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 폭로로 드러난 성폭력 가해자들의 혐의를 공소시효와 관계 없이 철저히 수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주민 서울지방경찰청장은 5일 기자간담회에서 “공소시효가 지났다 해도 조사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이 나올 수도 있고 그에 따라 다른 법률을 적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의 이런 방침은 친고죄가 폐지되기 전인 2013년 이전에 발생한 성폭력 의혹이라 해도 ‘상습성’이 인정될 경우 일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상습강제추행죄가 신설된 2010년 4월 15일부터 성범죄 친고죄가 폐지된 2013년 6월 19일 사이에 벌어진 성폭력 범죄는 ‘상습성’을 전제로 할 경우 형사처벌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이 기간 동안 단순강간.단순강제추행 등의 1회성 성범죄가 있었다면 처벌할 수 없지만 다수의 피해자가 동일한 가해자의 범죄를 신고해 상습성이 인정된다면 상습강제추행으로 처벌가능하다는 논리다. 특히 2010년 4월 15일 이전의 성범죄도 상습성을 뒷받침하는 증거로서 가중처벌의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게 경찰 입장이다.

예술감독 이윤택씨의 경우 친고죄 폐지 이전인 성폭력 의혹이 여러 건 제기돼 처벌가능성이 논란이 됐지만 이후 폭로가 이어질 경우 상습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경찰은 이날 이씨를 긴급 출국금지 요청하고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5일 "다수 피해자에 의해 성폭력 혐의로 고소된 이씨에 대해 오후 2시30분 긴급 출국금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6일 법무부는 긴급 출국금지를 승인해 이 씨는 경찰이 출국금지를 요청한 시점인 전날 오후 2시 30분부터 1개월간 출국할 수 없게 됐다.

극단 '미인'의 김수희 대표 등 피해자 16명이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검에 이씨를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검찰은 서울경찰청 성폭력범죄특별수사대에 수사를 맡겼다.

이주민 청장은 "고소·고발장 등 기록이 송달되는대로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할 것"이라며 "국민적 의혹과 피해사실 확인 차원에서라도 엄정하게 수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이씨 사건 외에도 명지전문대 연극영상학과 교수들의 성추행 사건 등 2건을 내사 중이고 온라인 폭로 등의 8건은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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