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 계기로 성폭력 없는 사회를 ①
문체부 대책에 비판 거세 … "심각성 알고나 있나"
성폭력 전문상담원 신규 확보 없어 … 2018년에도 실태조사 예산 확보 안돼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계속되는 가운데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의 사과, 각종 협·단체들의 후속 조치와 미투 지지 성명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문화예술계를 포함한 한국 사회 전반의 시스템과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사회적 관심이 사라진 이후 같은 사태가 되풀이될 수도 있다. 내일신문은 미투 운동을 지지하며 문화예술계를 비롯해 사회 각 분야 변화의 필요성을 짚는다.
<편집자주>
문화체육관광부가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벌어진 이후 신고·상담 지원센터를 신설한다고 밝혔으나 성폭력 전문상담원은 신규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체부는 문학 사진 미술 분야를 대상으로 한 2017년 성폭력 시범 실태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겠다고 밝힌 가운데<내일신문 2018년 2월 21일자 19면 참조>, 성폭력을 당했다는 비율이 높아 비공개를 결정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각 분야별 문화예술 생태계를 건강하게 감독할 책임을 지고 있는 문체부가 여성 문화예술인들의 창작 환경 개선을 위해 앞장섰더라면 이와 같은 사태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연극계 자정노력이 한발 앞서 = 문체부는 지난 20일 '문체부, 성희롱 성추행 관련 현장 중심 적극 대응'이라는 자료를 통해 주요 분야별 신고·상담 지원센터를 확대, 운영한다고 밝혔으나 성폭력 전문상담원은 신규 확보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문체부가 밝힌 3월 신설 예정 신고센터 중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경우에는 신고·상담센터에서 일할 인력으로 불공정관행 개선 업무를 담당한 변호사를 신규 채용하고 있을 뿐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해당 인력이 신규 채용되면 성폭력 상담 업무에 대해 교육을 받고 업무를 수행하게 할 계획"이라면서 "아울러 예술인복지재단 내 성폭력 상담 업무를 담당하는 기존 인력을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 내 공정상생센터의 경우에도 성폭력 전문상담원은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콘진원 관계자는 “성폭력 신고 접수 전담인력을 두며 빠른 시일 내 성폭력 전문상담원을 둘 계획”이라고 밝혔다. 콘진원에 따르면 공정상생센터는 우선 성폭력에 대한 접수를 받은 이후 관련 유관기관이나 정부 부처 등과 해당 건을 협업하는 방식으로 업무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같은 문체부의 대응은 연극계가 지난 22일 '성폭력 반대 연극인 행동'을 발족한 이후 첫 사업으로 '긴급상담창구'를 운영하고 연극계에 대한 이해가 높은 성폭력 전문상담원으로부터 상담이 가능하도록 한 조치와 비교된다.
아울러 상담·신고지원센터를 각 지원기관별로 운영하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도 계속되고 있다. 비밀 보장을 핵심으로 하는 업무이기에 문체부나 전문성이 있는 책임 기관에서 통합, 운영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는 지적이다.
예술인소셜유니온은 22일 '문화예술계의 미투, 문체부는 제3자가 아니다'는 성명서에서 "성폭력 문제의 가장 중요한 부분은 가해자로부터의 분리인데 신고센터를 각 지원기관별로 설치하면 자칫 신고 내용이 유출될 경우 피해자는 심각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면서 "오히려 문체부가 직접 운영하거나 혹은 관련 전문기관에 위탁을 해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문체부, 적극성 안 보여" = 2017년 문학 사진 미술 분야의 성폭력 시범 실태조사를 비공개하는 것에 대해서도 성폭력을 당했다는 여성 문화예술인들의 응답이 높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예술인소셜유니온에 따르면 2017년 영화 분야 성폭력 시범 실태조사 결과에는 여성 영화인의 11.5%가 원치 않는 성관계를 요구받은 바 있다고 답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다른 분야의 응답 역시, 이와 비슷할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한 지점이다. 비공개 이유에 대해 문체부는 "예산이 책정되지 않은 가운데 연말에 급하게 시행,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2017년 시범 실태조사를 통해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했을 것임에도 문체부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데 있다는 것이 문화예술계의 지적이다. 실제로 문체부는 2017년 시범 실태조사 이후 2018년 예산 책정시 정부안에 '성폭력 실태조사'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성폭력 실태조사 예산 관련 문체부 관계자는 "정부안에는 포함돼 있지 않았으며 국회에서 예산 심사를 하는 과정에서 추가로 예산이 확보됐다가 최종 예산안 확정 시 빠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때문에 2018년에도 문체부의 성폭력 실태조사 예산은 책정되지 않아 다른 예산을 전용해 조사를 시행해야 할 형편이다. 대책을 내놓기 위해서는 실태조사가 기본이라는 점에서 문화예술계 성폭력에 대한 문체부의 적극성이 아쉬운 지점이다.
이성미 여성문화예술연합 대표는 "현장에서 느끼기에는 상황이 너무 심각하며 정확한 정보를 파악하려면 실태조사가 중요하다"면서 "2017년 시범 실태조사 시, 실무자급 인수인계로 인해 공백이 생기는 등 책임자급 차원에서 적극성을 보인다고 느끼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문체부의 대책은 일상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차원으로 한 발 늦은 대책이라 할 수 있다"면서 "사안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관련기사]
▶ 여성문화예술연 '성폭력 전담기구' 제안했지만 …
▶ "문체부 성폭력 대책위 발족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