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법원 코인·주식 채무 구제 논란

2022-07-12 11:17:24 게재

"회생 후 채권자 받는 금액 늘어"

'도덕적 해이 양산' 비판 여론도

주식이나 가상화폐에 투자했다가 개인회생을 신청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서울회생법원이 변제금 산정시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 손실금은 반영하지 않기로 결정하자 '법원이 투기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구제하려는 취지로 해석되지만, 자의로 투자해 잃은 돈까지 탕감해주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개인회생은 빚 부담으로 경제적 파탄에 이른 채무자 중 향후 계속 수입이 예상되는 신청자를 구제해주는 제도다. 즉, 일정 기간 빚을 갚으면 나머지를 면제해주는 구제책이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회생법원은 주식과 가상화폐 투자 손실을 입은 채무자들이 개인회생 신청을 한 경우, 변제금의 총액을 정할 때 손실금 규모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실무 준칙을 제정했다.

이는 최근 투자에 실패한 20~30대 청년층의 개인회생 신청 건수가 증가함에 따라 청년의 채무를 조정해 경제생활에 조속히 복귀시킬 필요성을 고려한 것이다.

기존에는 A씨가 1억원을 대출받아 가상화폐에 전부 투자했다가 가치가 100만원으로 폭락했다면 변제금을 산정할 때 남아있는 100만원이 아니라 손실을 본 9900만원을 더해 1억원을 기준으로 정한다.

반면, 새로운 지원 방안에 따르면 1억원을 대출받은 A씨가 가상화폐에 전부 투자했다가 가치가 100만원으로 폭락했다면, 청산가치는 1억원이 아니라 100만원이 된다.

서울회생법원의 준칙을 보는 여론은 찬반양론으로 나뉘어 있다. 도박과 유사한 코인, 주식 투자를 해 손실을 본 사람에게 회생의 기회를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도박으로 빚을 진 사람의 경우, 원칙적으로 회생절차를 신청할 수 있지만 회생계획안을 짤 때 도박 손실액을 변제금에 더해 사실상 회생 절차를 밟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손실금을 제외하고 변제금을 계산하면 빚을 내서 투자한 뒤 큰 손실을 입어도 회생 절차를 신청하는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만연해질 거란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서울회생법원은 이번 준칙이 채권자들에게도 유리하다고 설명한다. 또 채무자가 회생 절차로 경제활동에 복귀하는 것이 파산 뒤 기초수급자로 전락하는 것보다 국가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다만, 조사 결과 채무자가 투자 실패를 가장해 재산을 은닉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에는 종전과 같이 청산 가치 산정에 투자 손실금을 반영한다.

앞서 서울회생법원은 최근 주식 또는 가상화폐 투자와 관련해 채무자들에게 과도한 제한이나 불이익을 주는 사례가 있는지 점검하기 위해 '개인회생실무 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TF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행 개인회생절차에선 주식 또는 가상화폐 투자를 통해 발생한 손실금을 그대로 청산가치에 반영하는 실무 방식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 및 가상화폐 투자 손실금은 현재 채무자가 보유하고 있는 경제적 이익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도덕적 해이 등을 이유로 개인회생절차에서 채무자가 변제해야 하는 총 금액이 투자 손실금보다 무조건 많아야 한다는 논리로 채무자들에게 제약을 가하는 사례가 있다는 것이다.

회생법원 관계자는 "제정된 준칙 적용에 따라 주식 또는 가상화폐 투자를 통해 실패를 겪은 채무자들에게 과도하게 변제를 요구했던 기존의 개인회생 실무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며 "주식 또는 가상화폐 투자 실패로 경제적 고통을 받고 있는 20~30대 채무자들의 경제 활동 복귀의 시간이 한층 빨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강지훈 변호사(전 수원지법 회생위원) "서울회생법원 실무준칙 제408호는 주식 및 가상화폐 투자 손실금은 현재 채무자가 보유하고 있는 경제적 이익이 아니라는 문제점을 반영한 규정"이라면서 "그러나 재산을 은닉한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전혀 책임을 묻지 않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에 대한 제재가 전혀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채무자가 변제할 수 있는 범위로 제한해 도덕적 해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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