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장보고대상-대통령상│라스팔마스 한인회

원양어업 전성기 이끈 한류전파자

2022-12-12 12:07:11 게재

20년간 1조원 한국 송금

한국현대화 기여 자부심

스페인 라스팔마스는 대한민국 원양어업 역사가 서린 곳이다. 우리나라 원양어업은 1966년 대서양 어장에 진출하면서 라스팔마스에 기지를 개설했다. 전성기였던 1970년대 말에는 34개 원양선사에서 210척의 어선을 서부 대서양기지로 보내 조업을 했다.

라스팔마스 기지를 중심으로 한국 원양산업 전성기를 이끌었던 라스팔마스 한인회는 원양어업이 쇠퇴한 지금도 현지에서 한류를 전파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11월 진행한 현지 장애아동돕기 태권도시범행사. 사진 라스팔마스한인회 제공


제16회 장보고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한 라스팔마스 한인회는 1970~80년대 원양어업에 종사한 사람들과 관련 산업에서 일했던 이들이 중심이다.

최기환 라스팔마스 한인회장은 "우리는 파독광부나 월남전 참전 용사들보다 더 많은 외화를 한국으로 보내 우리나라 현대화의 초석을 놓았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1987년 한해만 1억1000만달러의 외화를 획득했는데 이는 파독광부들이 15년간 송금한 규모"라고 말했다.

2019년 이횡권(왼쪽) 전 라스팔마스 한인회장이 라스팔마스에 잠들어 있던 원양선원 유골 3위를 국내로 이장하기 위해 해양수산부 관계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사진 해양수산부 제공

라스팔마스 한인회에 따르면 이곳 한인들은 1966년부터 1987년까지 20여년간 1조원을 한국으로 송금했다.

라스팔마스 한인사회는 1990년대 이후 원양어업 쇠퇴와 2013년 한국이 불법·비보고·비규제(IUU)어업위반으로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IUU 사태'를 계기로 국적 원양선사들이 매각되면서 함께 축소됐다. 지금은 고령 은퇴자들이 한인회를 주로 이루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한인회를 중심으로 교류활동을 하고 있고 우리나라 민간외교에 기여하고 있다.

1950년 외교관계를 수립한 한국과 스페인은 1966년 어업협정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1966년 9월 태평양수산 소속 제1태평양호(250톤급 참치연승어선)가 우리나라 어선으로는 처음 테네리페의 산타크루즈항에 입항했다. 두달 뒤 한국수산개발공사 소속 제601강화호가 라스팔마스항에 입항해 스페인령 사하라 어장에서 트롤어업을 시작했다. 한국수산개발공사가 현지에 어업사무소를 개설해 공사 직원들이 부임한 것이 라스팔마스에 들어오게 된 한국인 최초 교민이었다.

라스팔마스 한인회 구성원들은 이곳을 기지로 한 원양어업이 쇠퇴한 지금도 현지에서 한류전파자로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최 회장은 "한인회 회원들은 라스팔마스 소재 한국학교 이사장으로 재임하면서 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는 노력을 하고, 스페인 현지인을 위한 한국어 강좌도 개설하며 한국문화를 확산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인회는 매년 한국인을 위한 케이-피쉬(K-FISH)행사와 씨름교류활동, 태권도대회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한인회는 또 이곳에 있는 라스팔마스 선원위령탑과 선원묘지도 관리하면서 각 선사에서 관리하던 선원 유해 127기를 모아 위령탑에 안장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 . '라스팔마스 이민 46년사'를 발간해 이민 1세대에게 자긍심을, 2세대에게 한인으로서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기여하기도 했다.

한인회는 또 2015년 5월 라스팔마스에 생긴 '한국광장'(5월) 설립과 '한인의 날'(10월 5일) 지정에도 참여했다.

2019년에는 이곳에 잠든 원양선원 유골 3위를 해양수산부를 통해 국내로 이장하기도 했다. 해양수산부는 2002년부터 해외 선원묘지 정비 사업을 통해 라스팔마스 테네리페 사모아 등 7개국에 있는 318기 묘지를 보수하고, 한인회 등의 도움을 받아 관리하고 있다.

한편 원양어업은 1957년 시험조사선 '지남호' 출항을 시작으로 전 세계 오대양에서 외화획득 국위선양 민간 외교에 이바지해왔다. 1971년 원양수산물 수출액은 5500만달러로 당시 총 수출액의 5%를 차지했다.

1977년에는 원양어선 850척에 2만2000여명의 선원이 타고 오대양을 누볐다. 원양업계에서는 침체기에 있는 한국 원양산업이 다시 활력을 찾을 수 있도록 라스팔마스 기지를 활용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원양선원들이 기지에 정착하려면 가족이 함께 가야 하고, 라스팔마스는 가족이 함께 생활할 수 있을 만큼 안전이 보장된 사회라는 게 이유다.

남상태 전 서해수산 대표는 "한국과 스페인 양국의 해양협력센터가 다시 부활해서 우리 연안어법이 합법적으로 서부아프리카 연안으로 진출할 수 있게 정부가 마중물 투자를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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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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