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 계기로 성폭력 없는 사회를 ⑪

예산 부족 허덕이는 해바라기센터

2018-03-29 11:50:28 게재

간호사 3인 이상 10곳에 불과 … 국고 보조금 2017년보다 17억 줄어

'미투(#Me Too, 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계속되는 가운데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의 사과, 각종 협회·단체들의 후속 조치와 미투 지지 성명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문화예술계를 포함한 한국 사회 전반의 시스템과 문화가 바뀌지 않으면 사회적 관심이 사라진 이후 같은 사태가 되풀이될 수도 있다. 내일신문은 미투 운동을 지지하며 문화예술계를 비롯해 사회 각 분야 변화의 필요성을 짚는다. <편집자주>

'미투!'│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18 3.8 세계여성의 날 기념 제34회 한국여성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실질적 성평등 실현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지난 8일 정부 합동으로 발표한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성폭력 근절 대책'에서 피해자 지원을 위한 대안으로 제시된 주된 기관은 해바라기센터였다. 해바라기센터는 성폭력, 가정폭력 등 피해자에 대해 상담 의료 법률 수사 심리치료 등을 24시간 365일 제공하는 피해자 지원 전문기관으로 정부는 해바라기센터를 활용해 예술인 피해자를 중점 지원하겠다는 등의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해바라기센터는 지금도 인력난과 예산 부족으로 힘들어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해바라기센터를 잘 아는 관계자들은 "정부는 해바라기센터를 이용하라고 하지만 실무현장은 지금도 포화상태"라고 말했다.

인력 충원 쉽지 않아 = 해바라기센터는 전국에 총 38곳이 운영되고 있다.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피해자를 지원하는 위기지원형 16곳, 19세 미만 아동·청소년 및 지적 장애인 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아동형 8곳,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피해자를 지원하는 통합형 14곳으로 구성되며 이 중 위기지원형과 통합형은 24시간 365일 운영이 원칙이다.

각 해바라기센터 조직은 소장 또는 부소장과 여경(파견), 임상심리전문가, 정신건강임상심리사 1급, 간호사, 상담원, 임상심리사, 심리치료사, 행정원 등으로 구성된다.

그런데 해바라기센터는 예산 부족과 그에 따른 인력 부족으로 원활한 24시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증거 채취 등 피해자 지원을 위해 간호사가 최소 3명 이상 돼야 24시간 운영이 가능하나 예산 부족 등으로 인력을 충원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8년도 여성가족부 소관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검토보고서(2018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인력 부족으로 야간 및 휴일 근무가 가능한 센터는 2개 유형 중 10곳에 불과하다.

상담원이 증거 채취하기도 = 간호사 부족으로 인한 문제는 상담원 업무의 과중으로 연결된다. 해바라기센터를 잘 아는 A씨에 따르면 상담원들이 의료인인 간호사들이 해야 할 성폭력 피해자 증거 채취 시술인 응급키트 시술에 동원되기도 한다. A씨는 "많은 피해자들이 방문하는 한 해바라기센터에서조차 야간에는 간호사가 없어서 상담원이 성폭력 피해자 증거채취를 하며 이런 현상은 전국에 있는 대부분의 해바라기센터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는 2018년도 보고서와 2017년도 여성가족부 소관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검토보고서에도 드러나 있다. 각 보고서들은 "간호 인력이 1명인 센터의 경우 야간·휴일 상담 시 상담원이 간호 업무를 대체하고 있어 의료문제 발생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상담원 업무가 과중" "야간이나 주말에 간호 인력의 부족으로 상담사가 근무하는 경우 의료인(의사)와 비의료인(상담사)과의 의사소통 문제로 인해 키트 보조가 원활하게 진행되기 어려우며 응급키트를 간호사가 진행할 때(평균 1시간 30분)보다 상담사가 지원할 때 소요 시간이 더 많이 지체" 등을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 여가부 관계자는 "상담원은 비의료인이 할 수 있는 영역을 보조하는 것"이라면서도 "간호사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예산 증액 요청한다" = 그런데 해바라기센터에 대한 국고 보조금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2018년 국고 보조금은 126억5300만원으로 2017년 144억2100만원에 비해 17억6800만원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보고서에는 "2018년도 예산이 대폭 감액됨에 따라 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해 필요한 사업을 추진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됨"이라고 명시됐다.

여가부와 2018년도 보고서 등에 따르면 이와 같이 국고 보조금이 줄어든 이유는 기획재정부 지침에 따라 2017년 국고보조율이 50~85%에 이르던 것을 2018년에 50~70%로 조정한 데 있다.

다행히 해바라기센터 예산은 국비에 지방비를 매칭해 책정되기 때문에 각 센터별 2018년 예산은 2017년과 동일하다. 국고 보조금이 줄어든 만큼 지방비가 늘어난 것. 그러나 국고 보조금이 줄어든 만큼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부담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이와 관련 또 다른 여가부 관계자는 "해바라기센터의 기존 업무에 문화예술계 성폭력 관련 업무가 더해지면서 수요가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내년에는 이와 같은 상황을 반영해 예산 증액을 요청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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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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