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고 인권교육, 획기적 강화 필요
인권.젠더 감수성이 ‘성평등사회’ 기반
인권위, ‘인권교육지원법’ 준비
‘미투’ 운동이 단순히 성폭력 피해자들의 외침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적 구조를 고발하며 민낯을 드러내고 있는 만큼 문화적인 대변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단기적으로 성폭력 대책을 수립해 실행하는 것도 필수적이지만 근본적으로는 여성과 남성이 더불어 평등하게 살 수 있는 사회, 여성뿐만 아니라 약자에 대한 차별을 극복하고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지킬 수 있는 사회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전사회적인 인권교육이 미투운동의 근본적 해결책으로 제시되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7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이성호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내고 미투운동 지지를 표명했다. 이 위원장은 미투운동으로 민낯을 드러낸 성차별적 사회를 바꾸기 위한 주요 키워드로 인권교육을 제시했다.
이 위원장은 “구조적 성차별을 개선하고 성평등한 사회로 바꿔내기 위한 방안을 추진해 나가겠다”면서 “전 사회영역, 전생애적으로 인권교육을 받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인권친화적인 학교 문화 조성이 중요하다고 봤다. 이 위원장은 “교사에 의한 성희롱.성폭력 예방을 위한 정책방안을 마련하겠다”면서 “여성을 포함한 사회적 소수자들의 평등한 권리 보장과 실현을 위해 학생뿐만 아니라 학교관리자 등 교원 대상의 통합 인권교육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시민사회에서도 학교현장에서 제대로 된 성평등교육이 실시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지난 달 27일 포괄적성교육권리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는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를 위한 정책제안’에서 “교육과정에 성평등 교육내용을 강화하고 교과서 내용, 소재, 삽화에 성인지적 관점을 반영하며 학교의 제도와 관행을 성평등하게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네트워크에 따르면 현행 교육과정에서는 성차별적인 사회현실과 성평등한 사회를 만기 위해 필요한 노력을 다루는 내용이 거의 없거나 미흡하다. 예를 들어 초등 4학년 2학기 ‘사회변화와 우리 생활’에서 성차별 문제를 다루면서 이를 ‘과거에는 존재했으나 현재는 거의 해결된 문제’처럼 서술하고 있다.
차별적이고 폭력적인 문학작품이 교과서에 실리거나 교과서 삽화 등에도 인권 감수성이 부족한 예도 적지 않다. 삽화에서 돌봄과 양육을 담당하는 것은 여성으로 묘사되고 문제아는 남학생으로 그려지는 식이다. 초등6학년 1학기 ‘나라를 되찾기 위한 노력’ 단원에는 30여명의 독립운동가가 등장하지만 여성은 유관순이 유일하다.
학교 내 차별적인 관행도 바뀌지 않았다. 남자는 1번부터 여자는 51번부터 시작하는 출석번호 규정, 여학생 치마교복과 남학생 바지교복의 구분, ‘녹색어머니’ 등 양육과 돌봄의 역할을 어머니에게 부과하는 관행 등도 여전하다는 것이다.
학부모들도 성평등교육의 필요성을 지적한다. 중학생 아들을 키우고 있는 황모(47)씨는 “최근 미투 운동을 보면서 아들을 더 잘 키워야겠다는 생각은 드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를 솔직히 모르겠다”면서 “아들이 성평등한 생각을 가지고 자라기 바라지만 이런 걸 학교에서 가르쳐주는 것도 아니니 아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가해자’가 되는 것은 아닌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2015년 ‘국가 수준의 학교성교육표준안’을 발표한 바 있지만 성차별을 오히려 강화하는 내용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최근 재검토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지만 진행은 미미한 상태다.
인권위 관계자는 “학교교육 과정에서 인권교육이 이뤄지긴 하지만 교과과정 상에서 차지하는 정도가 미미할 뿐 아니라 학교폭력예방교육, 성교육 등 굉장히 분절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이를 모두 통합해서 종합적인 인권교육을 초중고 과정에서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사회에 나가서도 전생애에 걸쳐 인권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권위는 이를 위해 ‘인권교육지원법’ 등의 제정을 서두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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