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투자' 실패 청년세대, 범죄 유혹에 빠지기도
취직해도 내집 마련 요원한 2030 투기성 투자
경기침체, 물가·금리인상에 단기 회복 어려워
하지만 세계 경기침체와 물가 상승에 따른 금리인상은 부동산 시장을 하락장으로 돌려세웠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은 지난주와 같은 -0.03%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값은 5월 다섯째주에 -0.01% 하락한 후 6주째 하락세다.
거래절벽 상태도 이어져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전주보다 0.2포인트 하락한 86.8을 기록했다. 수급지수는 0~100사이면 매도세가, 100~200사이면 매수세가 더 크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의 단기 회복 가능성을 낮게 본다. 한국은행이 앞으로도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한은이 13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빅스텝'(한꺼번에 기준금리 0.50%p 인상)에 나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고물가와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의 공격적인 긴축 행보에 따른 '한미간 금리역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특히, 미국이 오는 26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자이언트 스텝' 단행을 예고하고 있어 한은의 추가 금리인상도 예상된다.
◆고금리 2030세대에 '직격탄' =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수록 시중은행 대출 금리도 더 오르기 때문에 가계의 부담도 커진다. 지난달 7%대를 돌파했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금융당국의 인하 압박에 6%대로 다시 낮아졌다. 하지만 기준금리가 인상되면 시장금리 인상도 불가피해져 부동산 매수심리를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리 인상으로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으로 금융 소비자들이 빚을 내 집을 사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소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무리하게 아파트를 구입한 2030세대가 겪는 고금리 고통이 크다는 것이다. 금리 인상은 빚투(빚내서 투자)로 주식·가상화폐에 투자했던 2030세대에게도 고통을 주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2030세대 청년층 취약차주의 비중과 연체율은 여타 연령층의 수치를 훌쩍 상회했다. 각 연령별 차주 중 취약차주의 비중은 청년층 6.6%로 여타 연령층 5.8% 보다 높았다.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에서 "30대를 중심으로 소득 대비 가계대출 비율(LTI)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고, 청년층의 취약차주 비중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높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며 "이런 증가세가 지속되면 채무상환 능력이 약화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청년세대만의 책임일까" =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은 자산투자 열풍의 책임을 '벼락거지' 공포에 '영끌'로 집을 산 청년과 나만 뒤처질 수 있다는 공포에 따른 '포모(FOMO) 증후군'으로 주식·가상자산에 투자한 청년세대에게만 물을 수 없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30대 이하는 결혼을 해야 하고 자금이 가장 많이 필요로 하는 세대"라면서 "그런데 집값이 올라 주택 자금을 구하기 위해 대출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고 지적했다.
최근 투자 실패로 고민하는 20~30대가 늘고 있다고 한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에서 받은 '회생·파산 현황'에 따르면 만 20~29세의 개인회생 접수 건수는 2019년 1만307건, 2020년 1만1108건, 2021년 1만1907건으로 매년 평균 800건씩 증가했다. 상당수가 주식이나 코인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경우로 추정된다.
법원 등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전국 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 신청 접수 건수는 3만455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늘었다. 법조계에서는 증가한 숫자 대부분이 2030세대일 것으로 판단한다.
주식이나 가상화폐 투자와 실패가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도 발생한다. 파주농협 70억원대 횡령사건과 계양전기 245억원 횡령사건이 대표적이다. 피의자들은 모두 30대이고, 빼돌린 공금을 투자 실패로 날렸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주식중독 관련 상담건수가 2017년 282명, 2018년 421명, 2019년 591명에서 2020년 1046명, 2021년 1627명으로 급증했다. 투자 광풍의 절정기였던 지난해 상담 건수는 2019년에 비해 3배가량 증가했다. 코인 관련 상담을 포함한 기타 유형 상담 건수도 같은 기간 282명, 453명, 1343명, 692명, 1034명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본격적인 하락장이 시작된 올해 상담 건수는 더 증가할 전망이다.
◆세대 간 불평등 해소해야 = 전문가들은 투자 상품의 또 다른 이유로 세대 간 자산격차를 꼽는다.
서울연구원이 통계청의 가계금융복지데이터(2012~2020년)를 이용해 '세대 간 자산격차'를 분석한 결과, X세대(1975~1984년생)가 Y세대(1985~1996년생)보다 상대적으로 빨리 자산을 축적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년들이 느끼는 '세대 간 불평등'이 통계로도 확인된 것이다.
이에 따르면 2012~2020년 세대별 가구당 순자산액을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2015년 기준으로 조정한 결과 Y세대의 순자산액은 X세대의 순자산액보다 1874만원 적었다. 특히, Y세대는 유일하게 앞선 세대의 순자산 규모를 뛰어넘지 못한 세대다.
◆공정의 사다리 필요 = 여기에 청년 세대내 자산 격차도 투자 열풍에 한몫을 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김회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통계청 가계금융복지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3월 말 기준 20~30대가 가구주인 가구의 평균 자산은 3억5651만원으로 1년 전보다 3802만원 증가했다. 자산 상위 20% 가구는 9억8185만원을, 하위 20% 가구는 2784만원을 보유해 자산 격차는 35.27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의 수치였던 35.20배보다 더욱 확대된 수치다.
경상소득의 경우 소득 상위 20%는 1년 전보다 742만원 늘어나 6.1%의 증가율을 기록했고, 하위 20%는 1년 전보다 131만원이 늘어나 7.2%의 증가율을 보였다. 지난해 기준 20~30대 가구 자산 상위 20%는 하위 20%의 경상소득의 3.43배였다.
일각에서는 경상소득에서도 격차가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경상소득만으로는 청년 세대 내 자산 격차가 이처럼 크게 벌어지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즉, 경상소득만이 청년 세대의 자산 격차 원인인 것이 아니라, 부모 등에게 받은 자산에서 차이가 나 자산 격차가 갈수록 심화되는 것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김 의원은 "악화되는 양극화에 청년들은 꿈도 희망도 잃고 있다"며 "이른바 '부모찬스'가 없는 청년들도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공정의 사다리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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