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돈은 넘치나 인재는 부족

2020-09-17 12:23:20 게재

차이신 “정부·민간 투자 봇물 … 이직 악순환 부작용”

중국 반도체 업계가 인재 구하기에 혈안이 됐다. 원체 인력풀이 제한적이어서 업계 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미국이 화웨이 등 중국 반도체 업계 고사에 나섰기 때문이다.

중국 경제·금융 전문지 ‘차이신’은 16일 “반도체 인재를 구하기 위한 경쟁은 임금 급증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금은 풍족하나 경험은 부족한 스타트업들이 현금을 쏟아부으며 인재 모시기에 나섰다”고 전했다.

반도체 인재에 대한 수요 증가는 최근 구직사이트 포스팅에서 엿볼 수 있다.

중국 고용 플랫폼 ‘자오핀’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반도체 관련 기업의 구인 포스팅은 노동자의 구직 포스팅 대비 2.6배 많았다. 코로나19 팬데믹에 기업들이 문을 닫거나 사업을 대폭 축소하던 때다.

중국 선전시 소재 헤드헌팅 기업 ‘가오방주터우’의 한 직원은 차이신에 “반도체 기업들의 인재 문의는 올해 초 갑자기 50% 급증했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기업 구인 요청의 경우, 이직 전 임금의 20~30% 인상을 약속한다. 하지만 반도체 장비 제조와 관련된 일부 특정 직종에서는 100% 인상을 약속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최근의 인재 물색 급증과 달리 지난 수년 간 인재 수요는 점진적으로 늘었다. 중국 지방의 반도체 부문이 여전히 미발전 상황에 있었기 때문이다. 2012년만 해도 반도체 관련 전공 대학 졸업자가 제품개발 부서에서 받는 월 평균 초임은 9000위안 정도였다. 현재는 1만3000~2만위안(약 225만~347만원)으로 크게 올랐다. 수년 전만 해도 구인 열풍이 이처럼 거셀지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2012년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한 반도체 설계 공학자는 차이신에 “당시 30명 졸업동기 중 단 6명만 반도체 관련 일자리를 얻었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자체적인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노력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운다. 제한적인 반도체 인재들이 결국 비생산적인 곳에 투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잠깐 한곳의 스타트업에 몰렸다 더 많은 임금 욕심에 다른 곳으로 이직하는 악순환이 벌어질 수 있다. 1990년대 말 미국 닷컴버블 시기에 그같은 상황이 벌어진 바 있다. 당시 월가에서는 입증된 실적이 없어도, 사업모델이 없어도 닷컴 스타트업이라는 표지만 달면 거액을 투자했다.

중국 반도체 부문의 전환기는 2014년이었다. 당시 중국 정부는 반도체 산업 발전을 위한 국가적 청사진을 제시했다. 그해만 1387억위안 (약 24조원) 공적자금을 마련해 반도체 기업들에 지원했다.

"반도체인재 수요 내년 72만여명" 으로 이어짐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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