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을 넘어 평온한 수면

평온한 수면이 만성질환 막아준다

2021-05-07 11:30:06 게재

불면증, 수면제로 해결 어려워 … "다양한 수면장애 진단 후 조기처치해야"

깨어진 수면 행태는 건강한 생활을 침해한다. 많은 사람들이 빛 공해와 야간 노동과 만남, 스트레스 증가 등으로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 낮 시간대에는 졸림과 집중 안됨으로 인해 활기찬 활동이 어렵다.

불규칙한 수면은 만성질환 발생률을 높이기도 한다. 하지만 스스로 자신의 수면에 문제가 있다고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심각한 상황에 이르러서야 의료기관을 찾는다. 심신에 악영향을 주는 수면 행태를 살펴보고 평온한 수면을 유지할 수 있는 실천적 정보를 알아본다.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쉬고 잠을 자는 게 건강한 사람의 수면생활 행태다. 현대산업사회는 이런 수면 행태를 깨뜨린다.

잠들기 힘들고, 너무 많이 잠을 자고, 낮에도 잠을 자야 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수면장애가 나타난다. 흔한 불면증만 있는 게 아니라 수면무호흡증 기면증 하지불안증후군 렘수면행동장애 등 다양하다.

분당서울대병원 수면센터 윤인영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수면다원검사로 수면 상태와 수면무호흡의 정도를 확인하고 있다. 사진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적합한 약물 사용은 피하지 말아야 = 불면증은 잠이 들기 어렵거나 자주 깨거나 아침에 일어날 때 개운하지 않는 몸 상태를 보인다. 전 인구의 1/3 정도는 가볍게라도 흔히 경험한다. 불면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50% 정도는 3년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불면증을 다스리지 않고 방치할 경우 우울증, 기억력 저하와 같은 정신질환뿐만 아니라 면역기능 저하, 당뇨, 고혈압 등의 신체 질환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치료방법은 약물을 사용하지 않는 인지행동치료와 약물치료가 있다.

윤인영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수면관련 약물의 부작용이 사회적으로 지나치게 강조되어 불면증환자들이 약물치료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며 "수면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부작용 측면에서 각 개인에게 적합한 약을 선택해 소량을 사용한다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잘 때 코를 심하게 골고 낮 동안 운전하거나 생활할 때 졸림을 경험했다면 수면무호흡증에 대해 진찰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자다가 숨이 정지하는 수면무호흡증은 본인이나 가족이 수면 중 호흡정지를 느끼거나 관찰하는 경우도 있지만 무호흡 경험 없이 코골이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비만과 연관성이 크고 술을 마시고 자면 코골이와 수면무호흡증이 좀 더 심해진다.

치료하지 않을 경우 기억력과 집중력 저하, 고혈압, 동맥경화, 뇌졸중 등이 합병증으로 나타날 수 있다.

옆으로 잠을 자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체중 줄이기, 양압기 착용, 수술, 구강 내 장치 등이 흔한 치료법이다. 양압기는 좀 불편하기는 하지만 가장 대표적인 치료법이다.

◆적절한 운동은 약, 과도한 음주는 독 = 낮 시간에 졸림을 보이는 질환 중 대표적인 것은 기면증이다.

졸음과 무기력감을 함께 느끼며, 선잠이 들어 환각에 빠진다. 밤에 충분히 잔다고 해도 낮에 이유 없이 졸린다.

기면증의 졸음 정도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다. 환자 상당수가 졸음 증상에 어느 정도 적응이 되어 있어 졸음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청소년이 낮에 졸 경우 병이라고 생각하기지 않고 수면부족, 학업에 대한 흥미 저하, 게으름 등으로 보고 제대로 진단과 치료를 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낮에 졸리는 증상을 다스리지 않을 경우 학업이나 직장 활동이 저하되는 등 어려움을 겪게 된다.

낮에 졸리는 증상을 보이는 질환으로는 기면증 외 특발성 수면과다증, 우울증, 수면무호흡증, 일시적 수면과다증 등을 들 수 있다. 질환에 따라 치료와 예후가 분명해 적절한 치료를 진행하면 효과적으로 조절될 수 있다.

저녁시간에 다리의 불편감, 통증 혹은 이상 감각을 느끼고 다리를 움직이면 좀 나아지는 경험을 했다면 하지불안증후군을 의심해보아야 한다.

윤 교수에 따르면, 하지불안증후군은 별도의 검사 없이 수면 전문가 면담으로 진단을 내릴 수 있지만 치료 전 반드시 철분 결핍 상태를 평가해야 한다. 하지불안증후군 환자의 25% 정도가 철분 결핍을 보인다. 이들에 대한 치료는 먼저 철분을 공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적절한 운동을 하고 과도한 음주를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약물효과와 부작용을 평가하면서 단계적으로 약물을 사용하면 대부분은 만족스런 조절을 할 수 있다.

◆수면 중 이상행동 방치, 치매 가능성 = 노인이 자다가 소리를 지르거나 팔다리를 움직이는 이상행동을 보일 경우 고약한 잠버릇이라고 그냥 넘기지 말고 렘수면행동장애인지 살펴봐야 한다.

렘수면행동장애는 싸우거나 쫓기는 꿈을 꾸면서 꿈속 행동을 그대로 실행하는 증상을 보인다. 소리를 크게 지르고 벽을 치거나 발길질하는 등의 증상을 보이기도 한다.

렘수면행동장애 자체를 치료하는 것이 수면 중 사고 방지를 위해 중요하다. 렘수면행동장애는 파킨슨병 치매와 연관성이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렘수면행동장애 환자는 발병 후 5년 뒤 20%, 10년 뒤 50% 정도가 파킨슨병 혹은 치매로 진전됐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윤 교수는 "수면 중의 악몽과 이에 따른 이상행동에 대해서는 약물치료를 통해 조절하고 정기적인 진찰을 통해 파킨슨병이나 치매로 전환되는 것을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우울로 불면시 상담 요청 = 잠자는 시간이 짧거나 길면 당뇨병 등 만성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미국 국립질병통제예방센터 제닛 크로프트 박사 연구팀에 따르면, 하루 잠자는 시간이 6시간 이하인 그룹은 7∼9시간인 그룹에 비해 관상동맥질환(심장병), 당뇨병, 뇌졸중, 비만 등과 같은 만성질환의 발생률이 높았다. 하루 10시간 이상 잠자는 그룹 또한 7∼9시간 그룹에 비해 만성질환 위험이 높았다.

한진규 서울수면센터 원장은 "만성 성인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유산소운동과 과식을 피하는 식이조절도 중요하다"면서도 "생활습관 중에 하루 7∼8시간의 수면을 유지하는 것이 성인병 예방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코로나19 장기화 탓에 우울감 스트레스 등으로 잠 못 이루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와 관련 국립정신건강센터는 코로나 우울 심리지원을 위해 '국가정신건강정보포털' '국가트라우마센터 카카오톡 채널' 모바일 응용프로그램(앱)을 운영 중이다.

이영문 국립정신센터장은 "일반 국민들도 심리적 어려움이 있을 때는 주저하지 말고 전문가를 찾을 것"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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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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