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백명수 수돗물시민네트워크 집행위원장
"공급자 아닌 수요자 중심의 수도정책을"
시민소통 장기계획 필요
"수돗물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공급자 위주가 아닌 수요자 관점으로 수돗물 정책 방향이 달라져야죠."
26일 내일신문과의 통화에서 백명수 수돗물시민네트워크 집행위원장(사진)은 이렇게 강조했다. 2014년 문을 연 수돗물시민네트워크는 '물은 인권'이라는 가치를 내세운다. 마음놓고 마실 수 있는 수돗물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시민운동을 펼친다.
최근 수돗물 등 먹는물에 대한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2019년 인천에서 붉은 수돗물 사태가 벌어졌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당시 상수도 혁신을 강조하며 대대적인 인프라 투자를 예고했다. 하지만 약 1년이 지난 2020년 인천 수돗물에서 유충이 발견됐고 시민들은 분노했다. 정부는 상수도 행정 전문화 등을 강조하며 또다시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수돗물 안전 문제는 여전했다. 지난달 경남 창원시와 경기 수원시 수돗물에서 또다시 유충이 나왔다. 시민들이 정부 말을 믿고 생수 대신 수돗물을 마시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이유다.
'시민만족도조사-정책반영-평가' 정례화
"수돗물을 둘러싼 사고 위험성은 어디에나 있을 수 있어요. 상수원 원수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정수장이나 수돗물을 공급하는 관에서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길 수도 있죠. 하다못해 집 수도꼭지에서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요. 때문에 '사고 발생률 제로'라고 얘기하는 건 어려울 수 있죠. 하지만 정부가 이런 사실을 제대로 알리고 문제가 생겼을 때 적합한 대처방안을 시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한 점은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백 집행위원장은 '수돗물 박사'라는 수식이 따라붙는 연구자이자 활동가다. 2000년대 초 농어촌 상수도 문제가 터졌을 때부터 수돗물 관련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 백 집행위원장은 시민환경연구소장 직을 맡고 있기도 하다. 1993년 문을 연 시민환경연구소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비정부기구(NGO) 연구기관 중 하나다. 환경문제를 시민 눈높이에서 보되 과학적인 방법을 적용해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여러 활동을 벌여왔다.
"전통적으로 수도행정은 공급자 위주로 해왔기 때문에 문제가 계속될 수밖에 없어요. 정부는 매번 문제가 터질 때마다 시민과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말하지만 화려한 '수사'에 불과했죠. 시민 입장에서 소통하는 행정이 되려면 수도 행정 자체가 개방적이어야 해요. 이를 위해서는 우선 지역별로 시민들의 수돗물 평가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미미하죠. 당장 수도계획을 세울 때도 시민 의견 수렴이 부족해요."
백 집행위원장은 시민소통 장기계획 수립 필요성을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상수도관 설치 등 인프라 투자에는 중장기 계획을 세우면서 정작 수돗물에 대한 시민교육에는 이러한 노력이 없다고 비판했다. 불신이 깊은 수돗물에 대한 시민인식을 바꾸려면 단계별로 체계적인 계획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고민이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인천시는 수돗물 적수사태가 벌어진 뒤 대책 중 하나로 수돗물 혁신위원회에 민간 참여 비율을 30% 정도로 하겠다고 밝혔지만 시민 소통 강화가 그것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지자체별로 시민들에게 수돗물 만족도 조사를 체계적으로 벌이고 그 결과를 수도행정에 반영한 뒤 또다시 시민들에게 피드백을 받는 구조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민 누구나 질좋은 수돗물, 물복지 강화
한국수자원공사(수공)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명이 하루 평균 사용하는 물의 양은 약 295ℓ(2020년 상수도 통계)다. 해외와 비교했을 때 사용량이 많은 편은 아니다.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2.0배 많이 쓴다.
문제는 수돗물 평균 단가 지역 격차가 여전하다는 점이다. 수공에 따르면 전국 수돗물 평균단가는 톤(㎥)당 719원이다. 지역별 단가는 특·광역시의 경우 638원, 시 763원, 군 923원 등이다. 시설규모가 크고 급수인구가 많은 특·광역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영세한 시와 군 지역이 수도원가가 높다.
백 집행위원장은 "수돗물 가격이 현실적으로 전국 통합이 어렵다면 광역단위라도 통합을 해서 어려운 지역에 더 많은 지원이 내려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수도요금 현실화로 접근할 게 아니라 실질적으로 어려운 지역에 질 좋은 수돗물이 공급될 수 있도록 기반 체계를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를 국가가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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