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뺏길라' 똘똘 뭉친 검찰

2022-04-11 11:46:22 게재

전국 지검장 18명 대면 회의 … 총장 모두 발언 이례적 공개

일부선 밥그릇 싸움 비칠까 우려 "공정성 확보 방안 있어야"

검찰이 똘똘 뭉쳤다.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강행처리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국회에서 지난 7일 민주당 출신 무소속 양향자 의원을 법제사법위원회로, 법사위 소속이던 민주당 박성준 의원을 기획재정위원회로 맞바꿔 사·보임하면서 촉발됐다.

출근하는 검찰총장│더불어민주당이 추진 중인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해 대검찰청, 법무부 검찰국 등 검찰 집단이 반대 입장을 표했다. 대검은 11일 오전 전국 검사장회의를 열고 관련 사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11일 오전 서초동 대검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는 여당이 새 정부 출범 전 마지막 임시국회인 4월 국회를 앞두고 '검수 완박' 법안 통과를 처리하기 위한 포석을 깐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김오수 검찰총장은 11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15층 대회의실에서 전국지검장회의를 열고 "직을 걸고 막겠다"고 나섰다. 그는 "검찰 수사를 제도적으로 금지하는 것은 선진법제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다"며 "검찰이 수사를 못하게 되면 범죄자는 제대로 처벌되지 않고, 피해자의 고통은 늘어난다"고 주장했다.

회의는 전국 지검장 18명과 김오수 검찰총장, 박성진 대검 차장, 예세민 기조부장이 참석한 가운데 대면 회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대검은 이례적으로 이날 김오수 검찰총장의 회의 모두 발언을 언론에 공개하고 촬영도 허용했다. 12일로 예정된 민주당 의원총회를 앞두고 언론을 통해 검찰측 입장을 적극적으로 알리며 '여론전'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회의에서 검사장들은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반대 의사를 재차 밝히고,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한 대응 방안 마련에 주력할 전망이다.

지방의 한 지검장은 회의에 앞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관련 법안에 대해)정파적 졸속 추진과 잘못된 개편으로 국민 불편을 초래하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쏟겠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앞서 대구지검과 수원지검, 인천지검, 법무부 검찰국 등은 지난 8일 각각 검사회의를 열고 구성원들의 의견을 취합해 법안 개정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발표한 바 있다.

이들은 '법무부 검찰국 검사회의 결과'라는 제목의 문건을 통해 "새로운 형사사법 제도가 안착하기도 전에 또다시 국가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변화시키는 조치는 국민들의 불편을 가중할 우려가 매우 높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 수사 역량을 일시에 박탈하는 조치는 국가 전체 범죄 대응 역량의 질적·양적 저하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며 "그 필요성과 당위성을 찾기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70여년간 운영된 검찰 제도라는 국가 형사사법 체계의 근간을 변화시키는 논의에는 전문가를 비롯한 사회 각계의 다양한 의견과 가치가 반영될 필요가 있다"며 정치권에 속도 조절을 주문했다.

이 같은 내용은 박범계 법무부 장관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일부 검사들은 이 같은 검찰의 집단 움직임이 자칫 '검찰 공화국' 이미지를 더 강화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기도 하다.

지방의 한 검사는 "아직 법안 처리 논의가 본격화하지 않은 상황에서 개혁 대상으로 꼽힌 검찰이 집단 행동에 나서면 여당에 '검찰 개혁' 명분만 만들어주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검 역시 이러한 부분을 의식한 듯 이날 고검장 회의 이후 논의 내용을 공개하면서 "검찰개혁 논의가 반복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스스로 겸허히 되돌아보고, 검찰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의 실효적 확보 방안을 신속히 마련핸 시행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검찰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 방안도 논의했다. 대검은 앞서 전국지검장회의 소집을 알리며 "검찰개혁 논의가 반복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검찰 스스로 겸허히 되돌아보고,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의 실효적 확보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8일 고검장 회의에 참석했던 한 고검장은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하느냐, 안하느냐의 문제 보다는 검찰 수사의 공정성에 대해 시비가 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는 공정성 확보 방안에 대해서 훨씬 더 많이 논의가 돼야 한다"며 "검찰이 직접 수사를 자제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내부적 공감대가 있지만, 그 부분에 대해서는 논의를 많이 안 했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 내에서는 '검수완박'과 관련해 2가지 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안은 검찰의 자체 보완수사 기능은 물론 사건 당사자가 경찰 수사에 이의가 있을 때 검사가 경찰에 요구할 수 있는 보완수사 요청 권한을 모두 없애는 내용이 담겨 있다. 2안은 아예 검찰과 별도 조직으로 중대범죄수사청을 설치하는 안이다.

어느 안이든 검찰로서는 직접 수사 권한을 박탈당한 채 기소권만 갖는 위상 추락을 감내해야 한다. 지난 대선 기간 민주당은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 검찰을 '기소청'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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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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