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내 위상 낮은 '성평등상담소'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 상담, 지원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대학 내 성평등상담소의 위상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평등상담소가 직원 1~2명에 의해 운영되는데다 대부분이 비정규직으로 계약돼 있기 때문이다. 성평등상담소는 2000년대 이후 대학 내 성폭력이 사회 현안이 되면서 상당수의 대학이 교내 규정에 의해 '성평등센터' 등의 이름으로 설치하고 있다.
성평등상담소는 대학 내 성폭력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를 상담, 지원할 뿐 아니라 심의위원회를 열어 가해자에게 피해자에 대한 사과와 교육이수명령 등을 내린다. 아울러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성폭력 예방교육 등을 주관해 실시하며 관련 행정업무를 맡아 처리한다. 대학 내 성폭력 피해자 입장에선 성폭력 사건과 관련해 가장 먼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다. 노정민 한국대학성평등상담소협의회 대표는 "대부분의 직원들이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어 전문성을 살리기 어렵고 업무의 연속성이나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예컨대 학생과 교수 간 사건을 조사해야 하는 경우 다음 학기에 고용 재계약 문제가 걸려 있는 취약한 상황이라 교수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의 성평등상담소가 직원 1~2명이 운영하고 있어 각종 사업이나 행정업무에 치여 정작 중요한 피해자 상담과 지원에는 자칫 소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국대학성평등상담소협의회에 따르면 사립대학의 경우 1년 예산이 1000만원이 되지 않는 대학도 상당수다. 최근 교육부가 폭력 예방교육 실적을 대학 평가에 반영하는 등의 대책을 내놓았지만 각 대학별 성평등상담소의 인력과 예산 충원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한 대학의 성평등상담소에서 일하고 있는 A씨는 "보통 성평등상담소에서 일하는 인원이 1명"이라면서 "1명이 성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처리하고 심리상담을 진행하며 행정업무를 맡고 있어 예방교육이 강화되면 아무래도 피해 학생들에게 소홀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이 힘들다보니 직원들이 오래 있기 힘들어 단기간에 그만 두는 경우가 많다"면서 "그렇게 반복되다 보니 성평등상담소 자체의 전문성을 키우기가 쉽지 않고 학내 위상을 끌어올리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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