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두루미 90%가 우리나라 찾는다

2023-01-16 11:18:31 게재

4대강 이후 낙동강은 포기한듯

세계적으로 흑두루미 월동지는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만 번식지와 번식 생태는 오랫동안 장막에 가려있었다.

1974년에 이르러서야 러시아에서 번식지가 처음 발견됐다. 번식지는 시베리아 남부 타이가 지역 습지대, 우수리강과 아무르강 하류 프리모리에 걸쳐 폭넓게 분포한다.

11일 오후 순천만 대대들 상공을 비행하는 흑두루미 가족. 앞장선 성조가 착륙할 곳을 살피고 있다. 수컷과 암컷 성조의 몸 크기는 비슷해서 잘 구별되지 않는다. 뒤를 따르는 새끼는 목 주변이 누런 빛을 띤다.


흑두루미는 일반 두루미류와는 달리 탁트인 평야지대가 아니라 숲이 우거진 늪지대에서 번식한다. 나무가 우거진 숲속 늪지에 둥지를 트니 눈에 띄지도 않고 사람이 접근하기도 어렵다.

흑두루미 이동경로는 크게 2개로 나뉜다. 러시아 서부에서 번식하고 중국 서부에서 월동하는 흑두루미 개체군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전세계 흑두루미의 90% 이상이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월동하는 개체군이다. 이 개체군은 러시아 동부에서 우수리강을 따라 중국 동부-한국-일본으로 이동한다.

우리나라는 번식지 러시아와 월동지 일본을 오가는 흑두루미 이동경로에서 가장 중요한 중간기착지다.

4대강사업 전에는 낙동강 모래톱이 흑두루미 이동경로에서 중간기착지 역할을 했다. 흑두루미들은 러시아 동부에서 동해안을 따라 남하하다가 낙동정맥을 넘어 구미 해평습지와 대구 금호강습지 모래톱을 중간기착지, 혹은 월동지로 이용했다.

4대강사업 이후 이런 모래톱이 물에 잠기자 흑두루미들은 더 이상 낙동강을 중간기착지로 이용하지 않는다.

2010년 겨울 구미보 하류 감천 합류지점에 형성된 큰 모래톱을 기착지로 잠깐 이용했지만 그 뒤로는 이 모래톱에 내려앉는 흑두루미들이 관찰되지 않는다. 1980년대 중반까지 흑두루미들이 월동지로 이용했던 대구 금호강습지도 마찬가지다.

추적장치가 부착되지 않아 흑두루미들이 낙동강 경로를 아예 포기했는지, 상공을 날아서 통과하는지도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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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사진 남준기 기자 namu@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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