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탓? 감축 사례 오히려 배워야

2019-06-05 11:10:07 게재

강력한 '푸른하늘수호전'

베이징, 4년간 32%↓

국내 미세먼지 해법 논의는 중국 얘기에서 제자리에 멈춘다. 중국 요인이 절반이 넘는다는데 우리끼리 저감대책을 세우면 뭐하냐는 식이다. 하지만 중국의 미세먼지 저감 노력은 우리 대책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전문가들은 "중국 탓 보다 공공과 시민이 힘을 모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부터 제대로 하는 것이 더욱 빠른 해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같은 지적은 지난달 22~23일 서울 시청에서 열린 '2019 대기질 개선 서울 국제포럼'에서도 나왔다.

중국은 역대 최대규모인 16개 도시가 참여해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포럼에선 중국 베이징시의 미세먼지 저감대책이 성공 사례로 소개됐다. 이자벨 루이스 유엔 환경아시아태평양사무소 부소장은 포럼 기조연설에서 "베이징 등 중국 도시는 지난 4년간 미세먼지 배출량을 32% 줄였다"며 "아태지역 도시들이 베이징의 성공 사례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시는 △자동차 배출가스 기준 강화 △노후차량 폐차 및 교체 △차량 연료품질 개선 △2020년까지 전기차 40만대 보급 추진 등을 시행 중이다.

중국은 2018년부터 '푸른하늘수호전'이란 이름으로 대기질 개선 3개년 행동 계획을 진행 중이다. 국내의 지지부진한 상황에 비하면 목표도 높고 구체적이라는 평가다.

이산화황(SO₂)과 질소산화물(NOx) 총 배출량은 2015년 대비 15% 이상 감축하기로 했다. PM-2.5 기준에 미달하는 지급(현과 성 중간 규모 도시. 중국 전체 333개) 이상 도시는 맑은날을 80% 이상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2015년과 비교해 PM-2.5 농도를 18% 이상,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일을 25% 이상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난방 발전 및 산업 부문에서는 연료용 석탄 보일러 퇴출과 신규 설치 금지 등으로 강화했다.

자동차 부문도 눈에 띈다. 2020년 신에너지차 생산, 판매를 200만대까지 늘리기로 했으며 중점지역의 경우 친환경차 비율을 80%까지 높이기로 했다.

중국 주요도시들의 미세먼지 농도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서울시를 상회했다. 베이징만해도 서울시의 2배 수준에 달했다. 하지만 루이스 부소장의 언급처럼 최근 상황은 급속히 변하고 있다.

당에 의한 전일적 통제 체제, 정책 집행의 수월함 등 특수성이 있지만 중국의 미세먼지 개선 속도는 우리보다 크게 앞선다. 서울시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06년 대비 2018년 베이징의 미세먼지(PM-10) 수치는 54% 저감됐다. 2013년 대비 2018년 PM-2.5(초미세먼지) 수치는 43% 줄었다.

한국 정부와 지자체는 우리나라 대기오염 기준이 중국보다 훨씬 엄격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단순 비교는 힘들다는 입장을 보인다. 하지만 이번 포럼에서 나타났듯 중국의 최근 상황은 한국을 훨씬 앞서는 수준이라는 게 전문가들 입장이다. 지난 4월 미세먼지 발생원으로서 중국의 책임을 묻는 한국 정부의 질문에 중국이 "증거 있나"고 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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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형 기자 brother@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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