에서 "문체부가 맨 먼저 취해야 할 일은 공개된 피해자가 전문적인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체부가 밝힌 대책 중 하나인 신고·상담지원센터의 역할을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미 성폭력 신고·상담지원기관이 존재하는 가운데 피해자가 문체부 산하 신고·상담지원센터를 찾을 때는 해당 사건에 대한 단순한 상담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바란다는 것. 때문에 신고·상담지원센터에 조사위원을 두고 조사와 제재를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대표는 "문체부 신고·상담지원센터에 성폭력 상담을 한다는 것은 해결과 개선을 바라는 것"이라면서 "신고·상담지원센터가 제대로 운영되려면 문제가 된 밀양연극촌 등을 조사하고 제재를 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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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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