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통합돌봄
복지서비스 제공 정신재활시설 확충 시급
시군구별로 주간시설, 광역단위에 쉼터 설치 … "통합돌봄 창구 다원화 필요"
노인과 장애인 대상 지역사회통합돌봄서비스 구축작업 진전에 비해 정신질환자(정신장애인)를 대상으로 하는 통합돌봄서비스를 제공할 인프라와 서비스 준비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현재 제공되고 있는 정신질환자 대상 서비스는 소수의 인프라를 통해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고 서비스의 표준과 적정 수준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또 복지서비스를 법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법조항에 불과하고 실제 이용가능한 서비스는 시행하기 위한 논의들이 이제야 시작되고 있다.
정책 접근의 우순순위로 정신질환자가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를 적정수준으로 확충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들 인프라에서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들을 표준화하고 적정수준으로 만드는 작업들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신질환자가 지역에서 온전히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통합돌봄을 구축하기 위한 대안을 어떻게 세워 나가야 할지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정신질환자(정신장애인)의 복지서비스 제공을 제한한 장애인복지법 제15조가 2021년 12월 2일 1년 유예기간을 전제로 폐지되어 새롭게 정신질환자분야의 복지서비스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시점이다.
UN장애인권리협약에 따라 지역사회 통합돌봄을 중심으로 국가의 정책이 수립되어 가고 있지만 지역사회 현장에서는 통합돌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지역사회 돌봄과 복지 네트워크가 매우 열악하다. 이 때문에 지역사회 돌봄 네트워크를 통한 문제 해결보다 입원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경향이 많다.
황운성 한울정신건강복지재단 대표는 25일 "이를 해결하기 위해 탈병원·시설화 정책과 함께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돌봄을 실현하는 서비스 전달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며 "이에 맞는 인력과 예산이 준비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통합돌봄 필요 정신질환자 최대 5만5000명 = 강혜규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 부원장이 4월 29일 열린 2022년 제1차 통합돌봄정책포럼에서 발제한 '돌봄의 고도화, 커뮤니티케어 실현을 위한 과제'에 따르면 정신질환자 지역사회통합돌봄의 대상자는 △생활(주거)서비스 필요 집단 △이용재활서비스 필요 집단 △현재 지역사회 정신건강증진사업 수행기관의 재활서비스 이용자 집단 등을 합쳐 최소 4만3468명에서 최대 5만5091명으로 추산된다.
전진아 보사연 사회정신건강연구센터장은 '중장기 지역사회 통합돌봄 추진 전략수립 지원 연구' 보고서(발간예정)에서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정신재활시설의 확충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신재활시설은 정신질환자를 대상으로 일상생활·사회참여지원과 직업재활 훈련·고용지원 그리고 주거지원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신재활시설 자체가 부족해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그동안 생활(주거)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소 정신재활시설의 경우 최소 103개소에서 최대 495개소가 추가로 필요하고 이용재활서비스를 제공하는 이용정신재활시설의 경우 최소 517개소에서 최대 871개소가 추가적으로 필요하다고 제안됐다.
그리고 적어도 최소한 기초 지자체 시·군·구에는 정신질환자들이 주간에 이용할 수 있는 주간재활시설이 1개소 이상은 설치되어야 하고 지역사회 안에서 '위기 쉼터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지역사회전환시설'이 광역지자체 단위에서는 1개 이상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봤다.
◆정신건강복지센터 회복지원서비스 확대 = 정신건강복지서비스 강화의 또 다른 축은 정신건강복지센터 기반의 정신질환자 대상 회복지원 서비스 강화이다. 그동안 정신건강복지센터가 전국 시군구에 만들어졌지만 정신질환자에 대한 상담 위주의 지원활동에 머물렀다는 평가가 많았다.
보건복지부는 올 하반기 5개 지자체에서 정신건강복지센터 중심으로 정신질환자의 일상생활 건강 교육 취업 주거지원 사업을 직접 운영하거나 지역사회 내 협력체계를 구축해 자원을 연계하는 시범사업을 시작한다.
전 센터장은 정신건강복지센터 기반 정신질환자 대상 회복지원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과 동시에 지역사회 내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온 인력 부족 문제에 대한 대응도 강화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중증정신질환자 대상 집중사례관리와 위기 개입을 강화할 수 있도록 기초 정신건강복지센터 내 집중사례관리팀 인력을 1인당 사례관리 대상 20∼30명 수준으로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약 정신건강복지센터 내 사례관리를 위한 인력 확보없이 읍면동사무소나 복지관 등의 통합돌봄창구에서 발견한 정신질환자를 정신건강복지센터에 의뢰하고선 역할을 다했다고 여긴다면 정신질환자 대상 통합서비스 제공은 제 기능을 하기 곤란하다.
◆정신질환자 지원자원 촘촘히 연계 = 정신질환자가 지역사회 내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 차원에서 유관자원간의 연계와 협업을 통한 서비스 접근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성남 인천장애인종합복지관 관장은 "정신질환자들은 정신건강적인 고생과 사회적 낙인으로 비장애인과 같은 일상을 보내기 어렵다. 정신질환자가 지역사회에서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차별낙인 없는 환경과 돌봄자원이 촘촘히 연계된 관계망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 센터장은 "정신질환자가 지역사회통합돌봄 서비스 제공체계로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통합돌봄 창구의 다원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기초 지자체 내 보건소, 정신건강복지센터 치매안심센터 건강생활지원센터 등 공공보건의료 구축과 더불어 읍면동 주민센터와 같은 행정체계, 사회복지관(종합 노인 장애인 청소년 등)을 통해 통합돌봄서비스 제공체계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그 외 기초 지자체 내 유관 자원 실무자가 정신질환자에 대한 1차 개입(욕구 사정과 초기 개입)이 가능할 수 있도록 유관 자원 실무자 대상 교육을 정례화하고 정신질환자 대상 통합돌봄서비스 제공을 위한 지역케어회의,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같이 다양한 공공과 민간기관간 네트워크, 협의체 구성과 운영이 필요하다.
◆주거지원서비스와 건강관리 강화 = 정신질환자의 지역사회 계속 거주 지원을 위한 신체와 정신건강관리, 복지서비스 개발과 운영이 필요하다.
전 센터장은 정신질환자의 안정적 거주를 위한 주거지 확보와 더불어 주거지원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신재활시설이 있는 지역에서는 정신재활시설에서 주거지원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하고 정신재활시설이 없는 지역에서는 한정적으로 정신건강복지센터나 주거복지센터 종합사회복지관을 통한 주거지원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정신질환자의 고용과 취업지원을 위한 서비스 제공 필요성도 제기된다. △직업훈련·취업 욕구를 가진 정신질환자 대상 직업상담 △직업평가를 포함한 직업훈련 △작업장 개발 △취업알선 현장 훈련 취업 후 적응 지원 등을 포함하는 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고령 질환자 대상 건강과 복지서비스 이용 현황을 파악한 후 이들이 정신의료기관 혹은 정신요양시설로 (재)입원/입소 되지 않도록 건강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전 센터장은 "지역 내 동네 병의원과 협업해 정신질환자 건강검진을 강화하고 개입과 더불어 건강검진 후 관리를 위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 보사연 부원장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통합돌봄을 구성할 서비스와 인프라 자체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필요 자원과 서비스를 동시 병행적으로 확충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25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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