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공해 '악취' 시민불만 6배(2005년→2016년)로 급증

2018-12-03 11:09:15 게재

국민소득, 인구밀도 높을수록 민감 … "현장적용 가능한 기술 보급과 거버넌스 구축"

"감각공해인 '악취' 문제는 어렵다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충분히 해결할 수 있어요. 해안에 인접한 강릉공공하수처리시설 특성상 악취가 심할 이유가 없는데 인근 주민들은 냄새가 난다며 고통을 호소하셨죠. 시설 점검과 대기 중 악취 물질 분석은 물론 인근 지역의 풍향, 온도 등 기상 데이터까지 일일이 측정하고 악취확산모델링도 했습니다. 맞춤 진단을 하니 해결책이 나오더군요."

11월 27일 강원도 강릉시의 강릉공공하수처리시설에서 만난 이종국 한국환경공단 악취진단2팀장(공학박사)은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1998년 준공된 강릉공공하수처리시설은 하루 하수처리시설용량이 7만5000톤이다. 이는 19만~20만 인구가 사는 중소도시에서 배출하는 양이다. 최근 하·폐수 처리 등 제대로 된 '물 관리'를 통한 악취 없고 쾌적한 도시환경 조성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가 증가하고 있다. 산업이 발달할수록 수질오염물질은 물 뿐만 아니라 대기 토양 폐기물 등 다양한 영역에서 발생하므로 물 순환 전 과정에서 통합적인 공공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날 만난 강릉시 관계자는 "강릉공공하수처리시설 인근 주민들의 악취 민원이 상당했다"며 "안목해수욕장과 커피거리가 유명한 관광지로서의 이미지에도 타격이 있어 악취 문제해결이 시급했다"고 말했다.

11월 27일 강릉공공하수처리시설에서 한국환경공단 악취진단팀원들이 악취 개선을 위한 진단 작업 중이다. 사진 이의종


◆다양해진 악취 발생원, 물 순환 전 과정서 통합 관리= 강릉시처럼 악취 관련 주민들의 민원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전국 악취 민원 발생 건수는 2005년 4302건에서 2016년 2만4748건으로 약 6배 급증했다. 지난해 악취 민원은 다소 줄기는 했지만 2만2851건으로 여전히 많은 이들이 악취로 고통 받고 있다.

송지현 세종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1인당 국민소득 2만~3만달러 수준이 될 때 감각공해인 악취에 대한 사람들의 민감도가 높아진다"며 "우리나라처럼 인구밀도가 높은 나라는 더 낮은 소득수준에서도 악취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감각공해란 사람의 △미각과 후각(악취) △시각(빛공해) △청각(소음) △촉각(진동)을 자극하는 생활성 공해를 말한다. 감각공해는 미세먼지처럼 소득수준이 좋아지고 생활환경이 좋아질수록 부각이 된다. 과거에 없었던 문제가 갑자기 발생하는 게 아니라는 소리다.

11월 27일 강릉공공하수처리시설에서 한국환경공단 직원이 풍향 등 기상 측정을 하고 있다. 사진 이의종


송지현 교수는 "소위 굴뚝(배출원)이 명확한 사업장 위주로 관리를 해오던 과거와 달리 음식점 등 생활환경 주변에서 나는 악취까지 관리가 필요해졌다"며 "문제는 사람마다 제각각 다르게 느끼는 악취의 정도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낮추라고 할지, 한 예로 음식점의 경우 어느 지점을 기준으로 악취를 저감하라고 할지 등 불분명한 사항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사회적 합의 중요, 객관적 분석 도움"= 전문가들은 악취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 수준을 함께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지현 교수는 "악취는 사람마다 제각각 불만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며 "때문에 공학적으로 측정 기준을 명확히 하는 것은 물론 사회적으로 합의 수준을 어느 정도로 할지 함께 고민해야 해결 된다"고 강조했다.

강릉공공하수처리시설 전경. 사진 이의종


강릉시가 강릉공공하수처리시설을 둘러싼 주민들의 악취 민원 해결을 위해 한국환경공단에 도움을 요청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제3자인 한국환경공단이 악취 원인을 제대로 진단,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주민들을 설득하겠다는 것. 한국환경공단은 하·폐수 수질오염방지, 수생태관리, 지하수 관리 등 물 순환 체계 건강성 확보 업무를 30년 정도 해왔다.

강릉공공하수처리시설 악취개선사업 전후 모델링 사진(기간 최대농도 기준). 악취개선사업 전 하수처리시설 약 1km까지 복합악취가 영향(왼쪽 사진 푸른 부분)을 줬지만 개선 후에는 영향이 미미했다.


한국환경공단은 2014년과 2015년 2차례 악취문제 관련 분석을 했고 하수오염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진단을 내렸다. 발생원에서 악취를 저감할 수 있는, 맞춤형 해결책을 제시했고 다행히 강릉시는 공단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강릉시는 강릉공공하수처리시설 악취 문제 해결을 위해 국비 지원을 받아 예산 107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이종국 팀장은 "악취개선사업을 실시했을 때 영향 정도를 모델링해보니 주변지역 약 1km까지 복합악취가 3배 미만으로 영향이 거의 없었다"고 설명했다.

11월 27일 강릉공공하수처리시설에서 한국환경공단 직원이 악취개선사업 진단을 하고 있다. 사진 이의종

◆"수용체 중심의 환경정책으로 변화"=김대근 서울과학기술대학교 환경공학과 교수는 "공공시설인 하수처리장의 경우 국가 예산이 투입될 수 있지만 소규모 사업장은 개인이 악취저감시설 관련 투자를 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며 "악취 문제는 민원으로 발생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에 강제적으로 법적 규제를 강화하기 보다는 거버넌스 구축을 통한 협조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근 교수는 또 "거창한 하이 퀄리티 신기술보다는 현장에서 실제 적용 가능한 기술이 보급돼야 실질적으로 악취 저감 효과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국고 지원을 받는 강릉공공하수처리시설만 해도 악취 저감 진단 결과를 시행을 결정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강릉공공하수처리시설 위탁운영기관 관계자는 "현장에서 여러 문제들을 확인하고 개선을 제안해도 예산이나 운영상의 어려움 등으로 당장 개선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선태 대전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법적 기준만으로 관리하던 과거에서 벗어나 수용체 중심으로 환경정책이 바뀌어야 한다"며 "독일의 경우 법적 기준을 만족하더라도 지역 주민들이 악취를 호소하면 현재의 방지시설 기술이 수용가능하고 경제적으로 크게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기준과 관계없이 배출량을 줄이는 '지속적 개선' 문화가 정착한지 오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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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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