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에 참여 무산
의원들 개별적으로 참여
"협약 이행, 의회 중요"
국제적으로 ‘여성차별’ 문제에 대응하고 있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이하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국회 공식 참여가 번번이 무산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해당 국가가 유엔 여성차별철폐협약을 잘 이행하고 있는지 심의하고 권고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데 최근 한국에 대한 보고서에서 미투운동 등으로 성폭력 피해를 고발한 피해자들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해 주목받은 바 있다.
29일 국회와 여성단체에 따르면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 주최하는 국제회의에는 여성가족부 등 주로 행정부 관계자들이 참여해 대한민국 입장을 밝히고 있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차 한국 국가보고서 심의 회의에도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등이 참여해 한국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권고의 내용이 대부분 법안 제.개정과 관련돼 있다는 점에서 국회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해 왔다. 지난 2010년 제 45차 회기에서는 국회와의 관계에 대한 성명을 내고 국회의원들이 위원회 보고절차 등에 충분히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보장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국회 공식 참여는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2011년 한국 국회의원 중에선 최초로 여성차별철폐위원회 회의에 참여한 최영희 전 의원(당시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은 “정책권고의 내용을 보면 국회와 행정부가 따로 떨어질 수 없는 문제여서 개인적으로 참여했다”면서 “이후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국제의회연맹(IPU)이 힘써 줄 것 등을 IPU 회의에 참석해 요청하기도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을 맡고 있는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송파병)도 여성차별철폐위원회 회의에 국회 공식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아쉬움을 밝혔다. 27일 토론회에서 남 의원은 “(위원회 회의 전에)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참여하도록 절차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알고 국회의장 등에게 요청을 해봤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면서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권고사항을 제대로 이행하기 위해서라도 회의 참석은 물론, 국회 차원에서 권고의 이행과정을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사무처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회의가 부정기적으로 열리고 있어 예산 반영이 힘든 데다 IPU도 여성차별철폐위원회와 연계한 회의를 열고 있지 않아 국회의 공식참여가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국회사무처의 한 관계자는 “회의가 4년마다 열리는 것으로 돼 있긴 하지만 이번에는 7년 만에 열리는 등 사실상 부정기 회의여서 예산배정에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서 특정국과 관련한 회의를 열 때에는 당사자국의 국회 등에 공식레터 등을 보내서 국회의원들의 참여를 요청해 준다면 국회에서도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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