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충격, 사스나 금융위기 때보다 심해"
중국 '실질 실업률 20%' 조사도
일자리 유지돼도 임금 삭감
"아직 코로나 충격 변곡점 안와"
지난 21일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개막한 가운데 중국 정부는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하지 않았다. 중국 정부는 경제성장률에 대한 언급을 피하는 대신 도시 실업률을 6% 안팎으로 정하고 일자리를 900만개 창출하겠다면서 고용을 우선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중국 정부가 고용 문제를 심각하게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업 통계가 현실을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은 계속되고 있다.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미국의 4월 실업률은 사상 최고인 14.7%를 기록했지만 중국의 4월 공식 실업률은 6%에 불과했다. 이는 3월 실업률 5.9%보다 겨우 0.1%p 늘어난 것이다.
시골에서 도시로 이주해와 일하는 농민공 2억9000만명은 공식 실업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중국에서 3월말까지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은 약 230만명이었는데 이는 전체 농민공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이 신문이 인용한 중타이증권의 조사에 따르면 4월 말 중국의 실질 실업률은 20.5%로, 약 7000만명이 실직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농민공을 돕는 비정부기구 베이징사회사업개발센터의 설립자 리타오는 코로나19가 중국 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은 2002~2003년 사스(Sars)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리타오는 "사스는 세계적인 전염병으로 이어지지 않았고, 금융위기는 수출 중심 공장에 충격을 많이 줬지만 서비스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면서 "하지만 코로나19는 글로벌 수요와 서비스 분야를 크게 악화시켰다"고 말했다.
사스는 발병이 통제된 2003년 여름부터 중국 경제가 호황 사이클에 접어들면서 중국 경제에 영향을 준 기간이 길지 않았다. 금융위기 때는 수출 공장이 많은 해안 지역이 타격을 받았는데 농민공 약 2000만명이 일자리를 잃은 것으로 추정됐다.
최근 코로나19로 실업난이 심해지고 있는 가운데 중국 농민공들은 실직 위기에 놓였을 뿐만 아니라 임금도 삭감되는 상황에 처했다. 베이징사회사업개발센터에서 지난달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농민공의 약 80%가 4월에는 복직했지만 대부분 임금이 줄어들었다.
리타오는 "아직 코로나19의 영향을 전체적으로 파악하기엔 이르다"면서 "대부분의 공장들이 여전히 코로나 확산 이전에 발주된 주문을 처리하고 있기 때문에 아직 변곡점에 이르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주하이에서 미국 계약 제조업체가 운영하는 공장에서 일하는 왕광의 경우 다행히 일자리를 잃지는 않았다. 하지만 왕광은 10년 동안 근무했는데도 불구하고 올해 임금이 월 4000위안(69만원)에서 3000위안(52만원)으로 40% 정도 줄었다.
그가 다니는 전자 공장은 지난해 중국의 대형 통신사와의 거래를 중단한 후 일부 제조라인 가동을 멈췄다. 주문량이 줄어들었다는 것은 왕광이 일할 시간이 줄어든다는 의미이다.
농민공들은 보통 초과근로에 의존해 실질소득을 4000위안 이상으로 끌어올린다. 4000위안이면 평균 최저임금의 2배 정도다. 왕광은 "현재는 코로나 이전에 발주한 주문을 생산 중인데 이게 끝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임금이 줄자 많은 젊은 직원들이 회사를 그만뒀다. 왕광의 부서는 200명에서 수십 명으로 줄었고 남은 직원들은 대부분 50대들이다.
과거에는 제조업 공장에서 일하던 젊은 농민공들이 서비스업으로 옮겨가기가 쉬웠다. 그러나 지금은 코로나로 인해 서비스업 일자리도 말라가고 있다. 중국호텔협회가 4월 초 5451개 식당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약 80%가 다시 문을 열었지만 수입이 1년 전의 1/5에도 못 미쳐 신입사원보다 해고자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리타오는 "재난이 발생했을 때 일부 농민공들은 생활비를 줄이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기도 한다"면서도 "하지만 그들의 시골 고향에는 일자리가 없기 때문에 도시에 기회가 있는 한 농민공의 약 80%는 도시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