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불안에 요행 더 찾게 돼"
30대 직장인 횡령사고 잇따라
가상자산 주식 도박 등에 탕진
12일 내일신문 확인에 의하면 올해는 연초부터 오스템임플란트를 시작으로 수많은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이중 회사 경험이 아직 많지 않은 30대의 횡령사고를 간추렸다. 30대는 기성세대로 들어서기 전 나이로 이들의 횡령은 시사하는 바가 있다.
최근 한 달 농협에서는 3건의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범인은 모두 30대였다.
지난 8일 서울 광진경찰서는 중앙농협 구의역지점 30대 직원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직원은 최근 1년간 수십명 고객 명의의 예금 계좌를 담보로 40여억원을 불법 대출해 대부분을 스포츠토토 도박 등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달 1일에는 경기도 파주시 한 지역 농협에서 5년간 회삿돈 76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는 32세 직원이 횡령 혐의로 구속됐다.
농협에 따르면 이 직원은 농산물과 자재 등의 재고 관리를 담당하면서 실제 재고보다 금액을 부풀려 회계 장부에 기재하는 수법으로 최소 17억4000만원을 본인 계좌와 차명 계좌로 자금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 직원이 횡령한 돈을 가상화폐 투자 등에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
지난달 17일에는 경기 광주시 지역 농협에서 타인 명의의 계좌로 공금을 수십 차례 송금하는 방식으로 50억원을 횡령한 30대 자금 출납 업무 담당자가 구속 송치됐다. 이 직원은 스포츠토토와 가상화폐 투자로 발생한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시인했다.
새마을금고에서도 30대 직원 횡령이 이어졌다. 지난 5월 서울 마포구 새마을금고 한 직원이 2개월간 9차례에 걸쳐 6300만원을 빼돌리다 자체 감사에서 적발됐다.
이 직원은 실제 돈이 들어오지 않았지만 입금이 있는 것처럼 꾸며 금고 자금을 빼돌리고 그 돈은 생활자금에 썼다고 진술했다.
잇단 횡령 사건에 대해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미래가 확실하면 사람들은 질서를 지키고 규정대로 살아가는데 경제가 어려워 불안이 커지면 요행을 더 찾게 된다"며 "물질주의사회가 되면서 소비할 게 너무 많아졌고, 돈이 필요하니 투기도 하고 주식도 질러보게 된다"고 밝혔다.
곽 교수는 또 "금융권에 횡령이 많은 것은 늘 돈이 돌아가는 것을 보게 되니까 근접성이 높아 범죄 가능성을 높였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3월에는 인천 미추홀구 모아저축은행 본점에서 58억9000만원의 횡령사고가 발생했다. 30대 이 직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프로젝트파이낸싱(PE) 대출 업무를 담당하면서 기업이 은행에 약정 대출금을 요청하는 것처럼 서류를 허위로 꾸며 차명계좌로 송금해 횡령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조사에서 이 직원은 "빼돌린 대출금은 도박에 다 썼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지난 6월 30일 재판에서 이 직원에게 징역 9년과 횡령금액과 같은 금액의 추징금을 구형했다.
상장사에도 횡령사건이 있었다. 지난 2월 서울 수서경찰서는 2016년 6월부터 6년간 은행 잔고 증명서를 위조해 재무제표를 꾸미는 수법으로 245억원 횡령한 계양전기 재무팀 30대 직원을 검찰에 구속송치했다.
공무원의 횡령도 이어졌다.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전북 완주교육지원청에 근무하는 30대 공무원은 8억5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4월 법원으로부터 징역 3년을 선고받았다. 이 공무원은 도박빚을 갚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이전에도 횡령은 있었지만 최근 빈도수가 증가하고 금액도 커진 게 특징"이라며 "정기·비정기 현금 흐름 점검 시스템을 통해 담당자가 사고를 내지 못하도록 긴장감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 처장은 또 "개인의 도적적 해이를 줄이기 위해 직업윤리 교육을 지속적으로 실시하고, 회사는 의사소통을 활발히 해 직원 고충을 미리 파악해 해결해 준다면 횡령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면서 "작은 횡령을 해도 평생 수인 생활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들게 횡령 형량을 높이는 것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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