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부품 기술독립 이번엔 제대로│① 한국 경쟁력 현주소는

20년간 정책 단절 … 핵심기술 난망

2019-09-10 10:59:49 게재

정책효과 없자 중복정책 남발 … 정부불신이 기업호응 떨어뜨려

지난달 정부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강화 대책'을 내놓았다. 만성적인 대일무역적자 구조를 극복하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과거 대책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고 자신했다.

기업과 전문가 분위기는 정부의 자신감과는 다르게 냉소적이다. 대책이 기존 내용과 유사한데다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산업자원부 고위직 출신 인사는 "그동안 발표한 정부정책 대로라면 한국은 소재부품 분야에서 이미 일본과 대등한 관계에 있어야 한다"며 "이제 20년간의 정책실패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면 정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1991년부터 소재부품 국산화에 공을 들였다. 일본에서 주요 소재부품을 들여와 가공해 수출하는 중간가공 형태 제조업에서 탈피하기 위한 조치였다.

소재부품 국산화 정책은 김대중정부 시절부터 본격화 됐다. 김대중정부는 1999년 자동차와 전자 기계 등 3개 업종을 중심으로 '부품소재산업 발전전략'을 내놓았다. 2001년 '부품소재전문기업 등의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을 제정했다.

김대중정부는 특별법에 근거해 2001년 '핵심 부품소재의 세계적 공급기지화'를 목표로 한 '제1차 부품소재발전기본계획'(2001~2010년)을 세웠다. 10년 간 1조1827억원을 기술개발에 지원하기로 했다.

2009년 이명박정부는 '제2차 부품소재발전기본계획'(2009~2012년)을 발표했다. '부품소재 세계 5대 강국진입'을 목표로 했다. 2010년에는 매년 1조원씩 10년간 10조원을 지원하는 '10대 소재 국산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박근혜정부는 2013년 '제3차 소재부품발전기본계획'(2013~2016년)에서 '소재부품 세계 4강 달성'과 민관 2조원 투자계획을 내세웠다.

이러한 정부주도 국산화추진전략은 외형적 성장을 이뤄냈다. 소재부품 생산은 3배(2001년 240조원→2017년 786조원), 수출은 5배(2001년 646억달러 → 2018년 3409억달러) 늘었다.

하지만 성장 내용은 부실했다. 20년간 수차례 소재부품정책을 발표했지만 만성적인 대일무역적자 구조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핵심소재부품과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탓이다.

정부도 "범용제품 위주의 추격형 전략과 핵심 전략품목의 만성적 대외의존 지속, 부가가치 정체 등 한계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2·3차 기본계획 때부터 줄곧 지적된 내용이다. 20년간 정책을 추진했지만 세계시장을 주도하는 핵심기술 확보에 실패했다고 자인한 셈이다.

지난달 문재인정부는 '핵심기술 대외의존성 탈피'를 목표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기업들과 전문가들 사이에는 이번 대책에 대해 핵심 정책이 재탕 삼탕에 불과하고, 정권이 바뀌면 흐지부지 될 것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이번 정부대책의 핵심인 '100대 핵심 전략품목 조기 공급안정화' 경우 2·3차 기본계획에 담겨져 있는 내용이다. 다만 연구개발 투입액이 2020년부터 3년간 5조원 이상으로 역대 최대 규모라는 점만 다르다.

생태계와 관련 '수요-공급기업 및 수요기업 간 건강한 협력모델 구축'도 '수요대기업과 납품중소기업간 상생협력 기반 강화'(2차) '소재부품산업의 뿌리생태계 확충'(3차) 등과 유사한 내용이다. 협력생태계 구축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기업과 전문가들은 '정책지속성 담보'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오동윤 동아대 교수는 "아무리 좋은 정책도 지속성이 담보돼야 성과를 낼 수 있다"며 "정권이 바뀌더라도 유지될 수 있도록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부 고위직 출신 인사도 "정책지속성은 정부를 신뢰하는 바로미터"라며 "정부정책에 기업이 호응할 수 있도록 신뢰를 회복해야 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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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기자 h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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