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미세먼지에 갇힌 한국 도시

서울, 대기질 '매우 나쁨' 여전 … 특단 대책 필요

2019-06-05 11:10:07 게재

세계 대기 오염 100대 도시 중 국내 44곳

전 환경장관 "클린 디젤 홍보 중대 착오"

정부·지자체 '호들갑 대책' 실효성 있나

지난 3월 '미세먼지 대란'을 겪은 후 정부와 서울시 등에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지난 4월 대통령 직속으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를 설치하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위원장을 맡았다. 서울시 등 전국 지방자치단체도 대책마련에 골몰하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다.

국내 도시의 미세먼지 심각성은 해외 도시들과 비교하면 쉽게 알 수 있다. 서울시의 대기질(초미세먼지·PM-2.5 이하) 수준은 세계 수도 62곳 중 27번째로 나쁘다.


지난 3월 국제 대기오염 민간조사 기관인 에어비주얼(AirVisual)은 '2018년 전 세계 대기질(PM-2.5)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세계 수도 62곳 중 서울시의 PM-2.5 순위는 27위다. 1위는 인도 델리, 2위는 방글라데시 다카가 차지했다. 중국 베이징은 12위다.

대한민국 전체 상황도 마찬가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대기오염이 심각한 100대 도시에 국내 도시가 44곳이나 포함됐다. 이 결과는 2018년 전 세계 73개국 도시 3000여 곳의 연평균 PM-2.5 수치를 분석한 것이다.

에어비주얼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속한 동아시아 지역의 경우 급속한 경제 발전과 대기오염 간 상관관계가 뚜렷하다"며 "석탄 연소 및 계절에 따른 먼지바람이 공기질 저하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밝혔다.

지구 온난화가 심해진다면 작은 대기 오염 배출도 축적돼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으로 이어진다는 최근 연구 결과('한반도 미세먼지 발생과 연관된 대기패턴 그리고 미래 전망'·이우섭)와도 비슷한 맥락의 지적이다. 실제로 환경부에 따르면 2015~2018년 한국의 연평균 PM-2.5 농도는 좋아지고 있지만 고농도 미세먼지 일수는 증가 추세다.

고농도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대책 중 하나로 경유차 줄이기는 필수다. 하지만 경유차 퇴출 정책 집행은 계속 늦어지고 있다. 2016년 6월 박근혜정부 때도 환경부 수장이던 윤성규 장관은 "클린 디젤 홍보는 중대한 시행 착오였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적이 있다. 당시 정부는 '6.3 미세먼지 특별대책'을 발표하면서 노후 경유차량(2005년 이전 출시) 조기폐차를 2019년까지 완료하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각종 의욕적인 대책 발표에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현 상황에서는 실현 불가능한 목표에 불과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송상석 녹색교통 사무처장은 "서울시의 경우 녹색교통진흥지역 자동차통행관리 시스템 구축을 위해서 180억원을 투자하는 등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예산 투입이 상당하다"며 "이처럼 혈세를 쏟아 투자한 제도들이 비상저감조치 때 뿐만 아니라 상시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고민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은 아니다. 2016년 8월 4일 환경부와 수도권 3개 시·도가 수도권 대기관리권역에 등록한 노후경유차의 '운행제한 단계적 추진과 인센티브 지원에 합의'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가 가장 적극적이었다고 평가한다. 서울시는 이미 2012년부터 상시 운행제한제도를 갖고 있었다. 당시 합의에 따라 2018년 과천시, 수원시 등 서울 인근 17개 시를 시작으로 2020년까지 대기관리권역 전 지역(28개 시)으로 노후경유차 운행제한 제도가 확대되게 됐다. 서울시 전역은 2017년, 인천시와 경기도 17개 시는 2018년, 나머지 수도권 대기관리권역은 2020년부터 운행제한을 실시키로 했다. 하지만 합의 이행은 차일피일 미뤄졌고 선거로 지자체장들이 교체되면서 유야무야 된 상태다.

최근 최악의 미세먼지가 이어지고 정부도 부랴부랴 대책 마련에 나서면서 지자체들도 미세먼지 저감대책 시행을 위한 법·제도적 기반 마련에 뒤늦게 속도를 내고 있다. 미세먼지특별법에 따라 수도권은 물론 전국 14개 광역시·도는 8월까지 노후경유차 운행제한을 위한 조례를 제정, 공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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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형 김아영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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