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덕스러운 '엘니뇨' AI로 잡는다
한반도 맞춤 시스템 '에스프레소'APCC, 기후영향 분석 정확도 ↑
다양한 형태의 재해를 일으키는 엘니뇨가 우리나라에는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엘니뇨는 열대 동태평양 남아메리카 페루와 에콰도르의 서부 열대 해상의 바닷물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이다. 태풍 발생 빈도는 물론 참치 등 어족 자원들의 분포, 곡물 가격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그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란 쉽지 않다. 실제로 엘니뇨가 발생하면 대개 11~12월 기온이 평년보다 따뜻한 가운데 강수량이 많은 경향이 있지만 꼭 그런 것도 아니다. 1982~1983년 겨울에는 반대로 평년보다 춥기도 했다.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인공지능(AI)이 나섰다. APEC기후센터(APCC)는 최근 AI를 활용한 'ESPreSSOV3(Expert Seasonal Prediction System for operation Seasonal Outlook version 3)'을 개발했다. 원두에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듯 과학 자료들을 짜내서 기후정보를 만들어 낸다는 의미로 '에스프레소'라 불리기도 한다.
에스프레소는 종전과 달리 우리나라 맞춤 계절 기후 영향 분석이 가능하다는 게 특징이다. 기후는 흔히 사람의 성격과 같다고 표현을 한다. 어떤 사람의 말과 행동(날씨)을 통해 성격(기후)을 파악하고 이를 통해 미래에 어떤 행동을 할지 예측할 수 있는 것처럼 기후예측도 비슷하다.
기후예측을 위해서는 기후예측모델(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 간의 상호작용을 수치화 한 것)을 많이 쓴다.
하지만 연산량이 워낙 방대하다 보니 일부 연산은 간결화되고 우리나라 지형 특색이 고려가 안되는 등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다중모델앙상블(다양한 기후예측모델 결과 종합)기법을 사용하지만 이 역시 딱 우리나라에 맞는 것은 아니다.
기후를 예측하기 위해 지구상의 대륙과 해양을 격자블록으로 분할해 표출한다. 다중모델 앙상블의 경우 여러 모형이 결합되다 보니 우리나라에 해당하는 격자가 2~4개밖에 반영이 안된다.
에스프레소는 전문가와 AI의 협업을 통해 이러한 한계를 보완했다. 새롭게 개발한 전문가와 AI협업 기반의 예측 인자 자동 선별 시스템을 도입했다. △전문가 가이드 △대륙-해양간 예측성 △기후 예측 모델의 성능 △위도에 따른 격자 왜곡 등을 고려해 예측을 한다. 필요한 경우 전문가가 직접 개입해 자동 선별 시스템 결과를 오버라이드(자동으로 진행되는 과정을 중단, 전문가가 선택한 인자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해 더 나은 예측 결과 생산이 가능하다는 것도 이점이다.
개발을 담당한 김원무 APCC 선임연구원은 "다양한 자연 현상의 복잡한 상호 작용의 결과인 기후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매우 도전적인 과제"라며 "여러 신기술 개발과 창의적인 활용을 통해 정확한 기후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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