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4회 다산목민대상-대상ㅣ충청남도 부여군

부여형 농민수당·지역화폐 … 경제공동체 구축

2022-12-23 11:40:05 게재

폐기물·축사·태양광 제한 성과

개인·그룹별 맞춤형 치매 예방

"군민의 참여와 소통을 통한 행정, 투명하고 공정한 군정, 전시가 아닌 실용행정을 추진했습니다."

박정현(사진) 충남 부여군수가 지난 4년 6개월 밀고 온 원칙이다.

충남 부여군은 2022년 11월 말 기준 인구 6만2435명인 작은 농촌 지자체다. 노인인구 비율이 32.4%에 달하는 초고령 사회다. 숫자만 보면 이미 활력을 잃어버리고 소멸만을 기다리는 전형적인 지방 소규모 지자체다.

하지만 부여군이 보여준 지난 4년의 모습은 놀랍다. 부여군이 각 분야에서 보여준 도전은 하나의 모델이 되고 있다.

◆새 모델 공동체 순환형 '굿뜨래페이' = 부여공동체의 기반은 경제공동체다. 함께 골고루 잘 사는 부여군이 돼야 했다.

부여군의 주요 산업은 농업과 옛 백제 수도에 기댄 관광업이다.

부여군은 2019년 중부권에서 처음으로 농민수당을 도입했다.

서동연꽃축제 국제축제로 충남 부여군은 2003년부터 매년 서동선화 전설과 연꽃을 주제로 서동연꽃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사진 부여군 제공


부여군 농민수는 2만2000여명. 원예농업 등을 통해 규모가 커진 부농도 있지만 대부분은 영세농이고 고령농이다. 이들이 안정적인 생활을 해야 지속가능한 농업도, 부여군도 가능했다. 2019년 74억원으로 시작해 2021년엔 연간 80만원씩 1만2926명에게 총 100억원을 지급했다. 부여군의 선도적인 농민수당 도입은 이후 충청권 전체로 확대됐다.

전국 최초 공동체 순환형 지역화폐 '굿뜨래페이'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부여군은 지역화폐로 농민수당 여성농업인바우처 재난지원금 등을 지급, 지역 안에서 소비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급액은 2019∼2021년 3년간 706억원에 달했다. 이 같은 지급은 관광업 쇠락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는 자영업자의 숨통을 트여줬다.

지역화폐의 자영업 업종·규모·지역간 쏠림현상은 정교한 설계로 해결했다. 농민 농협 소상공인 공무원 등으로 구성된 '상생협의회'를 만들어 사회적 합의를 이끌었다.

가맹점 매출구간에 따라 지역화폐 인센티브를 차등 지급하는 매출총량제를 도입했다. 규모가 작은 가맹점을 주민들이 이용할 때 더 높은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 결과 골목상권 비중은 2020년 1분기 48.5%였지만 2021년 3분기에는 61.2%로 늘어났다. 가맹점간 재사용도 순환 인센티브 5%를 지급, 가능하게 했다.

11년 연속 대한민국 국가브랜드 대상을 받은 부여군 농산물 공동브랜드 '굿뜨래'를 기반으로 한 농업정책도 성과를 냈다.

부여군은 연간 1만2000톤을 생산하는 전국 최대 밤 생산지다. 지난 4년간 밤 클러스터 구축, 전국 최초 알밤 군납 성공, 밤 생산단지 전국 최초 생태임업직불금 지급 등을 이뤄냈다.

전국 최초 버섯산업연구소 설립, 충남 최초 염소경매장 개장도 빼놓을 수 없다. 부여의 미래를 위해 농기계 등으로 특화된 일반산업단지, 백마강 국가정원 등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백제사비사' 출간으로 역사바로세우기 = 부여공동체에서 환경 복지 등도 빼놓을 수 없는 분야다.

사람이 줄어드는 자리를 메운 것은 각종 폐기물과 기업형 축사, 태양광발전시설 등이었다. 그대로 두면 환경파괴와 정주여건 악화는 불 보듯 뻔했다.

부여군은 '청정부여 123정책(3불정책)'을 꺼내들었다.

부여군은 2018년 '가축사육 제한 조례'를 개정, 외지로부터 밀려드는 기업형 축사를 제한했다. 조례 개정 이후 대규모 축사 신규허가는 98% 감소했다. 같은 해 자연경관을 훼손하는 무분별한 태양광 발전시설 설치를 제한하기 위해 '군계획 조례'도 개정했다. 태양광 발전시설과 주거 밀집지역의 이격거리를 최대 1000m로 조치하는 내용이었다. 그 결과 태양광발전사업 개시 신고건수는 2018년 352건에서 2020년 29건으로 줄어들었다.

2019년엔 '건축물 별도 개발행위 허가기준'을 마련해 폐기물 처리업의 허가를 제한했다.

부여군은 이 과정에서 수많은 소송에 시달렸지만 굴하지 않고 맞섰고 오히려 승소를 이어갔다. 2021년엔 불법매립 의혹이 있던 장암면 폐기물 사건을 조사, 20년 만에 진상을 규명하는 쾌거도 일궈냈다.

초고령사회인 부여군 지역에 맞는 복지사업도 시작했다.

부여군은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율이 12.4%로 전국 평균(10.2%)보다 높다. 부여군은 2021년부터 만 60세 이상 치매 고위험군 300명을 대상으로 치매 예방과 치매 진행 지연을 위해 개인별·그룹별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기초단체로는 전국 처음이다.

백제의 수도였던 만큼 역사분야에 관해서도 남다른 시도를 하고 있다.

부여군은 2020년 전문가로 편찬위원회를 구성, 올해 3월 '신편 사비백제사' 3권을 출간했다. 잘못 알려진 백제 사비시대를 바로잡기 위해서다. 2019년에는 전국 처음으로 애국지사의 고향마을마다 표지석을 설치해 지역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기도 했다.

박정현 충남 부여군수는 "미래세대의 의사까지 반영하고 화합과 통합의 길을 걷겠다"면서 "군민 여러분이 위임한 권한을 공정하고 정의롭게 사용하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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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운 기자 yuyoo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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