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보 여니 돌아온 흰수마자
보 개방후 '흰수마자 집단서식' 첫 확인
백제보 하류 지천에서 150여마리 관찰 … 천연기념물 제454호 '미호종개'도 다수 발견
금강 지류인 지천에서 멸종위기1급 물고기 '흰수마자' 150마리가 발견됐다. 이와 함께 역시 멸종위기1급이자 천연기념물 제454호인 '미호종개'도 다수 관찰됐다.
지난 2014년 이후 지천 어류 조사에서 관찰되지 않았던 흰수마자가 새롭게 발견된 것은 금강 재자연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다.
흰수마자들은 개방한 세종보 공주보 백제보 구간의 금강 본류를 통해 이동해 지천으로 올라온 개체들로 추정된다.
멸종위기1급 흰수마자는 물이 맑고 모래톱이 깨끗한 곳에서만 사는 물고기다. 강의 생태건강성을 나타내는 지표종이라고 할 수 있다. 18일 현장 동행취재로 금강 지천의 흰수마자와 미호종개를 확인해보았다.
18일 오후 2시 금강 지류인 지천에서 '흰수마자'(Gobiobotia naktongensis. 멸종위기야생생물 I급) 154마리가 확인됐다.
최근 백제보 완전개방으로 금강의 재자연화가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흰수마자 대규모 서식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금강 수계의 흰수마자는 4대강사업으로 대부분 자취를 감추었다. 2014년 이후 금강 수계에서 흰수마자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세종보 개방 이후 2019년 국립생태원 현장조사 때 세종보 하류 지점에서 3마리, 올해 1월 25일 청주 미호천에서 3마리가 관찰됐을 뿐이다.
이날 흰수마자 모니터링에는 조성장 보령민물생태관 대표, 성무성 순천향대 멸종위기어류복원센터 연구원, 김지한(군산대 해양생물공학과 2학년) 학생 3명이 참여했다. 모니터링은 반두(족대)를 이용해 직접 채집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모니터링은 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의 멸종위기종 포획허가를 받아서 진행했다. ㅁ모니터링 현장은 금강유역환경청, 청양군청, 충남도의회 김명숙 의원 등 관계자들이 참관했다.
◆'흰수마자' '미호종개'가 우점종 = 이날 지천 하류 2개 지점에서 관찰된 어류는 △흰수마자 154(마리) △미호종개(Cobitis choii. 멸종위기1급. 천연기념물 제454호) 22 △모래무지 21 △?瘟歷早?12 △갈문망둑 3 △피라미 3 △밀어 2 △참마자 1 △돌마자 1 등이다. 멸종위기1급 민물어류 2종이 가장 개체수가 많은 우점종과 아우점종으로 나왔다.
물속 모래톱에서 수서곤충을 잡아먹고 사는 '흰수마자'는 야행성이라 낮에는 모래 속을 파고 들어가서 잠을 잔다. 모래톱을 적당한 깊이로 헤치며 반두(족대)질을 해야 발견할 수 있다.
'흰수마자'는 원래 낙동강 전역이 주 서식지였다. 그러나 4대강사업으로 8개의 보를 막은 낙동강 본류 구간에서는 지금까지 거의 발견되지 않는다. 가장 많은 흰수마자가 살았던 내성천도 영주댐 공사 후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었다.
현재 흰수마자가 서식하는 곳은 금강 보 개방구간과 일부 지류, 내성천-낙동강 합수구간과 내성천 일부, 황강-낙동강 합수구간 일부, 진주 남강 하류, 임진강 일부 지류 등이다.
'미호종개'는 1984년에 신종으로 발표된 우리나라 고유종이다.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의 금강 일부 수계에서만 매우 제한적으로 서식한다.
모래가 깔린 맑은 물에 사는 미호종개도 골재채취 및 하천정비, 수질오염, 4대강사업 등으로 서식지가 교란되면서 개체수가 크게 줄어들고 있다.
미호종개와 흰수마자는 모두 환경부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으로 지정됐다. 미호종개는 추가로 천연기념물 제454호로 지정됐다. 미호종개 집단서식지인 지천 하류(부여군 규암면 금암리/청양군 장평면 분향리 일원)는 2011년 9월 5일 천연기념물 제533호로 지정돼 법적 보호를 받는다.
흰수마자와 미호종개가 집단으로 발견된 지천은 충남 청양군 칠갑산 자락에서 발원해 백제보 하류에서 금강으로 흘러드는 작은 하천이다. 지금까지 지천에서 확인된 어종은 9과 44종으로 △미호천 10과 41종 △초강천 3과 36종 △갑천 8과 36종 △유구천 6과 31종 등 금강의 다른 지류에 비해 어종이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흰수마자 이동통로 만들어줘야" = 백제보 개방 이후 지천에서 흰수마자 집단서식을 처음 확인한 조성장 대표는 "4대강사업 이후 사라졌던 지천의 흰수마자가 다시 나타나 무척 반갑다"며 "앞으로도 흰수마자와 미호종개가 금강 수계에서 잘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인철 순천향대 교수(멸종위기어류복원센터장)는 "현재 금강에는 용담댐과 대청댐, 금강하구둑과 7156개의 크고 작은 보가 설치되어 있고, 이로 인해 강물이 정체돼 모래로 이루어진 여울부가 급격히 줄어든 상태"라며 "유구천과 정안천, 지천, 논산천 등의 수질개선과 더불어 멸종위기 어류 서식지에 건설된 구조물을 개선해 산란과 회유를 위한 이동통로를 확보해주는 근본적인 서식지 복원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종선 금강유역환경청장은 "금강 본류 모니터링을 통해 본류에 흰수마자가 서식하는지 여부를 확실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4대강사업 이후 금강 수계에서 관찰되지 않았던 흰수마자가 대규모로 서식한다는 게 처음으로 확인된 만큼, 서식지 보전과 금강 자연성 회복이 지속될 수 있도록 관할 기관으로서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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