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협업 맞춤형교과서
표준교과서 시대 가고 맞춤교과서 새 바람
교과서 자유발행제 시행 … 정부부처 발행 교과서 인기 몰이
예전에는 교과서가 표준과 기준을 상징했다. '교과서대로~'가 교실수업과 대입에서 통용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과서는 점점 더 학생들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교과서 대신 참고서나 학원에서 제작한 시험용 교재가 더 인기를 끈다. 학생들은 교과서보다 유튜브를 통해 세상을 배운다.
교육부는 현대사회에 맞는 최적의 교과서가 무엇인지, 어떤 내용을 담아야 하는지 고민했다. 그러다 내놓은 것이 부처협업 교과서다.
모두가 시대흐름과 산업사회 요구를 충분히 담아내는 교과서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교과서 내용 재검토, 예산규모에 따른 연구와 논의가 계속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교과서를 만드는 사람들은 수요자와 전문가 의견을 얼마나 수용하고 있을까.
경기게임마이스터고는 산업계의 요구를 반영해 단계별 게임 이론 교육과 학년별 게임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한다.
1학년은 공통과목으로 게임 기획과 게임 그래픽 수업을, 2·3학년은 학생의 진로선택을 반영한 선택과목을 운영한다. 이 과정에서 정부부처가 제작한 전문 선택교과서로 수업을 한다. '게임기획의 이해'와 '자료구조와 게임알고리즘' 교과서다.
흔히 '게임 개발 = 프로그래밍'이라는 단순논리로 이해하고 있지만 사실은 다르다. 게임프로그래머가 되기 위해서는 필수 교과목을 배워야 하는데 그게 게임알고리즘 교과서이다. 단원을 살펴보면 △자료구조의 기본개념 및 이론 △스택과 큐, 연결리스트 구현하기 △정렬과 탐색 △트리와 트리순회 △알고리즘의 기본개념과 그래프 △게임 수학, 물리 알고리즘으로 나뉜다.
알고리즘 이해하기 단원에서는 문제 해결과정, 알고리즘의 설계 및 작성, 알고리즘의 성능분석을 배운다. 단원마다 학습정리와 평가문제를 실어 스스로 평가하도록 했다. 게임수학과 물리 단원에서는 2차원 좌표계와 피타고라스 정리를 이용한 캐릭터 추적 등 게임수학 기초를 배운다. 벡터와 행렬, 중력, 가속도가 적용되는 점프구현 등도 단원에 담았다.
경기게임마이스터고는 2020년 4월 교육부 문화체육관광부 경기도교육청 안양시가 협력해 만든 국내 최초 게임콘텐츠 분야 학교다. 2.5대 1이라는 경쟁률을 보이며 상위성적 학생들이 몰렸다.
이러한 부처지원 인정교과서는 취업에 대비, 충분한 전문지식을 배우고 익히도록 구성했다는 점에서 교사들의 반응도 뜨겁다. 최은정(게임마이스터고 게임개발과) 부장교사는 "게임은 종합예술이다. 기술적인 능력을 갖추는 것은 물론, 학생들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인문학적인 소양을 바탕으로 새로운 게임을 창조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국 최고 자부하는 군 특성화학과 = 대전 동아마이스터고가 2008년부터 배출한 군 전문 인력은 500여명이 넘는다. 정보통신장비운용 245명, 궤도장비정비 272명 등 전문 인재를 키워 군으로 보냈다.
졸업 후 직업군인 40%, 취업(대기업·공기업 중소기업) 40%, 기타 20%로, 맞춤형 진로진학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게 특징이다. 입학시 전기전자제어(정보통신)와 궤도장비정비(기계) 특성화학과 40명을 선발한다. 군 특성화학교 최우수학교에 두 차례나 선정돼 전국 최고의 반열에 오른 지 오래다.
동아마이스터고는 지난해부터 국방부가 펴낸 '부처 주도형' 교과서 3종을 배운다. 군리더십(공통과목)과 유무선통신운용 과목이다. 1·2학년은 일반 마이스터고와 같은 교육과정을, 3학년은 군 관련 12단위를 배운다. 여기에 궤도장비정비 I, II와 전차, 장갑차, 자주포를 정비하는 주특기 분야도 직무과목으로 배치했다. 수업은 국방부에서 파견된 전문교관과 기존 정보담담 교사가 융합형으로 진행한다. 군 리더십 교과서는 초급간부부터 자기개발을 위한 다양한 학습활동, 군사전문성까지 아우르고 있다. 품성과 리더, 전문성, 역량개발, 임수완수 등을 주요 내용으로 구성했다. 졸업 후 군 생활을 평생직장으로 선택해도 실무에서 뒤지지 않는 실력을 갖춘다는 게 김구영(군 특성화부장)교사의 설명이다.
국방부가 펴낸 이 교과서는 자질과 역량 개발을 위한 교육과정이다. 21개 요소와 6개 범주를 귀납적 접근을 통해 가르친다. '책임' 단원 인물탐구 영역에서는 만주에 신흥무관학교를 세운 '우당 이회영 가문'의 독립운동과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배운다.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이순신 장군의 공정한 상벌원칙도 교육과정에 담았다. '창의' 단원에서는 창의력 향상을 위한 의사전달과 토론학습을 진행한다.
유무선 통신 교과서는 정보통신의 중요성과 군에서 반드시 배워야 할 전문분야를 담았다. 과거의 통신체계부터 최근 인터넷과 인공위성 활용 분야까지 기초교육을 맞춤형으로 구성했다. 전투무선망, 전술다중무선장비, 통신체계, 군 위성통신체계 등 첨단장비를 운용하는 현대 사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분야를 입대 전에 배운다.
◆지속가능한 인재관리 위해 인사형평성 시급 = 국방부 군 특성화학과는 국방개혁2030 추진에 따른 산·학·군 기술인력 육성 협력 체계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 입대 전 군(軍)에서 소요되는 전문기술인력을 맞춤형으로 양성하는 게 목표다.
복무 중에는 전문분야 보직을 받고 경력과 전문성을 계발한다. 전역 후 전문기술인력으로 사회에 진출, 산업분야 국가경쟁력 강화에 기여하고 지속가능한 취업으로 이어간다는 취지다.
최근 군특성화고 로드맵은 전문병 18개월과 전문하사 15개월 의무복무에서, 임기제 부사관 6~48개월로 바뀌었다. 따라서 실무교육도 강화됐다.
동아마이스터고는 정보통신운용 분야는 육군정보통신학교에서 전반기와 하반기 각각 4박5일씩 직무교육을 받는다. 궤도장비 정비 분야는 육군종합군수학교에서 매 단원이 끝나는 시차마다 9회에 걸쳐 직무교육을 받는다. 체력, 태권도, 합기도, TOEIC, 전공자격증, 전공심화, 예체능 관련 과정은 방과 후 프로그램에서 소화해낸다. 군에서 필요로 하는 기본소양과 각종 자격증은 졸업 전에 대부분 취득한다.
입대 후 전문사병이나 부사관으로서 임무수행에 큰 어려움이 없도록 미리 교육과정에서 끝내는 시스템이다. 여기에 상병 진급하는 시기에 맞춰 전문학사 취득을 위한 e-MU 진학을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놨다. 온오프라인 학습을 병행한 전문교육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개선해야 할 대목도 눈에 띈다. 군특성화반 학생들의 진로로드맵 상 직업군인 및 전역 후 취업에 대한 인사관리 형평성이다. 입대 후 임기제 부사관으로 임관시 현역 부사관에 준하는 동일한 수준의 경제적 형평을 맞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우수한 전문인재들이 조기전역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군 특성화학과 교사들의 증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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