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인재 수요 내년 72만여명

2020-09-17 11:23:07 게재
"중국 반도체, 돈은 넘치나 인재는 부족" 에서 이어짐

정부 방침이 서자 반도체 업계로 자금이 홍수처럼 쏟아졌다. 국영, 민간 투자자들이 정부의 기대에 부응하며 투자에 나섰다. 최근 화웨이와 기타 기술기업에 대한 미국의 각종 제재가 이어지자 중국 내 반도체 부문의 자급자족을 서둘러야 한다는 위기감이 커졌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미국 나스닥을 본따 상하이에 커촹반(기술·벤처기업 전문 증시)을 세웠다. 반도체 부문에 대한 또 다른 자금지원 통로가 되고 있다. 이달 초 기준 커촹반에 상장된 168개 기업 가운데 28곳이 반도체 기반 기업이다. 시가총액은 1/3을 차지한다. 그중 한 곳인 상하이 소재 SMIC는 올해 7월 커촹반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를 통해 70억달러 가까이 자본을 확충했다. SMIC 주가는 현재 3배 올랐다.


홍수처럼 밀려드는 현금은 반도체 유니콘을 꿈꾸는 젊은이들의 창업 열풍을 이끌었다. 반도체 설계기업은 가장 인기 높은 스타트업 형태다. 중국 기업 정보 데이터베이스인 '톈옌차'에 따르면 이달 초 기준 중국 본토에만 13만8000곳의 반도체 설계 기업이 등록돼 있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약 5년 전 창업했다. 중국 정부가 현재의 반도체 부문 개발 캠페인을 시작하던 때다.

반도체 설계가 매력을 끄는 이유는 적은 자산으로 시작할 수 있기 때문. 반도체 인재 컨설턴트인 샤구이건은 "반도체 제조는 수십억달러 투자가 요구된다. 정교한 장비를 사들이고 고도의 숙련도를 가진 노동자를 영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영역에서 기득권을 가진 기업들 역시 반도체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중국 최대 스마트폰 제조사에 속하는 '오포'와 '비보'는 경쟁사 제품과 차별성을 꾀하기 위해 자체적인 반도체 제조 팀을 꾸렸다.

중국 공업화신식화부(산업정보기술부)에 따르면 수많은 기업들이 생기고 성장하면서, 반도체 인재 수요는 내년 말 72만여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말 반도체 시장 인재 46만여명에 비하면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이 격차를 메우기 위해 중국은 올해 7월 보다 많은 교육자원을 반도체 인재 육성에 쏟아붓는 정책을 마련했다. 이 정책에 따르면 집적회로(IC) 전문기술은 이제 '1급 교육'으로 격상된다. 앞으론 '전자과학기술'과 동등한 중요도를 가진 부문으로 분류된다. 집적회로는 이전 전자과학기술의 하위 분야였다. 따라서 1등급으로의 격상은 이 부문 전공 학생들이 장학금이나 생활보조금 등 보다 많은 교육자원을 받게 될 것이라는 의미가 된다.

현재는 노동자가 우위에 선 시장이지만,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 과거 중국 정부의 대규모 지원을 받던 부문들이 정책 변경에 따른 자금 지원 중단으로 여러번 역풍을 맞은 바 있다. 향후 수년 내 많은 반도체 스타트업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반도체 부문 일자리 수천개도 함께 사라진다.

향후 상황에 대한 상징적인 사례는 우한홍신반도체제조(HSMC)다. 후베이성에 소재한 HSMC는 2017년 설립됐다. 당시 정부의 각종 지원을 받아 7나노미터(nm) 이하 반도체를 제조하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TSMC 임직원 등 100명에 가까운 반도체 인재를 대만에서 영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기업은 현재 도산 위기에 놓였다. 150억달러 이상의 자금을 투자했지만 첫 제품을 만들어내지도 못했다. 창립 4년 만인 올해 7월 후베이성은 "HSMC가 대규모 현금부족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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